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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송도 구름다리, 바닥 막혀 바다 안 보이는데 입장료 2000원?

 

지난주 개장한 부산 서구 송도용궁구름다리의 유료화 추진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인근 관광 인프라와 연계 등 아직 유료 관광 상품으로서의 품질 확보가 안 돼 있어, 2000원으로 책정된 요금이 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통한 추가 관광상품 개발과 주변 상권 활성화 등의 부수효과를 고려하면 오히려 무료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개장 후 첫 주말인 지난 6일 오후 2시께 송도용궁구름다리를 찾은 김 모(44) 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길이가 120m로 짧아, 딱히 오래 즐길 요소가 없었다. 특히 구름다리의 매력은 아찔함이 느껴지는 스릴인데, 바닥 부분이 투명한 유리가 아니라 촘촘한 구멍이 뚫린 금속으로 되어 있어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없었다.

 

서구청 ‘내년 유료 전환’ 논란

“길이 짧고 스릴 떨어져” 지적

주변 관광인프라 연계도 부족

 

타 지역 구름다리 대부분 무료

“지역 활성화 위해 무료 유지를”

 

김 씨는 “지난주에 비슷한 길이의 창원 ‘콰이강의 다리’를 다녀왔는데, 아래가 강화유리로 돼 있어 아찔한 기분도 느껴지고 재미도 있었다”며 “하지만 송도용궁구름다리는 스릴을 느끼기에는 좀 부족했고 길이도 너무 짧았다. 경험 삼아 한 번 정도 올 만한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이곳을 찾은 이 모(34) 씨도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이곳으로 넘어오는데 걸어서 30분이나 걸린다고 해 차를 타고 이동했다”며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송도용궁구름다리가 있는 암남공원으로 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케이블카 요금도 만만찮아 결국 차를 타고 겨우 넘어왔다. 만일 입장료를 내야 하면 그냥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거북섬 구름산책로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암남공원에 조성된 송도용궁구름다리는 지난 5일 정식 개장했다. 국·시·구비 49억 원이 투입됐으며, 길이 127.1m, 폭 2m 규모다. 이미 사라진 옛 송도구름다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송도의 새로운 즐길거리로 선보였다. 옛 송도구름다리는 1987년 7월 태풍 셀마 때 부서져 2002년 철거됐다.

서구는 일단 올해 연말까지 무료로 송도용궁구름다리를 운영한 뒤 내년에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입장료는 2000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주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특히 개장 이후 현장을 다녀온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기대보다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아 유료화가 결국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다른 지역의 구름다리와 비교해 보아도 입장료가 과한 편이다. 2017년 개장한 창원 ‘콰이강의 다리’는 길이 170m로 송도용궁구름다리보다 50m 긴 데다 아래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투명한 강화유리 바닥이지만, 무료로 운영된다.

 

국내 최장 길이(200m)를 자랑하면서 입장료의 일부를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원주의 ‘소금산 구름다리’가 사실상 1000원임을 고려하면 송도용궁구름다리의 입장료 2000원은 과하다는 게 입장객들의 주된 반응이었다.

 

주변 관광인프라와의 연계도 부족하다. 인근 송도해수욕장까지 걸어서 30분 이상 걸려, 해수욕객의 직접적인 유입이 쉽지 않다. 또 송도 관광의 핵심으로, 바로 위에 위치한 송도해상케이블카와도 전혀 연계돼 있지 않다. 서로 통하는 길을 만들고 송도해상케이블카와 송도용궁구름다리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만 두 시설 모두 상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도해수욕장 주변 관광 인프라들이 서로 연결돼 있지 않다보니, 2017년 6월 개장한 뒤 반년 만에 95만 명의 탑승객을 모은 송도해상케이블카는 2018년 120만 명, 지난해에는 112만 명으로 탑승객이 감소하고 있다.

 

서구는 송도용궁구름다리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인프라 연계와 유료화 방향 등을 결정하겠다며 공식적으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서구 관계자는 “인근에 송도해수욕장과 케이블카가 있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인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추후 관광 인프라 활성화를 위해 고민 중이다. 유료화도 설문조사 후 최종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