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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말려서 버리고 일회용품 줄였더니 확 줄어든 쓰레기

광주 산수2동 주민 100가구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중간 점검
쓰레기 문제 인식하고 감량 일상화…하루 배출량 12.6%나 줄어
첫 달 일반쓰레기 115g→84g…재활용품은 112g→109g으로
실천 전략 세우고 버릴 때 마다 무게 재…11월 하순 성과보고회

 

 

코로나 19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 줄이기 100일’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를 비롯, 기후·환경 문제를 대응하는 데 시민들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자발적 움직임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광주시민환경연구소, 광주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광주시 동구와 ㈔광주시민환경연구소가 추진중인 ‘쓰레기 줄이기 100일간의 생활실험’에 참여한 시민들의 하루 쓰레기 배출량이 12.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쓰레기줄이기 100일간의 생활실험은 동구 산수 2동에 거주하는 100가구 주민들이 100일 동안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을 실천하면서 매일 쏟아지는 쓰레기 배출량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줄여보자는 게 기획 의도였다.

지난 8월 11일 100가구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발대식을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100일 간에 걸쳐 진행된다. 첫 달에는 기존 그대로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서 쓰레기 배출량을 파악하고 9월부터 쓰레기 감량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수립해 수행하고 있다.

참여한 주민들은 직접 쓰레기를 배출할 때 마다 발생량을 저울로 무게를 잰 뒤 그때그때 적어놓으며 배출량을 파악했다. 쓰레기 종류도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는 일반쓰레기와 분리 배출이 가능한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로 나눠 측정했다.
 

8~9월 배출량을 중간 집계한 결과, 1인당 하루 발생량이 일반쓰레기의 경우 27%, 재활용품 2.7%, 음식물쓰레기 8.1%가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월에는 97가구 288명의 배출량이 측정됐고 9월에는 100가구 294명의 배출량을 집계했다.

무게부터 차이가 났다. 첫 달 일반쓰레기는 1인당 하루 115g을 배출하던 데서 84g으로 줄었다. 재활용품은 112g에서 109g으로, 음식물쓰레기도 123g에서 113g으로 감소했다. 전체량으로는 350g에서 306g으로 배출량이 줄어들었다.

일반쓰레기 비율은 32.9%에서 27.5%로 줄어든 반면, 재활용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32%에서 35.7%로 높아졌다.

 

 

 

주민들이 스스로 계획했던 쓰레기 배출 방안 등이 꼼꼼하게 실천된 결과라는 게 동구와 시민단체 측 설명이다. 종량제 봉투로 버리는 일반쓰레기가 줄면서 재활용품 비중이 커진 것으로 긍정적인 변화라는 게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장바구니 사용하기, 포장재(세탁소비닐, 코팅쇼핑백 등) 놓고오기, 배달음식점 주문 시 일회용품 거절하기, 대나무 칫솔과 천연치약쓰기, 남은 음식 음식점에서 포장해오기, 손수건 챙기기, 다회용기 들고가 음식 주문하기 등의 실천 전략을 세워놓기도 했었다.

한 주민은 테이크아웃 커피 주문 시 텀블러사용, 명절선물 포장지 가져오지 않기, 과일은 껍질 그대로 먹기 등을 써놓고 실천했고 다른 주민은 택배로 발생한 재활용품 씻고 말려 분류하기, 야채껍질, 도라지 껍질 말려서 배출하기, 집안행사로 배출된 음식물쓰레기 말려 배출 등의 세부 실천 계획을 기록하면서 배출량을 조절했다고 적었다.

많이 배출할수록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잴 것도 많았고 부문별로 나눠야할 것도 많다보니 “귀찮아서 쓰레기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과일만 골라먹으려 한다거나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상품은 아예 사지 않으려하고 배달음식 대신 집에서 소량만 만들어 먹는 전략을 쓰면 어떻냐는 말도 들린다.

모든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것은 아니다.

당장, 배달음식 주문 시 일회용품 거절하기 방안의 경우 워낙 일회용품 제공처가 많아 음식 선택을 포기해야할 정도로 힘들었다는 게 참가자들 후문이다. 장바구니 사용하기 계획도 막상 장보러 갈 때 잊어먹고 가는 경우가 많아 실천하기 쉽지 않았다는 말도 들린다.

한 주민은 “쪽파를 까 껍질과 뿌리는 주말농장에 퇴비로 쓰고 종이컵 대신 무공해 핸디컵을 사용하지만 추석 선물 과대포장을 줄일 수 없었다”면서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주민은 “아파트로 햇빛이 많이 나오지않아 껍질을 말리기 쉽지 않고 오래 걸리면 곰팡이,벌레가 생긴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아이들이 먹고 남기는 것은 조절이 안되니 ‘나 혼자 쓰레기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남은 음식 줄이려다 뚱보 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도 들린다.

참가자들 간 공통점은 배출한 재활용품을 일일이 확인하다보니 쓰레기 배출의 심각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고 분리 배출을 위한 ‘실천’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동구 입장에서는 감량 결과, 실험 과정에서의 성과 등에 따라 이웃,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참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쓰레기 감량 실험을 통해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는 경제 활동이 필요하다는 메시지 등도 전한다.

참가 주민들은 11월 중순까지 쓰레기 감량 실천 활동을 이어가며 실험을 주관하는 환경단체는 11월 하순 성과보고회를 열 계획이다.

최지현 광주환경연합 정책실장은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제대로 된 감량 방안의 생활화,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