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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의 혈관 국도를 살리자]`동백꽃' 점순이·`만무방' 응오의 삶이 스며있는 곳

(14)김유정의 고향 춘천 실레마을

 

 

 

`봄봄' 등 김 작가가 남긴 12편의 단편소설 배경지
매년 20만~30만명 관광객 찾는 市의 성장 동력
임진왜란·일제 강점기 등 과거·현재 함께 숨쉬어
최근 지역 문인·예술인 모여 새로운 예술인촌 조성


실레마을은 김유정의 고향이다.

29세의 짧은 생을 살다간 유정은 실레마을에서 소설을 써왔다. 작가가 남긴 32개 단편소설 중 이 마을을 주제로 12개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마을 곳곳이 소설의 배경지다. 봄봄, 동백꽃, 만무방, 산골, 가을, 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솥, 소낙비, 금 따는 콩밭, 안해, 두포전 등 옛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마을에 숨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년 20만~3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실레마을은 춘천시에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곳이다.

김유정 소설가가 살던 1930년대 조선은 일제의 식민지였다. 그의 소설은 일제가 조선에서 행한 극심한 식민지 수탈경제로 피폐하진 농민들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당시 농민들은 고율의 소작료, 식민권력에 의한 조세, 유통 과정에서의 가격 차이로 만성적인 적자와 빈곤에 시달렸다. 김유정의 소설에는 이런 농민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도박, 사기, 도둑질, 성매매, 인신매매 등 여러 일탈 행위로 나타난다.

만무방의 응칠은 농사꾼으로 대를 이어 살아왔지만 매년 농사를 지어도 빚가림도 못하게 되자 정상적인 방법으로 살아남기 어렵자 훔쳐 먹는 등 사회 규범에서 벗어난 일탈 행위로 주재소를 들락거리는 전과자로 살아간다. 또한 응칠의 동생 응호도 자신이 지은 농산물을 도둑질해 병든 아내에게 데 죽으로 쑤어 먹인다. 가을의 복만이는 빚도 못 갚고 소작농으로 사기(아내 인신매매)를 감행한다. 소낙비는 남편의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에 몰리는 아내가 등장하고 남편이 있는 시골 이동 작부인 들병이도 등장한다. 1930년대 농민들은 식민지 자본주의에서 철저하게 착취당하며 농토로부터 이탈하게 된다 농사를 지으면 빚만 늘어나는 농민들은 주거지를 버리고 야반도주했다.

한 해 농사를 지어도 기껏 내 몫으로 겨우 벼 두 말가웃이 남았다는 소작농의 딱한 사정은 당시 농민들의 사정을 대변하고 있다. 1년 농사 후에 거둬들인 뒤에 “남는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 땀”이라는 만무방 응오의 독백은 많은 농민이 경제활동의 주체인 토지로부터 떨어져 나가 비참한 유랑자로 살았음을 짐작게 한다.

당시 산길이나 도로를 따라 살아남기 위해 길을 떠났다. 실레마을은 46호선변에 위치해 있다. 이 길은 배후령을 넘어 화천-양구-인제-원통-진부령-고성으로 이어진다.

소설 속의 농민들은 인제에서 농사를 짓다가 궁핍을 모면하지 못해 토지에서 이탈, 길을 떠나 실레마을로 들어온다.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비극적인 현실을 이웃 주민들의 이야기로 풀어 간 김유정의 소설은 격렬한 구호는 아니지만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그려냈다. 인제, 춘천으로 이어가는 국도 46호선에 남겨진 선조들의 생활사다. 길은 옛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릇이다.

실레마을은 최근 춘천지역의 문인, 예술인들이 모여 들어 새로운 예술인촌을 만들어 가고 있다. 책과인쇄박물관, 김윤선 도예공방, 함섭 아트 스튜디오, 소화갤러리, 최근 문을 연 전상국 문학관 ‘문학의 뜰’도 행인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동네를 품고 있는 진병산(금병산)은 가벼운 산행 길로 도시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마을은 신라 고분군에서부터 임진왜란, 을미의병, 일제강점기, 김유정 문학 배경지 등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곳이다. 마을 주민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해동갑으로 동네 마실 마치기가 어렵다. 빈틈없는 도시민들에게 ‘덤’이라는 시골마을의 넉넉함이 있는 실레마을은 쉼터를 자처한다. 주막에 들러 들병이의 노랫가락에 흥을 얹고 싶다면 실레마을을 추천하고 싶다.

글·사진=김남덕 사진부국장 kim6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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