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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번영과 공존, 가야의 본모습을 만나다

 

부산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 주최로 6일부터 31일까지 ‘가야본성(本性)-칼과 현’ 특별전을 열고 있다. 1991년 가야사 복권을 선언한 중앙박물관의 ‘신비한 고대왕국 가야’전 이후 30년 가깝게 축적한 고고학과 역사학 성과를 집약한 전시다.

 

앞서 서울 중앙박물관에서 똑같은 이름의 특별전을 개막했을 때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 복원’ 코드에 맞춘 전시라느니, 전시물 한두 점을 두고는 역사 왜곡이라느니 따위의 과잉된 논란이 있었다. 가야사 자체가 여전히 비주류 주변부 역사로 머물고 있기에 나오는 논란일 것이다. 하지만 몇몇 문제 제기가 가야사 진면목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 취지 전체를 가릴 수는 없다.

 

부산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가야본성-칼과 현’ 공동 특별전

가야사 연구 30년 성과 집약

국보·보물 등 2500점 전시

사전 예약제·VR 콘텐츠 제공

 

부산박물관 전시는 3달간의 중앙박물관 전시와 견줄 때 ‘같은 듯 다른 전시’다. 파사 석탑과 구지가를 소개한 초입의 신화 부분을 논란 때문에 다 덜어 내고(그러나 이게 아쉽다), 4가지 전시 주제(번영, 공존, 힘, 화합)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낙동강 하구역’에 더 집중하는 전시를 했다. ‘공존’을 첫 주제로 내건 서울과 달리 부산에서는 ‘번영’을 첫 주제로 내걸어 변한(김해 양동리 162호분)과 가야(김해 대성동 29호분)의 지배자 무덤 부장 모습과 유물을 보여 주면서 중국·한반도·왜를 잇는 당대 최고 국제항으로서 낙동강 하구역 가락국(김해)의 번성을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 관점에서는 김해와 더불어 전기 가야의 핵심을 이룬 부산 복천동 고분군 세력에 대한 조명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아쉽다. 김두철 부산대 고고학과 교수는 “중앙박물관 전시는 120년 지속한 고령 중심의 후기 가야에 쏠려 있었던 데 비해 250년 지속한 김해·부산의 전기 가야에 크게 중점을 두지 못했다”며 “신라와 왜에 큰 자극을 준 4세기 가야의 핵심적 양상이 빠져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부산 전시는 이를 많이 보완한다고 한 것이다.

 

유물 2500점으로 채워진 특별전에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주목할 것들이 많다. 국보·보물만 8건 30점에 이른다. 근년에 지정된 것이 대부분이며 지난 2월 보물로 지정된 부산 복천동 11호분 출토 도기 거북장식 원통형 기대도 만날 수 있다.

 

‘공존’ 방에는 4m 높이로 빙 두른 토기방처럼 가야 각국의 토기 180점이 전시돼 있다. 그 토기들이 가락국(김해·부산) 아라국(함안) 고자국(고성) 비사벌국(창녕) 가라국(고령)이란 국가 명칭을 호명하고 있다. ‘힘’ 방에는 중무장한 가야 장군 모형과 함께 3~5세기 가야 갑옷 10점이 위엄 있게 도열해 있다. ‘화합’ 방에는 36명 이상을 순장한 가라국의 지산동 44호분을 재현해 놓았다.

 

한국 문화의 원류로서 북방계 문화뿐 아니라 남방계 문화를 증명하는 인골과 집 모양 토기, 중국과 관계뿐 아니라 가야와 왜·백제·신라의 복잡다단한 국제 관계를 보여 주는 유리, ‘용·봉황 고리 큰 칼’ 등 빛나는 유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말 탄 사람을 흘림체로 새긴 양동리 3세기 토기, 도공에게 그릇을 주문하면서 자기 이름 ‘이득지(二得知)’를 그릇 안쪽에 새긴 5~6세기 산청 토기, 해상왕국의 성격을 증명하려는 듯 가야 곳곳에서 출토된 배 모양 토기들, 고개를 뒤로 앙증맞게 젖힌 함안의 5세기 사슴 모양 뿔잔, 가락국 대성동 고분 여성 순장자의 4세기 빗 모양 장신구가 가야인의 숨결을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생생히 전하고 있다.

 

이현주 부산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고구려의 남정(南征)으로 가야사 전환점이었던 400년은 경자년이었다. 마침 올해 경자년에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박물관 등 27곳의 가야 유물을 한군데 모은 대형 전시”라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예정보다 한 달 늦게 6일 개막한 특별전은 개막식도 없었다. 전시 관람은 당분간 인터넷을 통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기에 다소 바듯하다. 특별전 내용은 부산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게끔 VR 콘텐츠로도 제공돼 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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