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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학생들 내신 평소 2~3 등급⋯“좋은 대학 가고 싶었다”

고교 시험지·답안지 유출 수법 보니
학생 2명 야간 교무실 잠입
교사 컴퓨터 해킹해 유출
화면 캡처 저장 프로그램 설치
3일 뒤 다시 와 파일 담아가
경찰, 중간고사 유출 의혹도 수사

 

 

광주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답안지가 유출됐다는 의혹<광주일보 7월 26일자 6면>이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이 학교 2학년 학생 2명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야간에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설치,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돌렸다고 경찰에 자백한 것이다. 이들은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에 범행을 계획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광주서부경찰은 시험 문제와 답안이 담긴 문항정보표 등을 훔친 고교 2학년생 A·B군 2명을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1~13일 치러진 기말고사 시험 기간에 앞서 시험 출제 기간인 지난 6월 말, 교사들이 퇴근한 야간을 틈타 학교에 잠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내 계단을 통해 교무실이 있는 4층까지 올라간 뒤, 창문을 넘어 외벽 난간에 올라타 교무실까지 이동했다. 이후 열려 있던 외벽 창문을 넘어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교장실·행정실·컴퓨터실에는 사설 보안 업체의 보안 장치들이 있었으나, 정작 교무실에는 설치돼 있지 않아 A·B군은 들키지 않고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A군이 교무실 주변 망을 보는 사이, B군은 교무실을 돌며 교사 업무용 컴퓨터(노트북) 여러 대에 외부 저장장치(USB)를 꽂아 미리 준비해둔 악성코드를 설치했다.
 

 

해당 악성코드는 일정 시간마다 화면을 캡처해 저장하는 프로그램으로, 시험지와 답안지를 제작하는 과정을 사진 파일로 남겨 특정 폴더에 저장했다. 프로그램은 B군이 직접 제작했는데, 기존 화면 캡처 프로그램의 코드를 일부 수정해 악성코드로 활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B군은 3일여 뒤 다시 교무실을 찾아와 USB에 사진 파일들을 담아 갔다. 수 분 간격으로 화면을 찍었던 터라 수천장의 사진이 남아 있었는데, 이 중 문항정보표 등 필요한 사진만 선별해 가져갔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렇게 답안지가 유출된 시험 과목은 지구과학, 한국사, 수학Ⅱ, 생명과학Ⅰ 등 최소 4과목으로 조사됐다.

이후 시험기간이 되자 이들은 답을 미리 외운 뒤 시험을 봤다.

A군은 외웠던 답을 시험지 귀퉁이에 적어 두었다가 시험이 끝나면 찢어서 버렸다. 이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다른 학생들이 휴지통을 뒤져 쪽지를 퍼즐 맞추듯 복원하면서 범행이 들통났다. 복원한 쪽지에 깨알같은 숫자로 해당 과목들의 답안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내신 2~3등급을 유지하던 학생으로, 평소에도 성적에 대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B군은 같은 학교 다른 반에 재학 중인 친구 사이로, 교무실 침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공동으로 범행했다고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아직까지 교사나 학부모가 연루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A·B군의 휴대폰 등을 압수해 포렌식 조사를 진행하고 추가 가담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중간고사에서도 관련 의혹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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