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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김천의 100산 100설] <2>백두덕대단맥(신선봉~고성산)

 

백두덕대단맥의 시작은 백두대간 형제봉에서 갈라져 나온 신선봉(927m)이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산줄기는 진밭산(723m), 바래봉(584m), 동구지산(655m), 덕대산(811m)을 거쳐 고성산(482m)에 이르러 감천과 직지천으로 스며든다.

 

이 산줄기 우측에 모인 물줄기는 감천으로 흘러들고 왼쪽 사면을 흐르는 물줄기는 직지천으로 모여든다. 감천과 직지천은 김천을 이르는 '삼산이수(三山二水)' 중 '이수'에 해당하는 물줄기다.

 

백두덕대단맥의 끝인 고성산은 김천의 진산이다.

 

김천의 중심시가지는 고성산 자락을 끼고 형성됐다. 고성산에 오르면 감천과 직지천을 끼고 형성된 김천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성산은 김천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산으로 자리매김해 온 탓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신선봉~고성산, 백두덕대단맥 산행

 

백두덕대단맥 산행은 신선봉에서 출발해 진밭산, 바래봉, 동구지산, 덕대산, 고성산 정상을 지나 김천 시내로 하산키로 했다. 표고가 높은 신선봉에서 출발하는 것이 산행 강도를 낮출 수 있다고 셈을 했다.

 

하지만 출발지인 신선봉을 오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일정을 바꿨다. 도로 사정 등을 감안해 신선봉을 먼저 오르고 다른 봉우리는 다음에 오르기로 했다.

 

신선봉은 운수봉, 백운봉, 황악산, 형제봉 등과 함께 직지사를 말굽형으로 감싸고 있는 봉우리들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신선봉을 단독으로 오르기보다는 직지사 입구에서 출발해 황악산을 돌아 다시 직지사 입구로 회귀하는 코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백두덕대단맥의 첫 봉우리를 찾는 산행이라 일반적인 코스가 아닌 '전원교회 전원수양관'에서 출발해 최단코스로 신선봉 정상으로 향했다.

 

전원수양관 앞에 차량을 주차하고 신선봉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지인 계곡에서 우측 능선으로 올랐다. 능선을 따라 1시간 가량 오르자 직지사 입구에서 신선봉을 향하는 등산로와 합쳐진다. 이곳에서 약 250m를 더 오르자 신선봉 정상이다. 별도의 표지석은 없고 등산안내판에 신선봉이라고 적혀 있다.

 

오르는 길 대부분이 급경사로 짧은 등반시간에 비해 강도는 높은 산행이다.

 

신선봉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형제봉과 황악산이, 북서쪽에서 남서쪽으로는 진밭산과 덕대산, 고성산이 보인다.

 

 

두 번째 산행은 화실재에서 시작했다. 화실재에 차량을 세우고 오른쪽 방향으로 잘 손질된 등산로를 타고 산행을 시작했다.

 

목재 계단을 통해 오른 능선 왼쪽은 숲으로 막혀 있지만 반대쪽은 시원하게 트여 신선봉과 황악산, 바람재 목장 등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바래봉은 진밭산 정상에 못미쳐 왼쪽으로 갈라진 길을 약 250m 정도 내려가야 만날 수 있다. 표지석 없이 누군가 바래봉이란 표시를 나무에 달아뒀다.

 

진밭산 정상 표지석을 지나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보면 장뇌삼 재배지가 있다. 이곳을 지나 마지막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동구지산 정상이다.

 

동구지산에는 산불전망대가 있어 탁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산행 방향 오른쪽으로는 공자동으로 불리는 대성리와 멀리 구성면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대항면과 봉산면이, 앞쪽으로는 덕대산이 시야를 꽉 채운다.

 

동구지산 정상에서 700개의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방하재에 도착한다. 방하재는 오른쪽 방하마을에서 왼쪽 방하치 마을을 잇는 고개길이다.

 

방하재에서 다시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올라 덕대산으로 향한다. 30여분을 힘겹게 오르자 정상석이 덕대산임을 알려 준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 2시간이 지났다.

 

마지막 고성산으로 향해 능선을 따라 오르고 내리다 보면 살태고개를 지나 정상을 향한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고성산 정상에 오르면 김천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백두덕대단맥에 얽힌 이야기들

 

▷사모바위와 할미바위

 

모암산 정상에 있던 사모(紗帽·벼슬아치들이 관복을 입을 때에 쓰던 모자)형상 바위의 정기로 인해 김천에 고관이 많이 배출됐다. 그러나 수시로 고향을 찾는 고관들의 수발에 힘이 든 김천역의 역리가 바위를 산아래로 굴렸고 이후 과거 급제가 끊겼다.

 

이에 양천동 하로마을에서 바위를 마을 입구로 옮겨 모신 뒤 옛 영화를 기원하자 다시 인재가 났다고 전한다.

