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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빛가람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해야 가족 이주”

지난해 말 기준 3만9246명
계획인구 달성률 전국 최저 수준
가족동반 이주율 70%선 머물러
병의원 시설 타 혁신도시의 절반
공동주택 조성도 87%에 그쳐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나주 빛가람혁신도시)의 ‘계획인구 달성률’이 전국 최저 수준인데다 공공기관·공기업 임직원의 ‘가족동반 이주율’이 70%선을 맴돌고 있다. 공공기관을 추가 이전하는 ‘혁신도시 시즌2’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인구 성장세에 걸맞는 정주여건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나주 혁신도시 인구는 3만9246명으로, 2030년 계획인구 4만9499명의 79.3%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전국 10개 혁신도시 인구는 23만1936명으로, 계획인구(26만7869명)의 86.6%를 채웠다.
 

 

나주 혁신도시 계획인구 달성률은 충북(76.6%)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다. 부산(105.2%)과 전북(100.8%)은 계획인구 100%를 달성했다. 계획인구 달성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지만, 나주 혁신도시는 2014년 한국전력 등이 둥지를 튼 이후 지속적인 인구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혁신도시 인구는 3만9246명으로, 5년 전인 2016년(2만1406명)보다 83.3%(1만7840명) 증가했다. 이 기간 나주 혁신도시 인구 증가율은 충북(158.8%), 경남(145.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고, 전국 평균(55.1%)도 크게 웃돌았다.

최근 5년 동안 월평균 순전입 인구도 297명으로, 경남(325명), 충북(309명)에 이어 10개 도시 중 세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혁신도시 정주 여건은 불어난 인구에 비해 열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나주 혁신도시에 들어선 의료·교육·문화 등 편의시설은 모두 992개이다. 나주 혁신도시 편의시설 1곳당 이용 인구수는 40명으로, 전국 평균(1곳당 29명)을 크게 웃돌고 있다.

시설 1곳당 이용자 수가 전국 평균을 웃도는 업종은 병·의원, 약국, 학원, 음식점 등 이었다. 지난해 말까지 나주 혁신도시에 개원한 병·의원은 모두 36곳으로, 1곳당 1090명이 이용하는 셈이 된다. 이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평균 이용자 수(493명)의 2배 수준이다. 약국 12곳의 평균 이용 추정인구도 전국 평균(1289명)의 2.5배 수준인 3271명에 달한다. 음식점은 636곳이 생겼는데, 1곳당 인구수는 62명으로 전국 평균(41명)을 한참이나 넘어섰다. 결국 병의원 시설이 타 혁신도시에 절반 수준이어서 이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말에는 이전 직원들이 서울 등지로 이동하는 도시 공동화 현상을 겪으면서 지난 1년간 은행(29곳→28곳)과 음식점(680곳→636곳)은 오히려 줄었다.

혁신도시 주민은 ‘살 곳’도 부족하다. 지난해 말 기준 나주 혁신도시에는 1만5634호의 공동주택이 들어서면서 조성 계획(1만7920호)의 87.2% 달성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비율은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가장 낮고, 전국 평균 94.8%(8만8993호 중 8만4328호)를 크게 밑돈 수치이다. 공동주택 조성 계획을 100% 이상 달성한 혁신도시는 경남과 부산, 대구, 울산, 전북, 제주 등 6곳이 된다.

나주 혁신도시 공공기관·공기업들의 이전 인원은 8000명(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고 수준에 달하지만, 열악한 정주 여건 탓에 가족동반 이주율은 70.9%(독신·미혼 포함)에 머무르고 있다.

나주가 가족동반 이주율 70% 선을 간신히 넘긴 데 비해 제주(82.4%)와 부산(79.0%)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나주 혁신도시 이전 인원 7999명 가운데 기혼자는 5556명으로, 이 중 홀로 이주한 2322명(41.8%)이 ‘기러기 가족’을 자처하고 있다.

살 곳이 없어 가족과 함께 ‘혁신도시행’을 선뜻 택하지 못한 직원들도 태반인데, 한국전력 본사 사택(LH3단지)의 경우 대기 인원만 200~300명에 이르고 대기 기간도 2~3년을 훌쩍 넘는다.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 가정의 경우 학원시설이 밀집한 광주 봉선동이나 수완지구 등으로 벗어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급증하는 교육 수요로 인한 체증은 공교육에서도 나타난다.

나주 혁신도시의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3곳에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전입한 학생은 1281명(초 1042명·중 239명)에 달한다. 혁신도시 학급편성 기준(초 24~29명·중 24~28명)에 따르면 초등학교 36개~43개 교실, 중학교는 9개~10개의 교실을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 규모다. 이같이 교실이 부족한 탓에 각 학교는 보건실과 과학실, 미술실 등 특별 교실을 일반 교실로 전환하며 학급 과밀을 막고 있다. 내년부터 라온초(10실)와 금천초(12실), 빛가람중(6실), 금천중(7실) 등이 학급을 증설할 계획을 세웠지만, 학부모들은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교육 수요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등을 연계할 수 있는 국제학교나 과학고 등을 설립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인석 빛가람중 운영위원장은 “올해 10월 혁신도시 인근에 입주 예정된 아파트 1500세대 단지와 앞으로 부영CC부지에 조성될 주택 수요를 고려하면 학급 과밀과 교육시설 부족은 불 보듯 뻔하다”며 “혁신도시 주민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가 주어지는 건 환영할 일이다. 교육 당국은 사후 약방문 격으로 문제에 대응하기보다는 혁신도시 특수성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