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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음악 곁들인 진한 커피 한잔 청춘의 해방구

1971년 춘천의 다방

 

 

춘천 공지천 에티오피아·에메랄드
당시 20대 청년들 꼭 가야하는 성지

음악과 만나 신문물 접하는 공간 변모
클래식·가요 등 선호 장르 각양각색


1980년대 대학신문을 제작하기 위해 1주일 한 번은 밤을 새웠다. 이른 시간 문을 연 해장국집과 다방은 새벽공기를 마시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휴게소를 자처했다. 밤을 새운 학생기자들은 전원다실에서 미스 오가 내온 달걀 노른자위가 띄워진 인스턴트 커피를 마셨다. 일간지 신문사 입사 후 결혼식, 돌 등 개인사가 생기면 당사자는 편집국 기자들에게 춘천다실에서 커피를 주문해 돌렸다. 커피는 특별한 의식(?)을 치르는 매체이자 소통의 도구였다.

# 우리나라 원두커피 역사는 춘천에서 시작된다.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 하일레 슬라세 황제는 춘천 에티오피아 카페가 문을 연 1968년에 황제가 즐겨 마시던 에티오피아 황실커피 생두(Green bean)를 외교행낭을 이용해 한국 외교부를 통해 보내왔다. 당시 황제는 황제의 상징인 황금사자 문양도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주기도 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참전 16개국 중 하나로 6,037명의 전투병이 화천, 김화, 춘천 등지에서 250여회의 전투를 치르며 중부전선을 지켜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에티오피아 황제가 마시던 원두커피 안에는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가 들어 있다. 1968년 춘천 공지천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된 원두커피는 이후 주변으로 확산되면서 이제는 어디에서나 다양한 나라의 커피를 맛보는 시대가 됐다. 커피의 시작은 구한말 고종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일반인들이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6·25전쟁이 끝난 이후다. 커피는 현대인, 지식인 등의 상징으로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음료로 떠올랐다. 커피는 전통차를 밀어내고 가장 인기 있는 음료가 되면서 자치단체마다 커피 마케팅이 넘쳐나고 있다.

다실, 다방, 커피숍, 카페 등 시대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렸지만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1970년대 공지천의 에티오피아와 에메랄드는 20대 청년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봐야 하는 성지였다. 1976년 당시 커피 값은 100원이었다. 다방은 음악과 만나면서 새로운 신문물을 접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육림극장 건너편에 굴레라는 전용 음악 감상실이 생길 정도로 팝송은 젊음의 상징이었다. 다방은 음악을 즐겨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DJ라는 직업은 핫한 직종으로 떠올랐다.

전원다실은 주로 클래식을 틀어주는 다방이었고 산호,양, 명, 설파 등은 가요를 주로 틀어주었다. 빅토리아와 피앙세는 조용한 음악만 흐르는 다실로 성심여대 학생들이 자주 들러 리포트를 쓰던 곳이었다.

1980년대 다방은 장발족 단속을 피해 숨어들어 온 사람들의 은신처를 자처하기도 했다. 차를 팔던 다방은 술을 팔기도 했다. 하수오주, 세븐위스키, 도라지위스키 등은 최백호의 노래가사에도 등장할 만큼 낭만이 깃든 술이었다. 다방이 커피숍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여성 종업원에서 남성 종업원인 웨이터가 등장했다.

1980년대 대학가요제 등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다방에서 통기타 라이브를 선보였다. 주말이면 노래자랑 이벤트도 열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김정철, 조동진, 이연실, 이용 등은 주말, 공지천 에메랄드에서 볼 수 있는 연예인이었다. 들국화로 이름난 전인권도 춘천 공지천을 거쳐간 가수다.

전국DJ연합회는 신식 가요를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음반 판매량, 신청곡 수 등을 고려해 만든 DJ차트는 지금의 빌보드차트만큼 국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다방에서 인기를 모은 가수들이 공중파를 타곤 했다. 조동진-따로 또 같이-장필순-시인과 촌장-정태춘, 박은옥은 다방의 문화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가수들이었다.

젊은이들의 해방구였던 다방이 커피숍, 카페로 변화하면서 품어 온 사람들도 변했다. 최신 유행가요를 들려주는 공지천은 대중문화를 전파하는 장소였다. 문화 공간 다방이 지금은 스터디 카페로 독서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다방의 변신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김남덕 사진부국장·도움말=정현우 화가 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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