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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원장도 없고 의사 떠나고…광주보훈병원 진료 공백 장기화

지난 2월 전문의 12명 집단 퇴사
임금 적고 일은 많아 입사 꺼려
피부과·안과·신경외과 전문의 없어
진료 횟수 제한·예약 전쟁 심각
병원장 3개월째 공석에 혼란 가중

 

 

#.월남전 참전 유공자인 장모(77)씨는 광주보훈병원만 가면 진료 문제로 실랑이를 하느라 짜증이 난다고 한다. 호남지역 유공자들을 보살펴야 할 광주보훈병원인데, ‘의사가 없다’며 벌써 몇 달 째 제대로 된 진료를 못 받고 허탕치고 간다는 것이다. 장씨는 “의사들이 집단 사직했다면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저 진료 못하겠다고 버티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유공자들을 푸대접하는 것 같아 올 때마다 기분이 상한다”고 말했다.

보훈 대상자들을 위해 저렴하게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광주보훈병원의 진료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전문의 12명 집단 퇴사’ 여파로 ‘전문의 부족’에 시달렸던 광주보훈병원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보훈병원 전문의 정원은 68명이나, 집단 퇴사 직후 근무자가 53명까지 떨어졌다. 병원은 진료 공백을 메우고자 꾸준히 채용 공고를 냈으나, 6월 현재까지도 근무자는 56명에 불과하다. 정원에 비해 12명이나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업계에서는 ‘타 병원에 비해 임금이 적고, 해야 할 일은 많아서’ 광주보훈병원 입사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보훈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3월 이후 소화기내과는 꾸준히 채용이 이뤄져 정원을 복구했지만, 순환기내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등 아직 많은 진료과목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피부과, 안과, 신경외과는 전문의가 단 한명도 없어 진료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궁여지책으로 전남대병원은 물론 보훈병원 인근 개인병원 등에서 초청의를 데려와 진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진료 예약은 불가능하고 당일 접수만 가능하며, 안과는 주 2회, 신경외과는 주 3회, 피부과는 주 1회로 진료 횟수도 제한됐다.

진료 예약도 전쟁통이다. 일손은 부족한데 진료 예약은 꾸준히 밀려들고 있어 혈액종양내과, 내분비내과 등은 석달치 진료 예약이 밀린 상태다.

병원장마저 장기간 공석 상태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3월 김재휴 광주보훈병원장이 4년 계약이 만료돼 퇴임한 뒤 3개월이 지났으나, 광주보훈병원은 지금까지 병원장 공모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광주보훈병원장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공모하는 별정직으로, 지난 2월 11일부터 공모를 시작했다. 일선 근무자들 사이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새 병원장이 곧 부임할 예정이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나, 구체적인 임용 대상과 임용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보훈 대상자들은 “병원은 유공자들 진료 공백 없게 최선을 다한다더니, 여전히 별다른 방법을 찾지도 못한 채 ‘채용공고를 계속 내 꾸준히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주의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채용 공고만 열심히 올릴 게 아니라 근본적인 인력 수급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광주보훈병원은 국가보훈처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지난 1987년 개원했다. 호남지역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참전군인 등을 위해 감면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총 592개 병상과 29개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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