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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의 혈관 국도를 살리자]고려·조선의 역사 품은 천년 사찰서 삶의 의미를 돌아보다

(13)춘천 청평사

 

 

화이자 벼슬 버리고 37년간 산속 은거
김시습도 세상 시름 품은 채 이곳 찾아
고려시대 원나라 왕실 안녕 기원한 사찰
곳곳에 문화유산…춘천 문화 대표 상징


고성을 출발해 인천 방향으로 국도 46호선을 따라 진부령을 넘어 인제 원통을 거쳐 광치령을 넘어 양구 그리고 화천에 이르렀다. 배후령을 넘으면 춘천이다. 38선이 가로지르고 있는 배후령은 분단사와 월남전 파병, 5·18 진압 공수부대원 등 근대사를 간직하고 있다.

배후령을 넘기전 원형교차로에서 왼쪽 방향으로 가다보면 소양호반에 있는 청평사를 만난다. 천년사찰 청평사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을 품어왔다.

고려 대학자 김부철이 쓴 문수원기에 따르면 춘주의 청평산은 옛날의 경운산이며 문수원은 옛날의 보현원이다. 당초에 선사 승현이 당나라로부터 신라로 와서 광종24년(973) 처음 경운산으로 와서 절을 짓고 백암선원이라 했다. 문종 23년(1069) 무신년에 좌산기상시 지추밀원사(左散騎常侍知樞密院事) 이의가 춘주도 감창사가 되었을 때 경운산의 빼어난 경치를 사랑하여 백암선원의 옛터에 절을 짓고 보현원이라고 했다.

그 뒤에 화이자가 벼슬을 버리고 여기에 은거하니 도적이 그치고 호랑이와 이리가 자취를 감추었다.이에 산 이름을 청평산으로 원을 문수원으로 고쳐 부르고 보수했다. 희이자는 곧 이이의 장님으로 이름은 자현(資玄), 자는 진정(진(眞精)이고 시호는 진락(眞樂)인데 모두 37년 동안 산에서 살았다고 한다. 왕실과 관련된 인물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청평산에 들어와 청빈하게 살다간 진락공은 이후 매월당 김시습도 세상의 시름을 마음에 품은 채 설잠이란 법명으로 이곳을 찾아와 세향원이란 집에서 스님을 가르치며 살았다. 진락공과 매월당의 높은 뜻은 초야에 뭍혀 은거하며 세상이치를 깨닫고 싶어하는 조선 선비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다. 주자성리학을 실천하며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청평산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최애 순례지가 되었다.

북한강줄기를 막아 소양댐을 만들면서 사찰로 가는 길은 뱃길과 자동차 길 두 개가 생겼다. 주말이면 소양댐에서 출발하는 청평사행 배편은 만선을 이룬다.

뱃길에서 사찰까지는 1시간가량 잡아야 한다. 사찰은 고려와 조선의 유적에 남아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공주상이 나온다. 고려 원나라 태정왕후(고려 광주 김심의 딸)가 황후로 오르자 고향인 고려국에서 자신을 비롯한 자녀들을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사찰이 필요했다. 청평사는 원나라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찰이었고 조선 문종 때는 조선 왕실의 후원 사찰이었다. 사찰 입구의 회전문(보물 제 164호), 대웅전 계단석의 태극문양은 최고의 장인이 손길로 만들어져 기품이 넘친다. 사찰내의 태극 문양은 경주 감은사지, 양주 회암사지, 속초 신흥사의 문양보다 조형미가 뛰어난 우리지역의 자랑이다.

사찰 뒤편으로 가면 선동계곡이 나온다. 암각자 청평선동, 청평식암은 고려 이자현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고려 왕실에서 전해준 차를 달여 마시던 차 유적지도 사찰의 품위를 높여주고 있다. 사찰로 가는 환희령 옛길엔 다양한 암각자들이 즐비하다. 사찰에서 수도하다 입적한 많은 스님들의 법명과 남무아비타불, 인도 산스트리어, 의병에 참가한 원주진위대 춘천분찰대원들,름, 조선 사대부들과 친일 관료 흔적이 바위 등짝을 덮고 있다. 곳곳에 넘쳐나는 문화유산은 왜 청평사가 춘천문화의 90%를 차지한다고 하는가를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중생들의 마음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사찰은 인생의 중심추 역할을 자처해 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시대의 물음에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가르침을 주며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빠르게 살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느린시간이 주는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천천히 살아가는 지혜를 찾고 싶다면 마음을 내려놓는 이곳에서 구하라.

글·사진=김남덕 사진부국장 kim6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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