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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바닷길 걸어 마주한 섬… 바다와 하늘이 전시장

전남 여수 장도 여행

 

 

전남 여수는 365개 섬을 품고 있는 섬의 도시다. 그 중에서도 ‘예술의 섬’ 장도는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조성돼 2019년 5월 개방된 새로운 관광지다. 여수의 ‘강남’이라 불리는 신도시 앞 바다 지척에 남북으로 길쭉한 면적 9만 5000㎡의 이 섬은 부산 동백섬(14만 8500㎡)보다 작지만 섬에 깃든 풍경과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다.

 

물때 따라 드러나는 진섬다리 건너면 만나는 섬

산책로 곳곳에 조각·쉼터 있는 비대면 힐링 여행

GS칼텍스 지역사회 공헌사업으로 꾸민 ‘예술섬’

문화공간 ‘예울마루’는 자연의 일부 같은 건축물

장도 맞은편 소호동동다리는 ‘여수 밤바다’ 명소

 

 

 

 

■진섬다리와 세 갈래 산책로

 

여수 관광의 일번지가 진남관, 여수엑스포해양공원과 돌산대교, 케이블카로 이어지는 여수항 원도심이라면 장도가 있는 웅천동은 가막만의 북쪽 오목하게 파인 내만에 있는 신도시이자 떠오르는 관광지구다. 아파트숲을 지나 망마산 자락의 공연·전시장 GS칼텍스 예울마루 앞, 육지와 직선거리로 200m 정도 떨어진 가까운 바다에 장도가 있다.

 

장도로 들어서려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길이 335m, 폭 4.5m의 보행교를 건너야 한다. 장도의 옛 이름 ‘진섬’을 딴 진섬다리다. 물때에 따라 하루 두 차례 다리가 잠길 때는 입도가 통제된다. 물이 빠진 오후의 진섬다리 아래로는 주민, 관광객 할 것 없이 조개 따위를 캐고 있는 갯벌과 웅천친수공원의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다리 옆 바위 곳곳에 앉은 꽃을 든 꽃게 모양 조형물도 바닷물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다리 끝 팽나무쉼터를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 브론즈 조각 ‘코끼리 거북이’(최원석 작가)를 지나면 김태인 작가의 철제 얼굴상 ‘우연한 팽창’과 함께 ‘예술의 섬 장도’ 안내판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여기서부터 섬 구석구석에는 바다와 하늘을 전시장 삼아 25명 조각가의 현대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1월 30일까지 계속되는 예울마루 야외조각전의 작품들이다.

 

팽나무쉼터에서 섬 남쪽 장도전시관까지 가는 산책로 코스는 세 갈래로 나뉜다. 섬 안내도에 따르면 섬 입구에서 서쪽으로 소호동 방면을 바라보며 걷는 해안 산책로가 보통 코스로 편도 30분, 안내센터에서 섬 중앙 언덕을 가로지르는 빠른 코스가 편도 20분 정도 걸린다. 섬 동쪽 해안을 따라가는 여유로운 코스는 편도 40분 정도가 걸리는데, 대낮에도 어둑할 정도로 울창한 짧은 숲길 구간이 포함된다.

 

전체 해안선이 1.85km라 길지 않고 어느 코스든 바다가 보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모든 코스를 즐기면서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곳곳에 조각 작품과 함께 설치된 쉼터가 있고, 언덕을 따라 다단식 다도해정원과 허브정원도 조성돼 지루하지 않다. 보통 코스와 빠른 코스는 평지나 완만한 경사의 무장애 산책로라 휠체어와 유모차도 산책이 가능하다.

 

장도전시관에서 실내 기획전시(현재 고도현 작가의 ‘물빛’전)도 보고 카페에서 한숨 돌릴 수도 있다. 전시관 위의 잔디광장도 머무를 가치가 있다. 섬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서 너른 잔디 위로 자연과 조화를 이룬 조각 작품 사이를 거닐면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경험은 ‘예술의 섬’을 압축하는 장면이다.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파란 색 말 조각 ‘쿼드루페드’(조영철 작가)도, 그 곁을 뛰노는 아이도 날아갈듯 산뜻하다.

