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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꼬마 봉준호가 다녔던 대구 아카데미극장, 역사 속으로?

'기생충' 봉준호 감독 "어릴 때 '로보트 태권브이' 봤던 기억"
경영난에…CGV 대구아카데미, 26일부터 영업 중단

"어릴 때 대구에서 살았어요. 대구아카데미 극장에서 '로보트 태권브이'를 봤던 기억이 나네요."

 

봉준호 영화감독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아카데미극장(현 CGV 대구아카데미)과의 인연이다. 대구를 떠난 지 오래 된 봉 감독의 기억에도 생생히 살아있는 CGV 대구아카데미가 26일 CJ CGV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영업을 중단했다. 60년 가까이 그 자리에서 영화상영을 계속해 왔지만 결국 영사기를 멈출 수 밖에 없게 된 CGV 대구아카데미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 후발주자였지만 동성로 도심 형성 주요 역할

 

'CGV 대구아카데미'라는 이름의 기원이 되기도 했던 아카데미극장은 1961년 대구 중구 남일동에 첫 선을 보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구의 유명 영화관은 만경관과 한일극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향촌동 인근에 몰려 있었고 아카데미극장은 동성로 입구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아카데미극장의 개관은 1957년 '키네마구락부'의 '한일극장' 재개관, 1958년 제일극장(현 문화예술전용극장 CT) 개관과 더불어 대구의 번화가를 동성로로 옮겨오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 멀티플렉스 시대 변화 시도

 

개관 이후 아카데미극장은 대구시내 주요 개봉관으로서 단관극장 시대의 영화(榮華)를 누렸다. 1997년 대구 최초의 복합상영관이자 서울 자본으로 세워진 중앙시네마가 개장하고 멀티플렉스 시대가 대구에도 도래하면서 아카데미극장도 변화를 시도한다. 1999년 아카데미극장은 단일관이었던 건물을 헐고 2001년 6개관 2천200석 규모의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탈바꿈한다.

 

'아카데미시네마'로 이름이 바뀐 아카데미극장은 2004년 11개관으로 확장해 다시 문을 연다. 또 당시 멀티플렉스 체인 중 하나였던 '프리머스시네마'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당시 의도치 않게 아카데미극장의 이름을 알리게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대구 지하철 참사'. 참사 당시 많은 TV 카메라들이 중앙로역 안의 사람들을 구조해내기 위해 아카데미극장 앞 출입구를 오가는 소방관들과 그 속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비췄기 때문이다. 이후 아카데미극장 앞은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흰 국화꽃으로 가득 덮이기도 했다.

 

 

◆ 간판 여러번 바꿨지만 코로나는 못 넘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체인의 파상공세에 계속 버텨오던 아카데미극장은 결국 2009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당시 아카데미극장은 우리은행과 한국투자신탁 등 금융권으로 구성된 채권단에 소유권이 넘어가 버렸다. 아카데미극장의 몰락은 당시 향토자본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다 2011년 아카데미극장은 부활의 계기를 마련한다. 롯데시네마가 극장 위탁 운영을 맡아 '롯데시네마 대구아카데미'로 다시 문을 열며 아카데미극장은 기사회생한다. 그러다 CGV가 직영점으로 인수, 현재의 'CGV 대구아카데미'점으로 간판을 달게 됐다.

 

60년 가까이 대구시민의 영화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주던 아카데미극장은 코로나19의 벽은 넘지 못했다. CJ CGV는 지난 22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일부 극장의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 '일부 극장'에 대구아카데미점이 포함됐다. 결국 코로나19의 파고에 아카데미극장은 언제 깨어날 지 모를, 혹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긴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