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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연명치료 거부’ 사전서약자 폭발적 증가

광주·전남 2018년 첫해 350명서 4년새 6만3천명으로 180배 급증
빛고을건강타운 등 등록기관 3곳 추가…존엄사 선택 더 늘어날 듯

 

 

광주시 남구 행암동에 거주하는 김모(67)씨는 최근 남구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 치료 거부서)에 서명했다. 자신이 질병 등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을 때 ‘연명 의료’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김씨는 “퇴직 전 소방관으로 활동하면서 치료 가능성이 없는데도 ‘연명 의료’를 받으며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이들을 자주 접했다”며 “만일 자신이 크게 아프게 되면,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자식들에겐 부담이 될까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임종 순간까지 내 존엄성을 지키는 일에 공감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은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연명 치료 없이 존엄하게 죽음을 맞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한 사람이 폭발적으로 는 것은 물론 등록 기관도 노인복지관까지 확대되면서 공감대가 더욱 널리 퍼질 전망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 의료’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문서다. 연명 의료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수혈 등 치료 효과 없이 단순히 임종 과정을 연장하는 시술을 뜻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2018년 2월 도입됐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등록기관을 방문해 작성할 수 있으며, 언제든 의향서의 내용을 변경 또는 철회할 수 있다.
 

광주·전남에서도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존엄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서약한 이들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제도가 도입된 2018년 광주 155명, 전남 195명이 서명한 이후 수요가 꾸준히 늘어 올해 5월 기준으로 광주 2만 8000여명, 전남 3만 5000여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했다. 4년 사이 180배나 증가한 것이다.

전국에서도 2018년 8만 6691명, 2019년 53만 2667명, 2020년 79만 193명, 2021년 115만 8585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2022년 5월 현재는 130만 8938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했다.

등록 기관도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도 2차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지정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서는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동구노인종합복지관, 영광군노인복지관 3곳이 추가 지정됐다. 이로써 광주·전남의 등록 기관은 51곳으로 늘었다. 각각 광주 11곳, 전남 40곳이다.

전국 등록 기관은 568곳으로 늘었다. 지역보건 의료기관 131곳, 의료기관 133곳, 비영리단체 34곳, 공공기관 2곳, 노인복지관 30곳, 건강보험공단 지역본부·지사·출장소 238곳 등이다.

이번 추가 지정에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노인복지관까지 등록 기관으로 포함돼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노인복지관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지역보건의료기관, 의료기관, 비영리법인·민간단체, 공공기관 등 4종류 기관에서만 등록이 가능했다.

노인복지관은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장점이다. 실제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접수가 시작된 지난 16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는 하루 종일 전화 문의와 상담 신청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날 하루만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5건이 접수될 만큼 어르신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주경님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본부장은 “옛날에는 ‘웰 다잉’(Well-dying)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어르신들이 ‘왜 구태여 죽음을 부각하냐’며 반발했는데, 최근엔 능동적으로 ‘존엄한 죽음’을 설계하는 분들이 많다”며 “존엄한 죽음 또한 노후 설계의 일부다. 어르신들이 스스로 삶을 결정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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