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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단독 인터뷰] 홍준표 대구시장 "기득권 카르텔 깨고 미래 50년 기반 만들 것"

취임 후 첫 단독 인터뷰…"통합신공항 국비 건설만이 대구 산업 재편할 수 있어"
"특별 승진 확대하고 기피부서·소수직렬 승진 촉진할 것"
"대구의 문제는 '폐쇄성', 대구시 공무원은 '무사안일'이 가장 큰 문제"

 

홍준표 대구시장의 집무실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과 필요한 가구들만 배치돼 있었다. 별다른 치장이 없다. 정치적 레토릭보다는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평소 습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 시장은 당선 이후부터 연일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통합신공항 추진 방식도 국비 투입으로 방향을 틀었고, 대구시청 조직도 '대국 대과'를 원칙으로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갔다. 외부 인사 영입에 적극적이고, 제2대구의료원, 대구경북광역행정기획단 등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들도 재검토하거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홍 시장은 동인동 청사에서 만난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고 했다. "나는 스쳐가는 바람이다. 대구시청의 주인은 여러분이다. 주인이 잘 할 때는 봄바람이 될 것이고, 잘 못 할때는 칼바람이 될 수도, 태풍이 될 수도 있다."

 

-취임 후 처음 시청으로 들어올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대구가 쇠락하고 후퇴한 지 30년이 됐다. 이제 다시 한번 재건하고 도약하는 기회를 만들어야하는데 지금 세계 경제도 어렵다. 대한민국에 퍼펙트 스톰이 오는데 대구만 피해갈 수 있을지. 이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 정확하게 예측하고 풀어나갈지 대책을 강구하는데 집중하겠다고 생각했다."

-홍준표식 대구시정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미래 50년이다. 지금까지 TK 출신 대통령을 5명이나 배출했는데 왜 대구는 GRDP(지역 내 총생산)가 28년째 전국 꼴찌일까. 미래에 대한 설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섬유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을때 대구를 상징할 대체 산업을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30년 간 대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구미공단과 포스코로 먹고 살았다. 지금까지 TK가 배출한 대통령들은 대구경북을 이끌어 갈 시설이나 산업을 유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시·도보다 예산을 조금 더 주는 식으로 끝났다. 이런 '천수답행정'으로는 대구가 발전할 수 없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정책을 가져오는 것이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통합신공항 정책은 대기업 유치와 산업 재편의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군공항 이전 특별법 상의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공항을 만들지 못한다고 했는데?

 

"현재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는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시설과 인접시설, 공항산단 등의 건설 비용이 모두 빠져있다. 군공항과 민간공항 뿐만 아니라 공항도시, 공항산업단지, 접근교통망 구축 등을 모두 국가가 주도해 추진해야 한다. 민간 사업자가 공항을 지어 국가에 기부하고 후적지를 팔아 비용을 마련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후적지의 평가 금액에 따라 사업 규모가 크게 축소될 수 있다. 부산은 국비로 가덕도신공항을 지어주는데 왜 대구는 안되는가. 단순한 논리 아닌가."

-대구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큰 문제가 폐쇄성이다. 서울TK, 대구TK 나누고, 오리지널 TK, 가리지널 TK 구분한다. 그래서 어떻게 대구가 발전하겠나. 대구의 폐쇄성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기득권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가 다시 도약하려면 지역 사회를 지배하는 기득권 카르텔을 깨야 한다."

-인수위에서 발표한 조직개편이나 시정 혁신 방안도 기득권을 깬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는지?

"그렇다. 난 참모라고 해도 능력이 안되면 자리를 주지 않는다. 정무직으로 들어온 이들 중에 내 참모라고 할 사람은 딱 두 사람이다. 공무원들이 자리가 없어진다고 개방직 확대에 반대하는데 능력이 되면 내부 직원도 개방직에 지원하면 된다. 능력이 되면 되는데 왜 난리를 치나. 반발을 극복 못하고 기득권과 타협하면 대구시장을 포기해야한다."

