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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의 맛 지역의 멋]삶도 펄떡펄떡 날것 그대로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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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슐랭 가이드' (3) 속초관광수산시장

 

대게·닭강정 사러 관광객 긴 줄
물곰·갑오징어·열갱이·골뱅이
펄펄뛰는 수산물 입맛 사로잡아

北실향민이 고향 그리며 만든
함흥냉면·함경도 아바이순대
지역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아


보고 싶은 얼굴이 잔뜩 있는 그리운 곳. 삶에 지칠 때마다 생각나고, 한달음에 달려가면 팔을 크게 벌려 반겨주는 그곳, 고향.

6·25전쟁 중 북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은 며칠만 기다리면 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속초의 모래사장에 머물렀다. 하루만, 잠시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던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 70년이 넘게 흘렀다. 이들이 모여 살던 곳은 아바이 마을이 됐다. 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갯배를 타면 5분 안에 갈 수 있는 속초관광수산시장이 있다.

그래서일까. 속초의 시장에는 애타는 그리움이 묻어 있다. 고향에 가지 못한 사람들은 가족이 만들어주던 음식, 함께 먹던 가족이 생각나는 음식을 해 먹으면서 그리움을 달랬고 생계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시장 곳곳에는 함경도 지역 향토음식인 아바이순대와 곡식을 섞어 젓갈을 맘든 가자미식해를 찾아볼 수 있다. 함흥지역 국수의 자취를 품은 함흥냉면을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인근에 자리해 있다.

전쟁 직후의 그림자가 무겁게 내려앉은 도시, 논과 웅덩이를 메운 곳에 건물을 세워 문을 연 중앙시장은 이제 어린이가 뛰어놀고,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핫 플레이스'로 바뀌었다. 후각을 사로잡는 닭강정 가게들부터 새우튀김, 씨앗호떡, 감자전, 부각, 술빵, 단풍빵은 아픔을 딛고 새로운 속초를 일궈낸 주민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이다. 잡화골목에는 각종 건어물 가게, 신발·의류·포목점 등이 자리 잡고 있는데 상가 2층에는 대형마트도 있다. 농협하나로마트가 시장 한가운데 위치, 수산물 넘치는 시장과 공생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 어물전 골목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어류를 만나볼 수 있다. 몸이 물렁물렁하고 다가가기 어렵게 생긴 물곰, 몸이 공처럼 둥글고 꼬리가 짧은 도치부터 대게, 갑오징어, 고등어, 갈치, 양미리, 열갱이, 골뱅이, 홍게, 물미역, 각종 건어물이 널려 있다. 명태회, 명란젓, 오징어젓 등 각종 젓갈도 팔고 있다. 상인들은 한겨울, 갈탄을 피워 놓고 추위를 견디면서도 어떻게 요리를 해 먹는지 물어보는 손님들의 질문에 답해준다.

지하에 조성된 회센터에도 30여년 된 각종 횟집이 자리하고 있다. 실향민의 자식들 중 일부는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 시장에 모여 생선을 팔았다고. 청정한 해수를 끌어들여 공급하고 있는 회센터의 수조에는 우럭, 도다리를 비롯해 ‘오줌싸개'라고 불린다는 물고기까지 속초 앞바다에서 잡힌 횟감이 가득하다.

보고 싶은 이가 있는 곳을 애타게 그리워하던 실향민들은 대부분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포근한 내 고향에 가고 싶어 했던 그들의 애환이 담긴 장터는 시간이 지나 많은 사람을 두 팔 벌려 끌어들이는 곳이 됐다. 이 겨울, 속초 중앙시장에서 마음을 보듬어주는 그리움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지.

이현정·박서화·김현아기자 / 편집=이화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