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포항 7.8℃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순천 6.7℃
  • 홍성(예) 3.6℃
  • 흐림제주 10.7℃
  • 흐림김해시 7.1℃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메뉴

(부산일보) 조선 수군 배 띄우던 재송포의 상전벽해, 센텀시티

부산연구원 ‘재송마을 이야기’ 발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센텀아파트 앞 도로와 수영강 사이 언덕에는 ‘재송포’란 한글 표지석이 있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773-2번지 일대다.

‘재송포(裁松浦)’란 이름은 여러 고지도에 등장한다. ‘해동지도’와 ‘여지도’의 ‘동래부’는 재송포가 재송동 쪽에 있었던 내륙 포구임을 보여 준다. 재송포는 1652년 수영강 일대에 설치된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과 관련한 대표적인 포구였다. 재송포는 ‘조선골’(현재 재송1동 산75-5번지로 추정)과 긴밀한 관계였다. 조선골은 ‘배를 만드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재송포에서 장산 남서산록 쪽으로 불과 1~2km 지점에 조선골이 있었다. 조선골에서는 경상좌수영의 전함이나 수송선의 수리, 포구의 소형 어선 건조가 이뤄졌다. 조선골에서 만든 배는 재송포를 통해 수영강으로 나아갔다. 거북선 등 조선 시대 전선의 주재료는 소나무였다. 재송포와 조선골의 공통분모는 소나무였다. 소나무는 조선 시대 산림정책의 핵심으로 중요한 목재였다.

 

조선 시대 배 만들던 내륙 물류기지

일제강점기 골프장 만들며 솔숲 사라져

한국전쟁 땐 국내 유일 국제공항으로

부침 겪으며 변해 온 재송포 역사 찾기

 

 

동래부지〉의 ‘산천조’(1740년)와 〈동하면 고문서〉(1724년) 등 고문서에 실린 재송포와 조선골 관련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재송포는 동래부에서 동쪽으로 10리에 있고 소나무 수만 그루 있다. 장산에서 베어낸 소나무로 조선골에서 전선(戰船)을 만들어 재송포에서 띄워 좌수영으로 가져갔으며, 조선통신사로 조엄이 일본에 갈 때 조선골에서 만든 배 2척을 사용했다.’

 

김해창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는 “재송포는 장산의 소나무, 조선골, 경상좌수영, 통신사 선박 건조, 수영강, 수영만 등과 어우러져 조선 시대 부산지역의 내륙 물류기지로서 번창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가 부산학 교양총서 〈마을의 미래(Ⅲ):재송마을 이야기〉를 발간했다. 책은 조선 시대 중요한 포구였지만, 지금은 센텀시티라는 첨단도시와 전통마을이 공존하는 재송마을에 대한 마을 민속지다. 재송마을 원류인 재송포의 역사와 오늘날 재송마을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보여 주고 미래를 모색한다. 김해창 경성대 교수, 조송현 인저리타임 대표, 엄수민 인저리타임 기획이사가 필진으로 참여해 문헌·현지 조사를 비롯해 주민·마을 활동가를 인터뷰했다.

 

역사적으로 부침을 겪으며 상전벽해가 된 재송마을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는 것이 책의 묘미다. 재송포 일대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일본인을 위한 ‘부산골프장’으로 건설되면서 소나무 숲이 무성했던 원풍경을 잃어버렸다. 1944년 부산골프장은 일제의 군용비행장이 됐다. 한국전쟁으로 서울 비행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1950~1954년 국내 유일의 임시 국제공항으로 사용됐다. 1963년 국제공항으로 승격돼 사용돼 오다가 1976년 김해공항 개장과 함께 수영비행장은 폐쇄됐다. 동해남부선이 지나던 이곳은 1980~1990년대 컨테이너 야적장이었다가 현재는 해운대 요지인 센텀시티로 바뀌었다.

 

저자들은 재송포 역사에 관심을 두고 10여 년 전부터 ‘재송포 역사 찾기’를 하는 재송마을 사람들의 현재 모습에 주목한다. 재송마을 주민은 재송포를 기억하고 이를 기리는 재송포 축제를 2007년부터 열고 있다. 주민들은 당제를 지내고 재송시장 상인들은 상가에 재송역사박물관을 만들었다.

 

저자들은 재송마을 지역 리더, 전문가와 좌담회를 통해 재송마을의 미래를 모색한다. 미래 비전으로 원래의 재송마을과 센텀시티 주민 간의 연대 강화, 수영강 역사박물관 건립, 수영강 수상레저타운 설치, 신(新)수영팔경 조성 등 문화·관광 콘텐츠를 제시한다.

 

조송현 대표는 “재송마을은 해운대의 오지, 소외된 지역이 아니라 오늘날 해운대를 만든 주역이었다”며 “재송포의 원래 풍경을 찾아가는 일은 잃어버린 부산포의 어린 시절 모습을 찾아내고 부산의 역사를 다시 찾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