• 맑음강릉 15.7℃
  • 맑음서울 11.4℃
  • 맑음인천 12.2℃
  • 맑음원주 10.6℃
  • 맑음수원 11.2℃
  • 맑음청주 11.6℃
  • 맑음대전 10.4℃
  • 맑음포항 10.3℃
  • 맑음대구 9.7℃
  • 맑음전주 11.8℃
  • 맑음울산 9.4℃
  • 맑음창원 11.8℃
  • 맑음광주 10.9℃
  • 맑음부산 11.4℃
  • 맑음순천 8.2℃
  • 맑음홍성(예) 10.0℃
  • 맑음제주 12.8℃
  • 맑음김해시 9.6℃
  • 맑음구미 9.3℃
기상청 제공
메뉴

(광주일보) [광주 고교 답안지 유출] 1월에 범행 공모…중간고사 때도 7과목 빼돌렸다

수사로 재구성한 시험지 해킹 사건 전말
기말고사 4과목 아닌 9과목 유출
4차례 이상 교무실 잠입한 듯
4층 이전 후 경비시스템도 먹통
악성코드 설치 노트북 당 20분
최소 3시간 이상 교무실 머물러
컨닝 페이퍼 찢어 버리다 들통

 

교사 노트북을 해킹해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답안지를 훔친 광주 한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이 1학기 중간고사 때도 똑같은 수법으로 시험지를 빼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서부경찰은 시험지·답안지 유출과 관련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입건된 고교 2학년생 A·B군이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 노트북을 해킹하는 과정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월 27~29일 치러진 중간고사 때도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올해 1월께에 최초로 범행을 공모했으며, 중간·기말고사를 합쳐 최소 4차례 이상 교무실에 잠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컴퓨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B군이 수법을 고안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중간고사를 앞둔 지난 4월께 과목별 교사 노트북을 찾아 본관 2층 본 교무실, 4층 2학년 교무실 등 2곳을 침입해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기말고사 직전인 6월 말에는 별관 2층 진로상담교무실에도 추가로 잠입했다고 털어놨다.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밤 10시 이후 택시를 타고 학교를 찾아간 뒤, 건물 외벽 배수 파이프를 기어오르고 난간 구조물에 올라타는 등의 방법으로 2·4층 교무실 창문을 넘었다.

조사 결과 이 과정에서 보안 경보가 울리거나 제지당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 근무 경비원도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고, 사설 보안업체의 경비 시스템은 지난 2월 본관 2층 교무실의 일부를 4층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한 이후 먹통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A·B군은 교무실을 돌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교사 노트북들에 접근해 악성코드를 설치했다. 이들은 시험지를 만드는 장면을 캡처해 숨겨진 폴더에 사진 파일로 저장하는 방식으로 중간고사 때는 7과목, 기말고사 때는 9과목의 시험지·답안지를 유출했다.

악성코드 설치 과정은 한 노트북 당 20분씩 걸리는 것을 감안할때, 이들이 최소 3시간 이상 교무실에 머물렀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3~4일후 다시 교무실을 찾아온 이들은 시험 답안이 기록된 사진파일을 USB에 저장한 뒤, 악성코드와 남은 사진을 삭제해 증거를 없애는 치밀함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 기간이 되자 A군은 컨닝 페이퍼를 시험장에 몰래 들고 와 시험을 치렀고, 시험이 끝나면 컨닝 페이퍼를 찢어서 휴지통에 버렸다. 이 때 시험지 귀퉁이를 같이 찢어 버리고, “평소 답안을 귀퉁이에 적는 습관이 있다”고 변명하는 등 ‘연막 작전’도 쓴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중간·기말고사 시험 감독을 했던 교사들은 A군이 컨닝 페이퍼를 반입하는 걸 발견하지 못했으며, B군은 답을 전부 외운 채 시험을 치러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교사들도 이들의 갑작스런 성적 상승에 대해 의문을 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A·B군이 전체 답안을 캐낸 경우는 지구과학·생명과학·화학·한국사·수학2 등 5과목에 불과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답안을 일부밖에 못 캐낸 과목에서는 성적이 크게 오르진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의 범행은 A군이 컨닝 페이퍼를 버리는 장면을 놓치지 않은 반 친구들의 ‘눈썰미’에 덜미를 잡혔다. 휴지통을 뒤져 찢어진 컨닝 페이퍼를 퍼즐 맞추듯 복원해내면서 답안지 유출의 단서를 잡은 것이다.

경찰은 A·B군 외 추가 공범이 있는지, 1학년 때도 시험지·답안지를 유출한 적이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많이 본 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