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풍경도 눈높이가 달라지면 다르게 보이고, 속도를 늦추면 다르게 감각된다. 전남 목포의 목포해상케이블카와 신안의 12사도 순례길은 그렇게 남도의 풍경 한 자락을 새롭게 여행자 앞에 가져다놓는다. 두 곳 모두 개통한 지 2년 안팎의 신상 명소다. 시야를 멀리 두게 하고 붕 뜬 마음은 차분하게 하니 1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의 여행지로도 더할 나위 없다. 3.23km 길이 44분간 느긋하게 왕복 목포항·유달산 기암괴석·다도해 비경 승하차 자유로운 승강장 3곳도 매력 ■높은 곳을 날다…목포해상케이블카 목포해상케이블카는 올 10월 강원도 춘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가 370m 더 긴 코스로 개통하기 직전까지 국내 최장 케이블카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운행 거리 3.23km. 북항과 유달산, 고하도에 3개 승강장을 두고 산과 바다, 도심을 모두 지난다. 2019년 9월 개통해 한 달에 20만 명씩 관광객을 모으다가 코로나 탓에 주춤했다 한다. 11월의 마지막 주 찾아간 북항승강장은 평일인데도 다시 사람들로 북적였다. 캐빈은 10명 정원으로 큼직하지만 방역 관리를 위해 일행 단위로만 태운다. 북항을 출발한 캐빈은 목포항과 시가지를 발 밑에 두고 유달산의 기암괴석을 향해
공기의 온도는 낮아지고 밀도는 높아지는 계절이 오면 제때 들여다보지 못한 생각들도 가라앉아 부대낀다. 이럴 때 걷기는 최고의 처방이다. 걷다 보면 어떤 마음은 갈피가 잡히고 어떤 마음은 흘러간다. 경남 김해의 화포천습지생태공원에서 출발해 이어지는 봉하마을을 둘러보고 다시 습지로 돌아와 탐방로를 걸었다. 화포천의 생태와 봉화산의 사색, 봉하마을 산책을 더한 늦가을 걷기 여행. 140m 봉화산, 낮아도 탁 트인 높은 산 봉하마을선 작은 비석·낮은 집의 울림 화포천은 물억새 물들이는 노을이 압권 생태·사색·산책이 있는 느린 걷기여행 ■낮지만 높은 산의 숲길 화포천은 김해시 진례면 대암산에서 발원해 13개 지천과 합류해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낙동강 범람으로 만들어진 이 곳 습지에 화포천습지생태공원과 함께 화포천습지생태박물관이 조성된 건 2012년이다. 박물관에서 내려다보이는 습지생태공원은 굽이치는 화포천을 따라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강 건너편으로는 진영역-한림정역 구간의 경전선 철도가 강과 나란히 지난다. 습지생태공원 탐방로는 경관과 생태 특징을 고려한 5개 구역과 2개 목교를 기준으로 4개 코스로 나뉜다. 습지의 가을을 만나기 전에 공원에서
“구름 위에서 설레던 그 마음이 스멀스멀.” “유튜브로 기내방송 틀어놓고 먹으면 진짜 같아요.” “식구들과 의자 붙여 앉아서 비행기 느낌으로 먹어야겠어요.” 올 1월, 국내 한 항공사의 기내식 콘셉트 도시락 출시 이벤트에는 이런 후기가 줄줄이 달렸다. 이 도시락은 한 달 만에 1만 개가 팔렸다. 그 뒤로 1년, 다가오는 새해에는 누구나 진짜 기내식을 먹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여행은 코로나 이전과 어떻게 달라질까. 해외여행 재개 소식과 함께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 들어봤다. 자가격리 안 해도 되는 곳 어디 홈앤쇼핑은 지난 6일 항공료와 가이드 경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터키 7박8일 패키지’ 상품을 9만 8000원 특가로 출시해 약 9000건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모두투어는 다음 달 22일부터 출발하는 ‘태국 치앙마이 골프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인터파크투어도 지난달 31일 TV 홈쇼핑에서 터키, 두바이, 스페인, 이집트의 패키지 상품을 판매해 1시간 동안 8600건, 모객 기준으로 약 2만 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련 해외입국자에 대한 입국 허용 조건과 격리 규정은 국가·지역별로 유형이 제각기 다르다. 외교부가 총 185개 국가·지역 조치 현
일상.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 2년 가까이 아득히 멀게 느껴지던 이 단어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곳곳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준비하는 긴장감과 설렘 속에서 대구로 향했다. 한순간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리가 텅 비었으나 이제 다시 여느 때처럼 인파로 넘치는 활력의 대도시. 이곳의 오래된 골목이라면 보통의 일상을 마중하기에 맞춤이다. 길잡이는 예술이다. 