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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 나무 기행]금강산에 뿌리내리고 온몸으로 벼락 받으며 오랜 세월 견뎌

조선 이깔나무

 

 

북강원도 고성 금강산 세존봉서 자라
바위틈 속 자리잡아 평지 나무와 달라
본보 기자 등 구성 탐사단 두차례 탐방
남측 철원 대성산 등 일부지역만 자생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제부흥이고, 다른 하나는 산림녹화다. 산림은 자연재해를 줄이고 빈약한 국토에 영양분을 주는 비료와도 같다.

우리 산하는 1950년 전쟁으로 전국의 국토가 초토화돼 헐벗은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다. 현은사시나무, 아까시나무, 미류나무, 리기다소나무, 낙엽송은 당시 민둥산에 즐겨 심었던 수종들이다.

당시 산은 화전민들의 터전이었다. 사람들은 불을 내서 잡목을 없앤 땅에 곡식을 심어 생계를 이어 왔다. 화전민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산에서 하산해 농촌에서 일품을 팔거나 도시 노동자로 이직해야 했다. 산에서 사람들이 떠나고 그들의 생계터전이었던 화전엔 일본 이깔(잎깔, 입갈)나무와 잣나무가 채워졌다. 1970년대 화전민 정리 작업(?)을 실시한 정부는 화전민들이 밭으로 사용한 산기슭에 일본 이깔나무와 잣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다. 전국 어디를 가도 잣나무와 낙엽송 군락지를 본다면 십중팔구 화전민 흔적이 있던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보는 낙엽송은 일본 이깔나무다. 이 나무는 사계절 잎이 푸른 상록수로 보이지만 가을에 잎을 갈기 위해 낙엽이 지는 특성이 있다. 잎을 가는 나무라는 뜻으로 잎갈나무, 이깔나무, 낙엽송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조선 이깔나무는 남측에서는 철원 대성산 등 일부 지역에 있을 뿐 좀처럼 보기 어려운 나무다.

북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세존봉(1132m)에 조선 이깔나무가 자라고 있다. 세존봉 코스는 7시간 걸리는 코스다. 금강산 관광길이 열렸을 당시 일반 시민들도 신청만 하면 접근할 수 있었지만 체력을 요구하는 길이었다. 강원일보 기자, 생물학자들로 구성된 북강원도 금강산 자연생태 탐사단은 2005년 6월, 2008년 6월, 두 차례 금강산 구석구석을 돌며 자연을 담아왔다. 금강산 세존봉은 일반적인 코스가 아니어서 특별히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공개되는 코스다.

세존봉은 1,132m로 외금강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금강산 최고의 경치를 볼 수 있는 봉우리다. 비로봉, 천선대, 채하봉, 백마봉 전망대와 더불어 금강산 5대 전망대 중의 하나로 꼽히는 세존봉 정상에 올라서면 한눈에 비로봉을 비롯한 수많은 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었다. 또한 온정리 마을을 비롯해 고성군 일대와 동해의 고성항의 풍경은 덤으로 즐겼다.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세존봉 사이에 이깔나무가 서 있었다. 오랜 풍상을 온몸으로 체험한 듯 수피는 하늘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다. 일본 이깔나무가 온실에서 자란 나무로 보인다면 조선 이깔나무는 야생에서 살아남은 호랑이의 눈처럼 넘보지 못할 포스를 간직하고 있었다. 세존봉을 이루고 있는 바위와 나무들이 잘 어울려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었다.

나이가 제법 듦 직한 이깔나무들은 꼭대기 부근이 말라 죽어 있었다. 세존봉의 구성은 80%이상이 바위다. 조선 이깔나무는 이런 바위틈을 비집고 어렵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펑퍼짐한 바위를 집고 일어선 나무는 하늘의 눈총을 받고 있다. 벼락이 주변의 바위보다 키가 큰 이깔나무를 집중적으로 내리치고 있었다. 금강산 벼락을 온몸으로 받으며 살고 있는 나무다. 그래서인지 평지에서 보는 나무와는 사뭇 다른 포스를 풍긴다.

살아 있는 생물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론 동물은 보다 적극적이라 금방 눈치를 챈다. 그러나 식물이라면 어떨까? 세존봉의 조선 이깔나무는 바위에 걸터앉아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바위 암반에 뿌리를 내리고 수많은 세월을 지내는 동안, 조선 이깔나무는 산신이 된 듯 작은 덩치에서 내뿜는 에너지가 금강산을 덮고도 남는다.

사진·글=김남덕 사진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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