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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강철비2’ 양우석 감독 “핵 잠수함에 갇힌 남·북·미 정상의 속내 궁금했다”

 

‘강철비(Steel Rain)’. 소형 폭탄을 여러 개 모은 ‘집속탄’ 폭파 시 강철 탄환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걸 이르는 말이다. 극한의 전쟁 상황에서나 쓸 단어인데, 요즘 극장가에 걸린 영화 포스터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양우석(51) 감독은 전작 ‘강철비’에 이어 지난달 29일 개봉한 자신의 신작 ‘강철비2: 정상회담’에 다시 한번 이런 제목을 붙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감독은 “한반도 상황을 잘 드러낸 단어라고 생각해 영화 제목으로 붙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양우석 감독은 지난 10년간 웹툰과 영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이야기해 왔다. 2011년 웹툰 ‘스틸레인’을 시작으로 ‘스틸레인2: 강철비’와 ‘스틸레인3: 정상회담’ 등 웹툰 세 편, 영화 ‘강철비’와 ‘강철비2: 정상회담’ 등 영화 두 편을 선보였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 시리즈의 목적은 결국 남북 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시뮬레이션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한반도는 불을 지르면 불타기 참 좋은 곳이다.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으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미·중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우리도 이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지만, 선택지가 별로 없다. 더 많은 상상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 이런 상황을 영화로라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0년간 웹툰·영화로 한반도 문제 다뤄

핵 잠수함 ‘백두호’는 한반도의 압축판

한반도는 불 지르면 불타기 좋은 환경

위험한 상황 경고하기 위해 영화 제작


 

 

이번에 개봉한 ‘강철비2: 정상회담’은 양 감독의 웹툰 ‘스틸레인’ 시리즈 중 마지막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남·북·미 정상 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 잠수함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일이 주요 줄거리다. 감독은 전작에서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으로 내려온 뒤 벌어지는 한반도의 운명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한반도를 둘러싼 얽히고설킨 국제 정세를 폭넓게 담았다. 일본의 독도 도발과 북·중 순치 관계, 미·일 동맹,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분쟁 등이 주요 소재로 쓰였다.

 

양 감독은 “이 작품에 나오는 시뮬레이션들은 군과 첩보 기관 등에 실제로 다 있는 것들”이라며 “유수의 해외 싱크 탱크들이 예측한 시뮬레이션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 드리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작품에 나오는 북한 말을 영어와 일본어처럼 모두 한글 자막으로 처리한 이유도 설명했다. “북한 말을 외국어로 느끼도록 조금의 이질감을 주고 싶었어요.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선 그들을 완벽한 타국으로 인정해야 하잖아요. 북한 말에 자막을 달았지만, 아이러니하게 번역을 하지 않아도 돼요. 그것 자체로 북·미 사이에서 남한의 중간자적 입장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의 주요 공간인 핵 잠수함 ‘백두호’는 한반도의 압축판이다. 비좁은 잠수함 안에서 평화 수호파와 강경파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휴전하고 협상하는 모습은 한국전쟁 이후 70년 동안 한반도가 걸어온 길을 떠올리게 한다. 양 감독은 “바다 밑 좁은 공간에 수십 명의 남자가 뒤엉켜 있다”면서 “남자들은 넓은 데 풀어놔야 협상을 잘한다는 속설이 있던데 이걸 뒤집어 보고 싶었다. 이들을 아주 좁고 답답한 곳에 모아 속 이야기를 하게 만들어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참신한 역발상 덕분일까. 백두호는 극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으면서, 동시에 분위기를 환기한다. 긴장감 넘치는 잠수함 액션은 역동적이면서 화려하고, 좁은 공간에서 설전을 벌이는 세 정상의 모습은 해학적으로 비친다. 양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계속 틈을 노렸다. 어렵고 무거운 대사를 어떻게 넣어야 관객이 웃으면서 즐길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양우석 감독은 2013년 처음 연출한 ‘변호인’으로 1000만 관객을 모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양 감독은 “당시 마흔넷이었다. 은퇴할 나이에 영화를 시작하면서 어떤 포지션을 갖고 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한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앞으로 감독이 걸어갈 연출의 방향도 그렇단다. “다시 한번 영화 연출의 기회가 있다면 ‘가족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나라 인구가 다른 나라보다 급속하게 줄고 있거든요. 오늘날 가족 형태와 구성원에 대한 변화, 거기에서 파생된 고민을 영화에 담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