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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동래읍성 유적 위에 동래구청 신청사 건립’ 논란

 

 

‘동래읍성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둘러싼 ‘보존 vs 개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유적지 위에 건립하는 동래구 신청사 문제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19일 자로 “(동래구 신청사 부지에)조선 시대 후기 동래읍성과 관련된 건물지가 확인돼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2차 전문가 검토회의 결과를 동래구청에 통보했다. 2차 전문가 검토회의는 지난달 15일 발굴 현장에서 열렸다(부산일보 10월 19일 자 17면 보도). 1년간 진행된 동래구 신청사 건립 사업 부지에서는 18세기 전반~일제강점기에 걸친 유구 총 97기가 발굴됐다.

 

문화재청 ‘현 위치 이전·복원’ 결정

동래구 “10년 숙원 사업 계속 추진”

시민단체 “인공 복원은 유적 파괴”

“유적지에 부지 선정부터 잘못” 지적

“동래읍성 보존 ·정비 계획 수립해야”

 

■개발 수용한 절충안

 

문화재청의 보존 결정은 ‘개발을 수용한 절충안’이라는 점이 문제다. 발굴된 전체 유구에 대해서 서울 공평동 보존 유적(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참고해서 ‘현 위치에 이전·복원’하라고 명시한 것이다. 서울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의 경우, 26층 건물을 지으면서 유적들을 떠냈다가 그 자리에 다시 가져와 지하 1층 1000여 평에 복원하는 형태를 취했다. 즉, 이번에 발굴된 동래읍성 유적을 동래구 신청사 지하 공간에 전시관 형태로 인공 복원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 위치 이전·복원’을 놓고는 ‘결국 유적 파괴와 다를 바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이런 행태가 자꾸 반복된다면 제대로 남아날 유적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번 경우는 ‘보존’에 적극적이어야 할 자치단체가 외려 ‘파괴’에 나서는 모양새여서 볼썽사납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단추 잘못 채웠다

 

애초부터 동래구 신청사 건립 문제가 단추를 잘못 채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청사 부지는 2006년 땅속에서 이미 확인된 동래읍성뿐 아니라 또 어떤 유적이 나올지 모르는 곳이고, 문화재 주변 경관도 해쳐서는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화재현상변경을 위해 지난해 10개월간 문화재심의위원회를 거쳤고, 그 이후 결국 유적이 나와 발굴에 1년을 소요하고 있으며, 이윽고 유적 파괴·보존을 둘러싼 논란까지 나오는 것이다.

 

이미 발굴 과정에서 유적 파괴가 진행됐다고 보기도 한다. 이번 발굴에서는 18~20세기 4개 문화층이 나왔는데 그중 위쪽 2개 층(19세기·일제강점기 문화층)은 걷어낸 것이다. 또 다른 문화재 전문가는 “19세기 문화층에서 나온, 배수로 등의 계획성을 갖춘 건물터는 동래읍성 관련 유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결국 파괴한 것 아니냐”고 했다.

 

현재 동래구는 문화재청의 유권 해석을 받았기 때문에 신청사 건립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무산된 도시철도 동래역 복합청사 건립 문제부터 따지자면 신청사 건립은 10년 묵은 동래구의 숙원 사업이다. 그래서 동래구는 ‘현 위치 이전·보존’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세워 오는 18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넘길 계획이다.

 

부산의 문화재지킴이 시민단체는 지난달 31일 33인 릴레이 시위단 출정식을 했다. 동래구청이 읍성 유적을 파괴하는 것에 항의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매일 현장 시위에 나설 거라고 한다. 이들은 청와대와 문화재청에 동래읍성 보존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서도 보냈다고 한다.

 

 

■동래읍성지역 보존 원칙 세워야

 

이렇게 동래읍성지역에 대한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충돌 문제는 계속 빚어지고 있다. 동래구 행태만 보더라도 이율배반적이다. 일제가 철저히 파괴한 전통 인문 공간인 동래부 동헌 건물들을 연차적으로 복원시키는 것과는 상반되게 동래읍성 유적지 위에 신청사를 추진하는 것이다.

 

문화재청도 이번에 절충안을 내면서 단서를 달았다. ‘향후 동래읍성 보존·정비계획 방안 등을 수립할 것’을 동래구에 통보한 것이다. 신청사 건립을 이번에는 허용하지만, 향후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를 단 셈이다.

 

그러나 뒤늦은 단서가 아니라 올바른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동래읍성지역이 제대로 살아남으려면 부산시와 시민사회, 동래구청이 보존 문제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선사·가야 시대 등을 아우르는 거대한 역사 유적인 동래 지역을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 ‘동래읍성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는 국가 사적과 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 등 15건이 몰려 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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