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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30주기' 애끊는 父情…"이젠 양심고백만 기다려"

철원 군 아버지 우종우 씨 하소연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 안 가보고, 안 해본일 없어
재수사 민 前 청장에 감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됐다. 지방선거로 임시공휴일이던 1991년 3월 26일. 대구 성서초등학교에 다니던 우철원(당시 13세), 조호연(12), 김영규(11), 박찬인(10), 김종식(9) 군은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사라졌고, 그후 다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 했다.

 

철원 군의 아버지 우종우(73) 씨는 "놀다 오겠다"며 벽에 걸린 점퍼를 들고나가던 아들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25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 우 씨는 지금도 한 번씩 아이들이 발견된 세방골 인근에 들러 아들을 향한 그리움을 달랜다고 했다.

 

우 씨는 그간 아이들과 관련된 작은 단서라도 있으면 안 가본 곳도, 안 해본 일도 없다. 이 과정에서 온갖 허위 제보로 입은 마음의 상처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우 씨는 "'아이들이 어느 창고에 있다', '바닷가에서 새우잡이를 하고 있다'는 무속인, 해몽가들의 말에 몇 번이나 경찰과 현장을 찾았지만 다 엉터리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사가 답보 상태에 머물며 제대로 된 이유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난 소년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차츰 식어갔다. 이 때문에 우 씨는 아이들을 위한 추모식을 30주년이 되는 올해까지만 하겠다고 주변에 알리기도 했다.

 

그러다 용기를 얻은 것은 2019년 9월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대구를 찾아 재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다. 그는 "현직 경찰청장으로서 사건 현장을 찾은 건 민 전 청장이 처음이었다.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줘서 고맙다고 했다"며 "이후 수사가 진척된 것은 없었지만 퇴임할 때 직접 찾아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했다.

 

경찰의 미흡한 초동수사 과정은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초기 수사에서 소년들이 발견된 세방골 일대는 경찰의 수색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2002년 9월 유일한 증거인 유골 발굴 과정에서도 경찰은 곡괭이 등으로 땅을 파헤쳐 현장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구리 소년 사건은 2006년 3월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범인이 잡혀도 처벌할 수 없다. 가족들은 범인의 양심고백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26일 오전 11시 와룡산 선원공원에서 열리는 추모비 제막식에는 우 씨를 비롯해 일부 유가족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멀쩡한 아이들을 다섯이나 한꺼번에 잃었고, 지금까지 어떤 단서도 없으니 부모만 속이 끊어질 노릇입니다. 어떤 사람이,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이유라도 너무 알고 싶습니다. 우리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진실을 알려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허현정 기자 hhj22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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