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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가을마다 짓밟히고 꺾이고…제주 새별오름 억새 수난

일부 방문객 진입 금지구역 들어가 사진 촬영…곳곳 훼손
각종 쓰레기도 널브러져…“탐방객 제한·분산 등 대책 필요”

 

제주의 대표적 억새 명소인 새별오름이 가을철만 되면 방문객들의 비양심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실외활동 선호도가 높아지는 데다, 억새 철을 맞아 새별오름을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방문객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7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은 평일 오전임에도 억새풀을 배경 삼아 ‘인생샷’을 남기려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억새가 짓밟혀 훼손된 모습이 오름 곳곳에서 발견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탐방로가 아닌 곳에 들어가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있었지만, 일부 방문객은 아랑곳없이 진입 금지구역의 억새풀 사이를 누비며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억새를 꺾어 손에 쥐고 사진을 찍는 방문객도 있었다.

방문객 진입 차단을 위해 설치된 경계줄도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태였다.

한 관광객은 “탐방로가 아닌 곳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은 알지만, 다른 사람도 가길래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들어갔다”고 말했다.

각종 SNS에서도 새별오름을 찾은 방문객들이 진입 금지구역에 들어가 촬영한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오름 곳곳에는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맥주 캔과 음료수 캔, 일회용 커피잔 등 각종 생활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새별오름 훼손 실태를 조사하는 제주참여환경연대에 따르면 새별오름 시간당 탐방객은 지난해 9월 26일 489명, 같은 해 10월 24일 584명을 기록했다.

하루 탐방시간을 8시간으로 계산하면 하루 평균 4000명 안팎의 방문객이 찾는 것이다. 이는 한라산 하루 방문객 수와도 맞먹는 수치다.

제주시와 애월읍은 오름 보호와 건전한 관광질서 확립을 위해 수시로 순찰 및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많은 방문객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오름의 경우 국립공원인 한라산과 달리 탐방로를 벗어나도 과태료 처분을 내리거나, 강제할 방법이 없다.

전문가들은 새별오름 탐방예약제를 시행해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진입 차단을 위한 경계줄 설치를 확대하는 것은 사진에 경계줄이 나오는 것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진입을 부추겨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하루 탐방객 수를 200명 안팎으로 제한하거나, 도내 오름을 전체적으로 홍보해 탐방객을 분산시키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유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