동산병원 외벽엔 지친 시민 위로하는 사진 전시 ‘대구의 인사동’ 봉산문화거리엔 화랑과 카페 즐비 대구문화예술회관, 눈길 잡는 대구사진비엔날레 연초제조창 고친 수창청춘맨숀, 공간 자체가 전시 ■대구동산병원에서 청라언덕으로 여정의 시작은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앞이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서문시장 입구와 마주보고 있는 일자 모양의 붉은 벽돌 건물은 등록문화재다. 대구 최초의 서양의학병원인 제중원을 전신으로 선교사 플레처가 1931년 신축했고,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 때는 경찰병원으로 사용됐다. 그리고 지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 극복의 중심지였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2019년 4월 본원을 달서구로 이전하고 이곳에 일부 기능만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병원 전체를 격리 병동으로 운영할 수
가을을 만나러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 갔다. 2019년 7월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국가정원은 1호 순천만과 달리 울산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태화강변을 따라서 있다. 햇볕이 느긋해지고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리는 이맘때는 국화축제의 인파가 몰리기 전에 너른 정원 곳곳을 여유있게 탐색하기 좋을 때다. 2019년 대한민국 2호 국가정원 지정 쭉쭉 뻗은 대나무 50만 그루 십리대숲 온몸으로 느끼는 피톤치드 ‘초록 샤워’ 밤엔 점점의 LED조명 은하수 내려앉은 듯 강변 빙 둘러서 있는 대나무 가벽 장관 삼호대숲선 소박하고 호젓한 낭만산책 63종 대나무 아기자기 ‘생태원’ 품 안에 24종 2만 4000여 그루 무궁화 정원도 ■십리대숲의 낮과 밤 태화강 국가정원은 83만 5000여 ㎡, 축구장 117개를 넘는 면적이다. 처음 방문한다면 어디부터 어떻게 봐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정원의 지도를 보면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크게 위쪽의 태화지구(중구)와 아래쪽의 삼호지구(남구)로 나뉜다. 태화지구 면적이 좀 더 넓은데, 대표 전경 사진에서 보이는 둥그런 반원형 정원이 이 곳이다. 십리대숲과 대부분의 테마정원이 여기 속한다. 강을 건너는 도보
걷기 좋은 계절, 경북 포항을 두 발로 걸어서 만났다. 한 번은 폐철도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도심을, 또 한 번은 영일만을 끼고 바다 위와 어촌 마을을 걸었다. 2019년 포항시 승격 70주년을 맞아 시민과 관광단체가 재선정한 포항 12경 가운데 새로 진입한 포항 철길숲과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다. 대한민국 최동단의 바다, 철강과 해병대의 도시 포항을 가장 가까이 느끼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포항 철길숲 시내 관통하는 폐철도에 조성한 산책로 66톤 얼굴 실루엣 비롯 곳곳 철 조형물 꺼지지 않는 ‘불의 정원’ 신기한 볼거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해안선 따라 호미곶까지 이르는 덱로드 지질공원 방불케 하는 기암괴석 경연장 걷는 내내 영일만 포스코·시가지 풍경 ■포항 철길숲과 불의 정원 폐철도를 산책로와 공원으로 만든 사례는 멀리로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가까이로는 부산 그린레일웨이가 있다. 포항 철길숲은 부산 그린레일웨이와 연원이 같다. 부산에서 출발해 포항을 지나던 동해남부선이 KTX 고속철도 신설로 이전한 자리에 포항시가 조성했다. 2011년 1단계(옛 포항역~유성여고) 2.3km 구간에 이어 2019년 2단계(효자역~옛 포항역) 4.3km 구간까지
산복도로와 원도심 풍경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영주하늘눈전망대 부산항대교와 북항 너른 밤 풍경에 매혹되는 영도해돋이전망대 낙동강 갯벌과 모래톱 물들이는 낙조에 위로받는 아미산전망대 엘시티 98~100층에서 바다와 도시를 내려다보는 부산엑스더스카이 가까이 있어 오히려 놓친 내 고장의 매력을 발견하기 좋은 때다. 하늘이 높아지는 계절의 전망대라면 잠시 일상을 벗어난 여행의 감각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부산에서 ‘부산’을 만나는 전망대 네 곳을 소개한다. 제각기 다른 풍경이지만 모두 부산의 얼굴이다. 진짜 부산을 여행하고 싶은 관광객에게도 물론 추천 코스다. ■영주하늘눈전망대 중앙공원 충혼탑이 굽어보는 망양로의 영주하늘눈전망대는 부산 산복도로의 전망대들 중에서도 단연 탁 트인 파노라마 전망을 자랑한다. 2016년 산복도로 걷기 좋은 산책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조각타일로 만든 큰 눈 모양 조형물이 내려다보는 풍경은 왼쪽으로 남구 신선대부터 부산항대교를 지나 영도구 봉래산과 오른쪽 끝 중구 용두산타워까지 한눈에 담기 어려울 만큼 계속된다. 전망의 씨줄이 좌우로 펼쳐진 항구의 전경이라면, 날줄은 수직의 산복도로 마을과 시가지다. 산복도로는 부산의 역사를 오롯
