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박봉우, 이성부, 최하림, 범대순, 김남주, 문병란….
이들 시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무등산’을 바라보며 무등산을 노래했던 시인들이라는 점이다.
무등산은 한국 근대현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광주의 진산’이자 ‘광주의 어머니’다. 멀게는 일제강점기와 분단 그리고 6·25동족상잔에서부터 가깝게는 군부독재와 5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그 간난고초의 역사가 산등선 굽이굽이 서려 있다.
그뿐인가. 의재 허백련, 화가 오지호, 오방 최흥종, 삼애다원, 해방직후의 화순탄광사건, 6·25와 빨치산, 무등산 타잔 박흥숙, 5월항쟁과 주남마을, 이철규와 제4수원지, 천왕봉과 군부대 등 수다한 역사와 아픔이 서려 있고 반면에 문화와 예술이 깃들어 있다.
무등산을 노래한 시집 ‘오늘, 우리들의 무등-시로 읽는 무등산’(문학들)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작품집은 오월문예연구소(소장 채희윤)의 기획으로 출간됐다.
시집에는 작고한 고정희, 김남주, 문병란, 박봉우, 범대순, 이성부, 조태일, 최하림 시인을 비롯해 강인한, 곽재구, 김준태, 김희수, 나해철, 문순태, 박두규, 염창권, 이대흠, 임동확, 최두석 신인 등 총 69명의 ‘무등산 시’ 69편이 수록돼 있다.
제1부 ‘무등산의 봄’에는 작고 시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무등산을 아끼고 사랑했던 이들의 서정적인 감성과 빛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반면 2부 ‘무등에 올라’, 3부 ‘무등의 사람들’, 4부 ‘무등을 향하는 연가’에는 각각 20편의 시가 무등산의 역사, 인물, 삶 등을 모티브로 펼쳐져 있다.
조태일은 무등산을 ‘착함’, ‘용맹’, ‘부끄럼’을 가르쳐주는 ‘어머니’ 같은 산이라고 보았다. 특히 무등산이 ‘어머니’ 산이라는 것을 무등산 아래 사는 사람보다는 “고향을 떠나본 사람은 알리라”라고 한다.
문병란은 무등산을 인간이 함부로 도달하거나 달성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에게는 “올라도 올라도/ 다 못 오르는 산”이며 “두 팔 벌려 안아도 안아도/ 끝끝내 다 안을 수 없는 산”이 무등산이다. 그는 “무등산은 평등과 자유/ 동서남북 두루 열린/무문대도의 큰 덕산”이라고 한다.
김남주는 “그대가 앉으면 만산이 따라 앉고”, “그대가 일어서면 만파가 일어선다”고 노래해, 무등산이 세상 만물에 대한 지휘력과 모든 존재를 다스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는 무등산을 민주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서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하는 지도자의 상징이라 여긴 것이다.
이번 작품집 편집을 맡았던 나종영, 조성국 시인은 “구전이나 기록을 통해 알려진 것은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연일지라도 그것이 무등산과 관련한 우리의 근현대사이고, 그것을 토대로 창작된 시라면 게재하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백수인 시인(조선대 명예교수)은 시집의 해설에서 “무등산은 묵묵히 앉아 기나긴 역사를 가슴에 품고 있고, 사람들은 그 가슴에 깃들어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역사와 삶이 시인들의 시 속에 스며들어 있고, 그 시들이 모여 무등산이 된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시집은 기존의 구전과 사료로 접한 무등산 역사와는 다르게 다양한 시인들의 역사 인식과 시적 감수성으로 재탄생한 무등산의 면모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