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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나무기행]인간과 교감하고 함께 아픔 나누는 나무가 있다?

인제 북면 한계리 돌배나무

 

 

한 주민이 병났을때
밤마다 울음소리 내
사망한 후에야 그쳐
특별한 기운 알려져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리는 인류는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하며 서로 협력해 문명을 만들어 왔다. 언어를 통한 협력으로 인류는 지구를 지배하는 절대자가 됐다. 지금도 수많은 언어를 통해 최고 지존의 자리를 유지하며 철옹성을 쌓고 있다.

인류는 구강구조를 통해 전달되는 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사소통 체계를 갖고 있다. 때론 메시지는 말이나 문자보다 강한 몸짓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나무들은 어떤 소통구조를 갖고 있을까? 식물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감각기관외에 훨씬 어렵고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지구상의 9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식물은 실질적인 지배자다. 인간이 갖고 있는 감각기관으로는 눈치채지 못하는 치밀하고 세밀한 그 무엇으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상상이다.

돌배는 야생이란 뜻의 돌이 배와 만난 이름이다. 한입 물면 입안 가득 번져 오는 시큼함에 양 미간을 구겨가며 입가로 넘치는 침을 소매로 닦아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이 원산지인 돌배나무는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전국 어디서나 잘 자란다. 산돌배나무, 청실배나무, 문배나무, 팥배나무, 콩배나무, 아그배나무라고도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고 먹고 있는 대부분의 배는 개량종이며 토종 배나무인 돌배나무는 찾기 어렵다. 배나무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배나무에서 배 열리지 감 열리지 않는다’와 ‘배나무 밑에 앉아 선 배 떨어지길 기다린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등이 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에 기대를 거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바르게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인제 한계리 돌배나무(인제군 북면 한계리 923)는 특별한 기운을 갖고 있는 나무다. 나무 주변의 사람에게 자기만의 시그널을 보낸 나무로 알려져 있다. 나무는 현재 강원-인제-17호 보호수로 지정돼 있으며 수고 15m, 흉고 3.5m다. 수령 300년 정도이며 관리 상태가 양호하다. 나무 아래에 사는 이문휘씨는 이 나무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여동생에게 혹이 발생해 시름시름 병들어 있을 때 나무도 밤 10시 이후 울음소리를 냈다. 특히 동생이 방에 있거나 보이지 않을 때 울음소리가 들렸다. 기이하게 생각해 액땜을 위해 굿을 벌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나무에 대못도 박아 봤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 소리는 동생이 사망한 후에야 그쳤다. 나무와 인연이 있는 동생의 아픔을 함께 하는듯 구슬픈 소리였다. 나무는 동생의 마음과 함께하는 듯하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주소지로 가면 도로 옆으로 안내한다. 널찍한 곳을 골라 주차한 뒤 빨간 지붕의 집을 돌아 뒤로 가면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보기 드물게 옆으로 자라지 않고 하늘을 향해 높게 자라 아름다운 주변의 산과 잘 어울린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나무껍질은 밝은 빛을 내는 회색과 흑색이 섞여 있으며 잎은 달걀모양의 긴 타원형이다.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돌배는 산골마을의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열매다. 시큼달콤한 돌배 향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빛바랜 앨범이 되기도 한다.

인제=김남덕 사진부국장 kim6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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