 

 

■진섬이 예술의 섬이 되기까지

 

섬의 정남쪽 전망대에서는 홍합양식장의 하얀 부표가 점점이 누운 푸른 다도해를 만날 수 있다. 양쪽으로는 더덕섬이라는 뜻의 가덕도와 그 너머 소호동의 풍경이, 왼쪽으로는 ‘두레기’에서 유래한 또다른 섬 두력도와 아파트의 풍경이 보인다. 전망대 난간 위, 빨간 ‘하트’ 두 개를 역도처럼 들어올리고 있는 초소형 작품 ‘사랑의 역도사’(최병수 작가) 너머로 빛나는 오후의 윤슬이 날선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장도는 GS칼텍스재단의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의 일부다. GS칼텍스는 종합 석유화학산업 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모태 기업 격으로, 2006년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1100억 원을 투입해 망마산 일대 70만㎡ 부지에 문화예술공원을 조성하기로 한다. 1단계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에 맞춰 공연·전시장 예울마루가 개관했고, 2단계 장도는 2015년 조성을 시작해 4년 만에 개방됐다..

 

프랑스의 거장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해발 142m의 망마산과 바다가 만나는 지형에서 착안해 ‘유리의 강’(글래스 리버)이라는 테마로 예울마루를 설계했다. 예울마루는 산 지하로 1000석이 넘는 대극장과 소극장, 4개 전시실이 있는 8개 층 건물을 집어넣어 경사면 밖으로는 물결 모양 유리 지붕만 보인다. 건물이 주위 환경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 건축이다.

 

장도전시관도 예울마루처럼 언덕 아래 길쭉한 건물을 넣어서 섬의 지형을 살렸다. 멀리서 보면 망마산의 예울마루 지붕에서 시작된 물결이 진섬다리를 거쳐 장도로 흘러드는 모양이다. 개발로 이주하기 전까지 주민들이 생활하던 공간을 살리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옛 주택 부지에 입주 예술가들의 스튜디오를 세웠고, 마을 우물과 대피소 겸 창고로 쓰던 토굴도 남겼다. 개발 과정에서 발굴된 4세기 집터 유적도 있다.

 

 

■가까운 ‘여수 밤바다’는 여기

 

장도는 조성 2년 만에 예술의 섬이자 비대면 관광지로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났지만 주민들이 사랑하는 산책로이기도 하다. 열기가 가시고 물이 차오르는 저녁 나절이 되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부쩍 늘었다. 섬 관리용을 제외하면 차량 진입이 일절 금지된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에 잘 관리되는 화장실과 카페가 있고 보행 약자도 반려동물도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니 당연한 일이다.

 

장도가 보이는 해변은 웅천친수공원이다. 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의 하나로 2010년 준공된 인공해변으로, 폭 60~100m, 길이 360m의 모래사장과 덱 45개, 잔디 25개의 야영장, 카약, 패들보트, 딩기요트 등을 즐길 수 있는 해양레포츠 체험장도 있다. 공원 옆으로는 마리나 시설 주위로 식당, 카페, 숙박시설 등도 있어서 세련되고 여유로운 도시 해변을 만끽할 수 있다.

 

더 걷고 싶다면 예울마루 공연장에서 여수 선소유적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다. 선소유적은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이 거북선과 판옥선을 건조하고 진수한 장소다. 이 곳은 장도와 가덕도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 덕분에 고려시대부터 조선소이자 천연의 요새였다.

 

장도에서 가덕도 너머 보이던 소호동의 소호동동다리는 여수항과는 또다른 매력의 ‘여수 밤바다’ 명소다. 소호마리나 주차장에서 회센터까지 구간에 2016년 742m 길이 나무 덱 산책로와 2개 광장이 조성됐다. 시시각각 색을 바꾸는 경관조명 아래 호수 같은 밤바다가 찰랑인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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