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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세 집 건너 한 곳 폐업 … 아, 충장로여!

한 때 호남 최대 중심상권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었던
광주 충장로·금남로 일대
경기침체·코로나19 사태로
공실률 27.7%까지 치솟아
‘권리금 없음’ 임대 광고 속출
중기부 선정 100억원 규모

 

1945년 광주시 동구 충장로에 문을 연 ‘노포’(老鋪) 중화요리전문점 ‘왕자관’이 폐업했다. 1983년 개업해 광주사람들에게 추억의 장소로 꼽히는 돈까스 전문점 ‘유생촌’은 전남과 충청, 세종 등 프랜차이즈를 확장했지만, 탯자리인 충장로 본점의 영업은 중단했다. 금남로 일대 직장인들이 즐겨 찾았던 7080 라이브카페 ‘팝스토리’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이들 점포들의 상가건물은 현재까지도 공실로 남아있다.

한때 호남지역 최대 중심 상권으로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볐던 충장로·금남로 일대가 오랜 경기침체로 활기를 잃었다. 구도심 공동화와 인구 감소로 유동인구가 줄면서 침체의 길을 걷다가, 코로나19 사태가 2년여 이어지면서 공실률이 증가하는 등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17일 오후 광주시 동구 충장로1가 입구부터 빈 상가들이 즐비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인접해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임에도 1층 상가 4개가 연이어 비어있었다.

평(3.3㎡)당 공시지가 5300여만원으로 광주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충장로2가 광주우체국 앞 일대도 마찬가지다. 광주우체국 건너편 4층짜리 건물은 전부 공실인 채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광주우체국 주변 200m 거리에는 10곳이 넘는 가게가 폐업한 상태였다. 빈 창문에는 ‘권리금 없음’을 내건 임대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광주우체국 외에도 약속 모임 장소로 여겨졌던 ‘충파’(충장 파출소) 인근도 20여 개 상가 중 6개 상가가 문을 닫은 채 임대광고를 내놨다.
 

충장로의 한 공인중개사는 “5년 전만 해도 1층 상가 권리금은 적게는 1억, 많게는 5억까지 갔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권리금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며 “일부 가게들은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폐업하고 철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금남·충장로 상권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2019년 4분기 17.1%에서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4분기) 23.2%까지 증가하더니, 지난해 4분기에는 27.7%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2년 새 10.6% 포인트나 공실률이 늘어난 것이다.

금남·충장로 상권 뿐만 아니라 인근 499개의 상가가 모여있는 충금·금남지하도상가의 공실도 늘었다. 광주도시공사에 따르면 2020년 1월 공실점포는 53개(10.6%)에서 올해 1월 65개(13.0%)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실이 늘면서 임대료도 3분의 1토막이 났다. 평균 월세를 20~30% 줄였지만 들어오려는 매물이 줄기는커녕 점차 쌓여간다는 게 충장로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충장로 일대 상인들은 “점점 버티기 힘들어진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충장로의 옛 영광을 다시 한 번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 동구가 지난해 10월 총사업비 100억원 상당의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 ‘제5차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최종 선정된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충장로와 금남·충금지하상가를 지하와 지상을 잇는 입체 상가로 융합해 도심 상권 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 충장로 1~5가 일원에 다양한 판매장터와 볼거리를 제공해 다양한 연령대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충장라온(RA-ON) 페스타’와 코로나로 침체기에 놓인 지역 문화예술인과 소상공인, 지역민을 위한 ‘충장문화데이’를 개최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선다

김충현 충장로 상인회장은 “올해부터 르네상스 사업이 추진되면 자연스레 주요 구매층의 방문이 늘고 덩달아 상권이 회복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호남 최대 중심상권으로 불렸던 충장로 상권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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