지금 부산 여행의 가장 뜨거운 연관 키워드는 ‘영도 피아크(P.ARK)’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노후공업지역에 어느날 뚝 떨어진듯 들어선 방주 모양의 거대한 건물. 올 5월 카페와 베이커리 층이 사전 오픈하자마자 입이 딱 벌어지는 규모와 기막힌 바다 경관으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정식 이름은 ‘피아크 문화복합 생산 플랫폼’. 보이는 것 이상의 전망을 품고 있는 피아크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선소 빈 땅에 크루즈 본뜬 6층 건물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방주 플랫폼’ 수직·수평으로 탁 트인 개방감 인상적 계단형 좌석에 길게 뻗은 오션 가든 4층 카페·2~3층 전시장·팝업 매장… 오륙도·부산항 ‘부산다운’ 풍경 조망 마케팅 없어도 일 평균 3000명 북적 ■가장 부산다운 전망 피아크는 최근 영도의 관광지 목록에 ‘핫샷 데뷔’했다. 영도대교에서 시계 방향으로 섬의 위쪽을 따라가다 동삼혁신도시가 나오기 전, 침체된 조선공업지역이 피아크의 무대다. 처음 방문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행선지는 4층의 카페&베이커리. 입구의 베이커리 진열공간과 밀크티 냉장고에서 원하는 메뉴를 고르거나 커피를 주문하고 나면 압도적인 규모의 공간으로 들어선다. 첫 인상은 탁 트인 개방감이다. 카페의
오늘의 지층을 이루는 역사와 시간을 견디고 남은 유물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박물관이 시공간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여행지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먼지 쌓인 진열장을 벗어나 새로운 관점과 구성의 전시로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요즘의 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았다. 옛날에 가봤다고 해도 방문한 지 3년이 넘었다면 당신이 알던 그 박물관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장마와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이라면 박물관만큼 쾌적한 여행지를 찾기도 힘들다. 새로운 관점·구성으로 진화하는 박물관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입체적 벽면 스크린·VR 영상 적극 활용 삼국 실물 무기 350여 점 비교 전시도 상설전시실 새로 꾸민 ‘국립경주박물관’ 개방형 공간에 여백 살려 유물 집중 전시 관람객에게 열린 수장고 ‘신라천년보고’ ■무기와 일기로 만나는 임진왜란 진주성에 갔더라도 국립진주박물관은 놓쳤을 수 있다. 공북문으로 입장할 경우 남강을 정면에 두고 왼쪽에 대표적인 명소 촉석루와 의암이 있고 오른쪽 끝, 기와 지붕을 목탑처럼 겹쳐얹은 나즈막한 2층 건물이 박물관이다. 진주성 경관 속에 녹아든 건축은 김수근의 작품이다. 국립진주박물관은 1984년 개관했고,
전남 여수는 365개 섬을 품고 있는 섬의 도시다. 그 중에서도 ‘예술의 섬’ 장도는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조성돼 2019년 5월 개방된 새로운 관광지다. 여수의 ‘강남’이라 불리는 신도시 앞 바다 지척에 남북으로 길쭉한 면적 9만 5000㎡의 이 섬은 부산 동백섬(14만 8500㎡)보다 작지만 섬에 깃든 풍경과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다. 물때 따라 드러나는 진섬다리 건너면 만나는 섬 산책로 곳곳에 조각·쉼터 있는 비대면 힐링 여행 GS칼텍스 지역사회 공헌사업으로 꾸민 ‘예술섬’ 문화공간 ‘예울마루’는 자연의 일부 같은 건축물 장도 맞은편 소호동동다리는 ‘여수 밤바다’ 명소 ■진섬다리와 세 갈래 산책로 여수 관광의 일번지가 진남관, 여수엑스포해양공원과 돌산대교, 케이블카로 이어지는 여수항 원도심이라면 장도가 있는 웅천동은 가막만의 북쪽 오목하게 파인 내만에 있는 신도시이자 떠오르는 관광지구다. 아파트숲을 지나 망마산 자락의 공연·전시장 GS칼텍스 예울마루 앞, 육지와 직선거리로 200m 정도 떨어진 가까운 바다에 장도가 있다. 장도로 들어서려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길이 335m, 폭 4.5m의 보행교를 건너야 한다. 장도의 옛 이름 ‘진섬’을 딴 진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