-대구시정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무사안일이다. 내 인사 방침은 우선 양지를 쫓아다니는 공무원들은 승진시키지 않는다. 음지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우선 선발할 것이다. 특별 승진 절차를 확대해 승진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승진시킬 것이다. 소수직렬이 소외되는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주무팀장이 자동 승진하는 관행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일하는 부서, 기피 부서가 승진하는 길이다. 시청이 활발하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메시지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내는 편인데, 전달력은 높지만 설득이나 소통과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나는 공직 생활을 40년 가까이 하면서 미사여구를 쓰거나 형용사를 써서 상대방을 설득해 본 일이 없다. 알아들으면 되고, 못 알아들으면 할 수 없다. 개혁과 혁신을 하는데 모든 사람에게 동참을 요구하긴 어렵다. 현재를 바꿀 때는 속도감있게 추진해야한다. 지나고 나면 다 이해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정책은 없다. 민주주의는 51%의 게임이다. 51%가 동의하면 사회구조와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대기업이나 첨단산업 유치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모든 첨단 산업 제품은 항공으로 수출을 한다. 그래서 공항이 대기업 유치의 첫째 조건이 된다. 또 대기업을 유치하려면 대기업 임직원들과 가족들이 대구에서 살 수 있도록 교육환경, 의료환경, 문화환경을 만들어줘야한다. 지역에 살아도 서울에 사는 것처럼 환경을 만들어줘야 대구로 올 마음이 생긴다."

-교육· 의료·문화 환경을 갖출 구체적인 복안은?

"공항도시에는 교육감과 협의해서 파격적인 교육환경을 만들겠다. 100만 평의 삼성 단지가 생기면 특목고 형태로 삼성 사관학교를 설립하는 식이다. 해외 유수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면 된다. 의료기관도 삼성의료원 분원을 유치할 수 있다. 문화시설을 만들어 시립예술단체들이 공연하면 된다. 또 지역 대학들과 산업체 간의 연계 체계를 만들어서 기업에서 요구하는 커리큘럼으로 대학에서 가르치고, 대학에서 졸업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인재 양성 방식도 가능하다."

-공약이 대부분 장기 과제인데 임기 4년 이내에 반드시 이룰 과제는 무엇인가?

"임기 내에 금호강 100리 길을 재정비해서 대구를 수변도시로 만들 생각이다. 수변도시로 만들어서 도심의 열기도 식히고 시민들의 휴식 공간도 만들겠다. 당장 구체적인 성과보다는 4년 동안 시스템을 정비하고 미래 50년의 기반을 닦겠다. 대구 사회가 한번 요동칠 계기를 만들 것이다."

-역대 대구시장 중에 유일하게 팬덤을 갖고 있는데, '청년의 꿈', '홍카콜라tv' 등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는 활동은 지속할 것인가?

"청년들과 소통하는 일이니 계속 활동할 것이다. 사실 청년의 꿈도 1억 뷰가 넘으면 콘서트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1억 뷰가 훨씬 넘어버렸다. 콘서트를 하긴 해야 하는데 고민이다."

-페이스북으로 다양한 의견을 올리고 있다. 사실 대구시정을 맡으면 중앙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자주 제언하고 있는데?

"사실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후배들이 하도 엉망으로 하고 있으니까 그냥 답답해서 간혹 조언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가끔 조언해야 할 것 같다. 페이스북 정치는 국민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소통 방식이다. 페이스북에 한 번 써버리면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기자 회견도 앞으로는 공식적인 기자 회견을 열기보다는 현안이 있을 때 불시에 기자실에 들러서 편하게 얘기하려고 한다."

-대구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치를 27년 하면서 대구시를 맡겨준 대구 시민들에게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만 해도 나는 행복하고 아직도 내가 추구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만 해도 행복하다. 대구시장을 맡은 대구가 한반도 3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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