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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울경 통합, 마음에 와닿는 문화적 연대에 달렸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기 위해 추진되는 부울경 메가시티는 지역 문화의 새로운 국면을 열 수 있을 것인가. ‘부산 울산 경남의 통합과 연대’는 정치 경제뿐 아니라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중요한 화두다. 지방자치뿐 아니라 지역 문화도 ‘특별한 통합’으로 또 한 단계 비약할 수 있느냐 하는 기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문화 예술의 수도권 집중은 도를 넘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음악, 영화, 방송, 광고, 만화, 출판, 캐릭터 등 문화 콘텐츠 산업 매출액의 86.4%는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부산(2.5%), 울산(0.5%), 경남(1.3%)의 매출액은 모두 합쳐봐야 4.3%에 불과하다. 부울경은 수도권의 20분의 1 수준이다. 근년 중앙에서 출간되는 유수의 문학잡지를 보면 ‘지방 소멸’은 뚜렷하다. 이전에는 구색을 갖춘다고 지방 작가들도 섞여 있었으나, 이제는 구색조차 걷어찬 실정이다.

 

수도권에 맞선 동남권 통합론

정치·경제만큼이나 문화가 중요

가야사·낙동강·바다 개념 공유

행정구역 넘어 인문적 접근 필요

 

문화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울경의 통합과 연대’는 정치 경제 중심으로만 추진돼서는 안 된다. 문학 평론가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는 “부울경은 미디어 통합이 전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미디어는 물적 미디어(전철 기차 도로 배 등 교통망)와 문화적 미디어를 아우르는 것이다. 부울경 사람들이 제대로 오가지 못하면서, 또 마음은 따로 노는데 통합을 말하는 것은 명백히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첫째는 통행 시간 30분대 생활권을 형성하는 ‘광역교통’(동남권 형성의 제1 요건이라는 설문 조사도 있다), 둘째는 문화적 정체성과 문화적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시민들의 피부와 마음에 와닿는 통합의 요체라는 것이다.

 

특히 부울경의 문화적 통합은 마음을 소통하는 연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치 경제 차원에서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마음과 생각이 따로 놀면서 자기 것만 챙긴다면 모든 일은 허사라는 것이다. 실상 30년 지방자치를 통해 민간 차원의 교류는 분명히 줄었다. 이 점을 예사롭게 여겨서는 안 된다. 부울경이 행정 구역별로 제 팔 제 흔들기 식으로 모자이크처럼 분리·단절됐다는 것이다. 구모룡 교수는 “분리된 행정 구역을 넘어선 인문지리적 개념을 통해 문화적 통합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울경이 공유하는 그 개념의 예로 ‘가야사’ ‘낙동강 유역’ ‘바다’를 들 수 있다고 한다. 이들 개념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과 문화적 조사가 진중하고 총합적으로 이뤄져야 부울경의 문화적 통합을 비로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리된 행정 단위를 넘어설 생각의 틀이 핵심적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산연구원의 〈부산발전포럼〉 7~8월호는 특집 ‘부울경 메가시티 플랫폼 구축’을 실었는데 여기서 동남권의 정서적 동질감을 묶을 정체성 확립이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부울경 문화적 연대의 단초도 없는 건 아니다. 부산문화재단은 ‘비전 2030’을 통해 동남권 문화 연대 구축을 표명했다. 2017년 형성된 부울경 문화재단 네트워크를 더 강화하고, 기초문화재단 4곳(거제시 김해시 창원시 금정구)의 공동 협력 사업도 추진할 거라고 한다. 그러나 첫째, 문화가 핵심으로 다뤄져야 하고 둘째, 세밀하게 준비하면서 치밀한 내용을 갖추는 것은 과제다.

 

민간 문화 단체의 협의체 조직도 거론된다. 부울경 문화 예술 연대 사례로 1986년 결성된 부산경남젊은시인회가 기억되는데 이 단체는 부산 김해 마산 밀양 진주 통영 삼천포 등지를 돌며 지역 대회를 열면서 ‘지역 문학’과 ‘시대’를 큰 주제 삼아 10년간 활동을 이어 갔다. 여기에 참여했던 시인·평론가들이 지금 지역 문학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는 “부울경 문학(문화) 조직의 리더들이 만나 강고한 연대의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방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면서 그는 “부산이 해양수도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부울경 연대를 기반 삼아 동아시아, 동남아로 나아가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구모룡 교수는 “관광지에 다리를 놓고 호텔을 세운다고 동남권 통합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동남권 통합은 슬로건 반복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울경 통합을 하는 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문화적으로 무엇이 끊어져 있는지, 무엇이 장애인지, 어떤 걸 가지고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제껏 해 온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 치밀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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