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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신팔도명물] 입천장 까져도 ‘호로록’…바다향 가득 ‘장흥 매생이’

1980년대부터 양식 전국으로 유통
떡국·전 등 요리…건·냉동으로도 판매
철분, 요오드, 비타민A·C 다량 함유
어린이 성장 촉진·골다공증 예방 효과

 

추운 겨울, 입 천장이 데이면서도 ‘호호 불면서’ 맛있게 먹는 음식이 매생이다. 겨울 바다의 진한 향기를 안고 있는 매생이를 떡국에, 굴국에 넣어 먹거나 전으로 만들어도 맛있다. 청정해역 득량만을 품고 있어 겨울철 별미가 가득한 정남진 장흥군은 매생이의 원조 고장이다. 이맘때면 김 보다는 푸른빛을 띠고, 파래 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매생이’가 제철을 맞는다.

장흥에서도 대덕읍 내저마을은 1980년대 중반부터 매생이 양식을 시작해 원조 중에 원조로 손꼽힌다. 지난 겨울 내저마을에서 수확한 매생이는 790톤에 이르며, 마을 전체 수입은 26억여원에 달한다. 과거 김에 달라붙어 자라는 매생이를 귀찮아했던 22개 어가들은 이제 김을 버리고 매생이만 키우고 있다. 그만큼 매생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후 내저만이 아니라 인근 신리·옹암 마을까지 매생이 양식에 나서 모두 62어가가 280ha의 양식장에 연간 약 1020톤을 생산하고 있다. 2010년 생산 면적은 78ha에 불과했다. 매생이는 어가의 소득 증대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매생이로만 어가당 평균 46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최대 1억원 가까이 소득을 올리는 어가도 있다. 겨울철 큰 효자가 아닐 수 없다.

 

 

내저·신리·옹암 마을의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크고 작은 섬이 먼바다를 막아선 덕분이다. 이 평온하고 얕은 바다에서 매생이를 키운다. 10월께 대나무로 짠 발에 포자를 받아 두어 달 바닷물이 들고나는 갯벌에서 25∼30㎝ 클 때까지 키운 뒤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한다. 3월이 지나면 색이 누레지고 맛이 떨어진다.
 

매생이가 처음부터 식재료로 알려진 것은 아니다. 과거 매생이는 김의 품질을 떨어지게 한다는 이유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하지만 매생이의 효능과 맛이 알려지고 나서는, 오히려 매생이발에 김이 붙지 않도록 관리한다. 매생이 입장에서는 인생역전이다.

 

 

어촌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이 시기에는 생찰 매생이와 굴을 혼합한 상품이 특히 인기이다. 그 외 냉동 매생이, 건 매생이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생매생이 1재기(400g 내외) 한덩어리 기준 상품에 따라 3000원~5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어촌계 또는 인터넷으로 직거래 구매가 가능하다.

매생이는 달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국이나 떡국, 죽, 전 등으로 만들어 먹는데 조리방법 또한 매우 간단하다. 물에 생굴을 넣고 팔팔 끓이다가 매생이를 넣어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면 끝이다. 매생이는 물 속에서 열에 쉽게 녹는 특징이 있는데 완성된 국에서는 열기가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 그만큼 입자가 열기도 뚫지 못할 만큼 촘촘하다. 어르신들이 “미운 사위 매생이국을 준다”는 속담을 자주 하게 된 이유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매생이국을 목에 넘기면 부드럽고 싱그러운 바다향이 입안에서 확 돋는다. 특히, 매생이는 ‘생생한 이끼’라는 순수한 우리말로 철분, 칼슘, 요오드 등 각종 무기염류와 비타민A,C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어린이 성장 발육촉진 및 골다공증 예방에 효염이 있으며,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진정시키는 효과 또한 뛰어나 애주가들에게 인기이다.

콜레스테롤 저하와 고혈압을 내리는 성분이 있어 변비에도 효과가 있으며 고단백식품으로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간장기능을 높여 우울증, 육체피로 해소에도 큰 도움을 준다

매생이국에 최고의 궁합은 굴이다. 장흥군에는 자연산 굴 일명 ‘석화’와 매생이를 먹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다. 정남진 토요시장을 방문하면 많은 식당에서 매생이 요리를 밑반찬으로 내오거나 탕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정남진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굴 구이와 매생이 떡국을 판매하는 식당도 찾아 볼 수 있다.

요즘은 냉동기술이 좋아져 사계절 매생이를 맛볼 수 있지만, 제철 매생이의 맛과 향에는 미치지 못한다. 겨울철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정남진 장흥의 멋진 풍경 속에서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매생이탕 한 그릇 맛 보시길 추천한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