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위기 여파로 매년 여름 폭염 강도가 높아지면서 급기야 열차 철로까지 휘어져버릴 가능성마저 번지자,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 곳곳은 여러 열차 노선이 겹치며 철로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 많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와중에 19일 경북 청도군 경부선 철로에서 경남 진주로 향하던 열차에 근로자들이 치이는 안전 사고가 발생하자, 불안감은 증폭하는 모양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경기도에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수(62개)의 철도 노선이 개설돼있거나 운영 예정이다. 노선 수 기준 전국 노선 219개의 30% 정도가 경기도를 지난다.
이런 가운데, 올 여름 폭염은 역대급으로 불리고 있다. 하루 평균 기온 25.3도에 폭염 일수도 20.3일(지난 6월부터 지난 16일 기준)이었다. 이는 경기도를 지나는 철로에도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따르면 철로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서행 운전하거나 운행을 중지한다. 통상 기온이 35도 이상인 경우 서행 운전 조치가 이뤄진다. 즉, 지난 달부터 최근까지 적어도 10번 이상은 서행 조치가 내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건은 만들어진지 오래된 철로나 화물 열차 등이 자주 오가는 철로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고온이 철로 변형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 등은 철로 온도를 낮추기 위해 자동 살수 장치를 통해 물을 뿌리거나 여의치 않은 곳엔 흰색 차열성 페인트를 도색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남부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시설관리원은 “일한 지 7년 정도 됐는데 매년 (폭염으로) 레일 변형이 많아지고 있다고 체감한다”며 “이전에는 한 달에 (평균적으로) 7번 정도 살수하러 나갔었는데, 올해는 거의 매일 살수 작업을 하고 있다. 출동 횟수가 점점 늘어나니 인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노후 철로를 개량하고, 철로를 개설할 때 기후 위기 상황을 고려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찬 배재대학교 철도건설공학과 교수는 “운영 중인 철로를 (개량하려면) 최소 몇개월 동안 멈춰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노후화된 철로의 경우 자갈을 교체하는 등 할 수 있는 개량 작업부터 하거나 (고온을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콘크리트도상으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현재 지침상 장대레일 온도 폭이 -20도에서 60도까지 견디게 설계됐는데, 점점 온난화가 심화하는 것을 고려해 이를 높이는 설계적인 대안도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