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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백서 만나자" 대구백화점 5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해방 전 설립 지역 최고(最古) 향토법인…국내 첫 정찰제 판매
지방 백화점 첫 신용 판매…"대백서 만나" 약속 장소로 유명
서울 빅3 진출 고객들 이탈…대백프라자 역량 집중 방침
대기업 백화점 잇단 출점, 코로나에 2018·2020년 영업손실 ↑

 

 

대구구백화점(대백) 77년사의 주축이던 대백 본점이 개점 52년 만에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다. 지역 대표 기업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 지역민들 허탈감이 클 전망이다.

 

대백은 현존하는 대구 향토 법인 가운데 해방 전 설립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1944년 구본흥 창업주가 오랜 역사의 문을 열었다.

 

이전까지 대구의 근대 상권은 진동문(현재 동성로), 달서문(서성로), 영남제일문(남성로·반월당네거리 일대), 공북문(북성로) 등 대구읍성 4대문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었다.

 

일본인이 세운 이비시야(1932년, 동성로1가)와 미나카이(1934년, 북성로)가 지역 첫째, 둘째 백화점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선인이 국내 처음 세운 반월당(1936년, 남성로)과 무영당(1937년, 서성로) 백화점이 잇따랐다.

 

이를 본 구본흥 창업주는 대구 종로 옛 동인호텔 일대에 '대구상회'를 세웠다. 일본 자본 이탈과 타 백화점 휴점이 이어지던 가운데도 지역민 사랑을 받으며 주변 상권 확장을 이끌어 왔다. 1945년 해방 직후 공산품 공급난에 밀수품 범람이 심화하자 국산품 애호운동 선봉에 섰고, 1950년대에는 현재 대백 본점 자리에 있던 유복상회를 인수해 기업 규모를 키웠다.

 

이후 1962년 대구백화점으로 법인전환한 뒤 1969년 지금 본점 자리에서 10층짜리 대형 백화점을 열었다. 국내 처음 정찰제 판매를 도입했고, 1979년 신세계와 미도파, 롯데에 이어 지방 백화점 중 처음 신용판매제도를 도입했다. 선도적 행보는 1984년 구본흥 창업주가 전국 유통업계 처음 은탑산업 훈장을 수상하는 쾌거를 낳았다.

 

대백의 순항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1988년 기업공개, 1993년 대구백화점 프라자점(대백프라자) 개점을 이어갔다. 1999년 지방 백화점 최초로 온라인 '대백몰'을 열었다. 회계연도 2001~2002년에 매출 6천9백억원, 영업이익 880억원, 당기순이익 413억원 등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02년 12월엔 기업 주가도 역대 최고인 2만9천원대를 찍었다.

 

그러나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점,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2016년 대구신세계 등 대기업 백화점이 잇따라 출점하자 향토 기업 대백은 휘청이기 시작했다. 대구 상권이 대학가 등으로 분산되면서 동성로 유동인구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대백은 지난 2018년 184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입었다. 2017년 4월 대구신세계 주변에 야심차게 문 연 대백아울렛 동대구점도 17개월 만에 간판을 내리고, 현대백화점 시티아울렛에 10년 간 건물 임차를 내줬다.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지난해에도 역대 2번째 영업손실(175억5천만원)을 겪었다. 연쇄 타격은 본점 휴점을 단행하는 중요 요인이 됐다.

 

대백은 이번 본점 휴점을 계기로 적자 폭을 줄이는 한편, 남은 대백프라자를 유통 주축으로 삼아 이곳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백프라자 주변에는 신규 분양 아파트가 잇따르는 만큼 생활형 백화점으로 거듭날 상품·브랜드 기획 전략을 세우고, 지역민과 유대감을 키워 고객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병원, 카센터 등 새로운 업종을 입점하는 방안을 두루 고려하고 있다.

 

대백 관계자는 "본점에 근무하던 직원은 많지 않아 대백프라자 등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라면서 "여전히 많은 시민들과 VIP고객 2천500여 명이 여전히 대백을 사랑해 주고 계신다. 지역민들 사랑에 꾸준히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