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9년 만에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 그룹이 해체된 건 아니지만, 세계 최정상에서 최전성기를 누리던 시점에 활동을 중단한 것이라 세계 가요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은 14일 오후 늦게 올린 유튜브 영상 ‘찐 방탄회식’에서 “우리가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고,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며 그룹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영상은 멤버들이 술잔을 나누며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콘셉트로 촬영됐다.
리더 RM은 “‘다이너마이트’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그 뒤에 ‘버터’랑 ‘퍼미션 투 댄스’부터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하게 된 이유로 미처 돌아보지 못한 ‘개인의 성장’을 꼽았다.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인간으로서 10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며 “내가 생각을 많이 한 다음에 그것들이 숙성돼서 내 것으로 나와야 하는데 물리적인 스케줄을 하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더라”고 했다.
그는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고, 영어를 열심히 하면 내 역할은 끝났다”며 “(우리 팀이) 방향성을 잃었고, 생각한 후에 다시 좀 돌아오고 싶은데 이런 것을 이야기하면 무례해지는 것 같았다. 팬들이 우리를 키웠는데 그들에게 보답하지 않는 게 돼 버리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제부터인가 우리 팀이 뭔지 모르겠다”며 “나와 우리 팀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몰랐다”고 덧붙였다.
슈가도 “가사도, 할 말도 나오지 않았다”며 “(언제부턴가)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방탄소년단은 당분간 ‘믹스테이프’(비정규 음반)로만 진행했던 솔로 음악 활동을 정식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 첫 타자는 제이홉이 될 전망이다.
제이홉은 “개인 앨범에 대한 방탄소년단의 기조 변화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며 “방탄소년단의 챕터 2로 가기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RM은 “믹스테이프라고 했던 콘텐츠를 이제 (정식) 앨범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제이홉의 콘텐츠부터는 정식으로 발매할 것이다. 각각 개인의 뭔가를 발현하기에는 너무 늦긴 했다”고 소개했다.
진은 “나는 배우가 하고 싶었다”며 “아이돌을 하게 되면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니 그쪽(배우)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인생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일 챕터 1을 정리하는 앨범 ‘프루프’(Proof)를 발표해 200만 장 이상 팔렸다. 이번 앨범은 팀이 휴식기를 갖기 전 마지막 앨범이 됐다. RM은 “사람들이 원하는 퍼포먼스를 (이번에) 보여드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면서도 “나중에 모였을 때 제대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정국은 “저희가 개인적으로 각자 시간을 가지면서 다양한 경험도 쌓으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해서 여러분들한테 돌아오는 날이 분명 있을 거다”며 “지금보다 더 나은 일곱 명이 돼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이홉은 “9년 동안 함께해준 멤버들, 팬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멤버들이랑 여러 번 얘기했지만, 조금은 찢어져 봐야 다시 붙일 줄도 알고 그런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다. 이런 걸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을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영상은 정국의 건배사로 마무리됐다. 정국은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의 삶, 아직 많이 남았다”며 “각자 삶을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짠 올려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