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만에 재추진되는 사망사고 건설사 명단공개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제기된다.
반복되는 사망사고 개선을 위해 사회적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노동계의 요구가 있는 반면 ‘망신주기’ 정책에 그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오며 부딪치는 상황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3일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해당 건설사업자명과 건설공사명, 현장 소재지, 사망자 수 등을 정부가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건설사 명단공개의 법제화가 추진된 건 처음이다. 정책은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시작됐는데, 건설업계의 반발과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윤석열 정부인 2023년 4분기부터 중단됐다.
정책 중단 이후 대형 사망사고가 반복되면서 추진 여론이 높아졌고,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구간의 교량 붕괴사고 직후인 지난 2월27일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국회가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약 2년 만에 정책이 부활하는 셈이다.
노동계에선 경각심 강화를 위해 명단공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건설 사업들을 주로 수주하는 대기업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민감해 책임 경영을 강화할 각종 안전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수십, 수백억을 수주하는 대형 건설사들에서 사망자가 매년 상당수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경각심이 적다는 증거다. 명단공개는 브랜드 가치 하락 등 직접적 피해를 의식하는 건설사들의 안전 강화 조치를 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정책의 실효성이 낮다며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고 관련 정확한 원인과 책임소재 등이 조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단이 공개될 경우 망신주기식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건설사업장 사망자는 명단공개 직후인 2020년 251명으로, 2021년에 오히려 271명으로 늘었다. 2022년 238명으로 줄은 반면 정책이 중단된 2023년에는 244명이 발생하는 등 감소세 대신 비슷한 수준을 매년 유지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소 사업체까지 책임경영을 확대할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실효성 측면에서 명단공개가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에 능사는 아니”라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중소 건설업체들이다. 명단공개는 대형 업체들에 분명 경각심을 주지만, 비교적 인지도가 적은 소규모 사업장은 큰 타격이 없을 수 있어 함께 경각심을 주는 정책의 방향도 고민돼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