 

또 풍수지리로 볼 때 김천의 형세는 혼인형이다. 모암산 사모바위와 황금동 할미바위는 신랑·신부로 감천 너머 황산을 병품삼아 식을 올려 축하객이 넘쳐났고, 이들로 인해 조선5대 시장인 김천장이 생겨나 김천이 크게 번성했다고 한다.

 

▷공자를 흠모한 선비들의 마을 공자동

 

백두덕대단맥의 오른쪽에는 '공자동'(孔子洞), '대성리'(大成里), '주례리'(周禮里) 등 유교와 관련된 지명의 마을들이 즐비하다.

 

17세기 중엽(1670년) 밀양 박씨, 경주 이씨, 김해 김씨 등 세 선비가 세상을 멀리하고 학문에만 전념하기로 의기투합하고 정착해 마을을 이룬 것으로 전한다. 이들은 유학의 종주인 공자를 흠모해 마을 이름을 공자동이라 했다.

 

공자동 마을 위쪽으로는 창평(昌平) 마을이 있다. 1750년 강릉 유씨 성의 한 선비가 정착한 이래 강릉 유씨 집성촌을 형성해왔다. 창평은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동성 곡부(曲阜)의 옛 지명이다.

 

이외에도 '안연대'(顔淵臺), '저익촌'(沮溺村), 백어(伯魚)마을, 명덕(明德)마을 등 공자와 공자의 제자, 아들 등 선현을 기리는 마을이름이 수두룩하다.

 

▷이성계의 역성혁명에 반기를 든 안동장군 이미숭

 

덕대산에는 옛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덕대산성지(德大山城址)로 알려진 이 성터에는 고려 말 안동장군(安東將軍) 이미숭(李美崇)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려 말 정몽주의 문하에 있던 이미숭과 진서장군(鎭西將軍) 최신이 이성계의 역성혁명에 반대해 관군과 충청도 미산(尾山)에서 접전했다가 패하고 덕대산에 들어와 성을 쌓고 싸웠다. 하지만 전세가 불리하자 성주를 거쳐 고령과 합천의 접경지역인 원산(元山·현 고령 미숭산)에서 군사를 조련해 후일을 도모했으나 접전 끝에 전사했다고 한다.

 

또 임진왜란 때에는 주민들이 이곳으로 피난해 성을 고쳐 전쟁에 대비했으나 접전은 없었다고 한다.

 

 

◆백두덕대단맥에 속한 산들

 

▷신선봉(神仙峰·927m)

 

백두대간 형제봉에서 갈라져 백두덕대단맥의 출발점이 되는 산으로 황악산 봉우리 중 하나이며 직지사의 산내암자인 은선암(隱仙庵)의 뒷산이다. 예부터 주변 산세가 아름다워 신선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신선이 노니는 신선봉 아래에 신선이 숨었다하여 암자의 이름을 은선암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진밭산(723m)

 

김천시 대항면 주례리 화실마을 동쪽에 있다. 산자락의 밭이 진흙으로 이루어졌다하여 진밭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바래봉(584m)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 돌모마을 남쪽산으로 옛날 정월대보름에 이 산에 올라가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었다하여 바람봉·바램봉이라 불리다 바래봉으로 변했다.

 

▷동구지산(655m)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 돌모마을 동남쪽에 있는 산이다. 예부터 산의 생김새가 음식을 담아 나르는 대나무로 만든 상자 종류인 동구리를 닮았다하여 동구리산으로 불리다 음이 변해 동구지산이 되었다.

 

▷덕대산(德大山·811m)

 

김천시의 구성면 흥평리와 대항면 덕전리·대성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덕대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해동지도'로, 지례현과의 경계 부근에 그려져 있다. '조선지지자료'에도 덕대산이 기록되어 있다.

 

이 산이 있는 덕전리의 '덕'자를 따고 근방에서 제일 큰 산이라는 뜻에서 덕대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절터골산이라는 다른이름을 갖고 있다.

 

▷고성산(高城山·482m)

 

고성산은 김천 시가지의 중심에 위치한 산으로 처음 기록된 사료는 '세종실록지리지'이며, 김산군 남쪽에 있는 이 산에 봉화대가 있는데, 남쪽으로 지례현 산성에 응하고, 서쪽으로 황간임내인 금화현(金化縣) 눌이항(訥伊項)에 응한다고 기록돼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유사한 기록이 실려있으며, '해동지도'에도 고성산에 봉수대가 그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고성산은 봉화산이라는 다른이름을 가지고 있다.

 

〈참고문헌〉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산경표(신경준 지음, 박용수 해설), 김천의 산(김천문화원), 대간 숨을고르다. 황악(매일신문, 박용우)

〈도움주신분들〉 자문=송기동, 강주홍, 사진=박광재, 이종섭, 드론=윤삼원, 산행=김삼덕

 

신현일 기자 hyuni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