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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잡초에 묻힌 서원·사원 … 역사·문화가 사라진다

나주 월정서원·담양 포의사·함평 충의사·광주 광산구 영사재 등
수십억 원 들여 건물만 짓고 관리 주체·운영 프로그램 없이 방치

 

 

역사문화의 산실이자 의로운 고장 전남 곳곳에 자리한 서원, 사원 등이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방치·훼손되고 있다.

한 번 사라지면 다시는 복원하기 어려운 소중한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에서 번번이 밀려 다시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해당 지자체들이 대규모 예산을 들여 건물 짓는데만 혈안이 돼 있고 관리·운영에는 무관심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외곽 면지역 거주주민이 급감하고, 후손 발길마저 사라지면서 잡초로 우거지고 있는 것이다.
 

후손들에게 과거 역사적인 가치마저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민낯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들 역사문화유산을 젊은 세대들이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 가미, 공간 재구성, 관리·운영 시스템 마련 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1659년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사암 박순(1523~1589)의 학덕을 흠모하는 사림들이 상소를 올려 창건된 월정서원은 1669년 사액이 내려졌다. 1787년 중수했고, 1789년 김계휘, 심의겸, 정철, 홍천경 등이 추가로 배향됐다.

1868년 서원훼철령으로 인해 철폐되고 1974년 나주시 노안면 금안리 광곡마을에 복원됐으나 5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 직전 상태로 방치돼 있다. 사당, 강당, 내·외삼문 등은 곳곳이 부서져있으며, 경내 월정서원유허비, 월정서원묘정비는 잡초속에 파묻혀있다. 나주 출신인 박순은 광주에서 자랐으며, 1553년 정시 문과에 장원급제한 뒤 영의정까지 올랐으며 율곡 이이, 우계 성혼 등과 어깨를 나란히했던 호남의 인물이다. 임진왜란에 거병한 문열공 김천일, 충장공 양대박과 교류하고, 충의공 최경회, 소포 나덕명, 표의장 심우신 등을 호남 출신 선비들을 추천해 공직에 나서도록 돕기도 했다.

 

 

녹천 고광순 한말 의병장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9년 25억원을 들여 지은 담양 포의사 역시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관리하는 사람도 없이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으나 쉽게 문이 열렸다. 사당을 비롯 유물전시관, 내외삼문 등은 들어갈 수 없게 해뒀으나 곳곳에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함평군 나산면 죽림리에 있는 충의사 역시 사당 전체가 쓰러지기 직전 상태였다. 김준의 15대조 충의공 김문기와 함께 한말 전설적인 의병장이었던 죽봉 김준(김태원)의 위패도 함께 모셨다.

 

 

한말 의병장 오성술이 무기와 화약을 만들었다는 본거지 광주 광산구 본량면 명도리 나주 오씨 제각 영사재도 잡초로 우거져 있다. 영사재라는 현판 글씨는 우암 송시열의 친필이지만 이 역시 제대로 알려진 바 없다.

박재영 광주전남연구원장은 “호남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서원과 사원은 남도 정신의 뿌리이자 근원임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의 무관심 속에 하나씩 무너져가고 있다”며 “지역의 인구소멸과 함께 지역의 역사문화자원까지 사라질 위기에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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