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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리뷰]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위해 함께 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

29일 20주년 특집 개막공연 RE:Origin
공연 하나에, 토크 하나 신선한 구성
스무 해 소리 축제, 새로운 토크 콘서트 형식의 공연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0주년을 맞이해 특별한 개막 공연을 선보였다. 29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선보인 ‘20주년 특집 [개막공연] RE:Origin’이 그 주인공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무대를 빛낸 예술인부터 축제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평론가, 그동안 축제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저마다 축제와 얽힌 사연을 안고 20여 명의 패널이 자리했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보따리가 무대 위에 펼쳐졌다.

2001년 제1회 전주세계소리축제 첫 개막식 무대를 연 김일구 명창이 이번에 개막식 무대를 열었다. 고수 이상호 씨와 호흡을 맞춰 시대 속에서 울고 웃던 소리꾼의 세월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대가 끝나고 2015년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공연 <소리 빅 파티>에 올랐던 조소녀 씨가 자리해 ‘소리꾼들 영광의 무대 소리 축제’를 주제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 하나에 토크 하나, 이번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구성이다.

깊고 구성진 목소리가 돋보이는 왕기석 명창은 판소리 ‘사철가’의 무정하게 가버린 청춘을 아쉬워하는 대목을 선보였다. 시민들의 마음마저 절절하게 만들었다. 무대를 마치고 왕기석 명창과 전주세계소리축제 김한 조직위원장이 시민들과 마주했다. 왕기석 명창은 “판소리는 우리 민족의 흥과 삶의 이야기로 시작해 예술로 발전했다. 전통예술인 판소리는 고향이 아닐까 싶다”며 “늘 돌아가고 싶고 그리워지는 곳이다. 저희는 그 고향의 꽃을 찾아가는 나비다”고 말했다.

이어진 무대는 매혹적인 하모니가 매력적인 방수미·박애리·정상희 씨가 ‘아리랑’의 멋을 풀어놓았다. 풍성한 선율 위에 아름답게 올라간 한국 최고 판소리 소리꾼 3인의 구성진 노랫가락이 온몸에 전율이 흐르게 했다. 가야금 명인 지성자 씨, 한국무용 명인 장인숙 씨, 대금 이향윤 씨, 타악 조상훈 씨가 ‘도전의 이름 소리 축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씨, 가야금 연주자 조세린 씨도 자리해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감탄을 자아내는 김세미 명창은 수궁가 ‘호랑이와 별주부 만나는 대목’을 선보였다. 2014년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공연 <청 alive>에서 아이돌 의상을 입고 안무를 선보인 정보권·이정인 씨가 자리했다. 2019 소리 프론티어 수상자 박동석 씨, 국악 평론가 윤중강 씨, 음악 여행작가 신경아 씨가 ‘전통의 확장성, 월드뮤직 지향에 대하여’를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재치있게 풀어나갔다.

이어진 정보권·이정인 씨가 이끌어가는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는 이중창 같은 남녀 소리꾼의 판소리가 발레 음악을 닮은 장단 위에 더해졌다. 우아하면서도 거침없는 몸짓의 마리암스 발레단이 무대 위를 장악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사진작가 곽풍영 씨, 촉망받는 미래 명창이자 꼬마 관객 정이안 씨, 어린이들을 위한 ‘판소리 스토리박스’를 기획 운영한 박진희 씨, 전주세계소리축제 자원봉사자 ‘소리 천사’ 주영광 씨가 솔직담백한 생각을 전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하면 ‘소리 천사’, ‘소리 천사’ 하면 전주세계소리축제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존재할 수 있었다.

해외 음악가들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는 축제로 자리 잡은 ‘전주세계소리축제’에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다. 외국인 샤샤·리알타·찰리·故차우마커 씨가 ‘왜 소리 축제가 특별한가?’를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담은 영상을 보냈다. 월드뮤직 저널리스트 찰리 씨는 “상상해 보라. 이 세상에 똑같은 소리, 똑같은 음악만 존재하면 얼마나 지루하겠나”라고 전했다. 현재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위치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이 소리꾼 김선웅·김선재·김지율·이지우·정이안·조효린 어린이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전북어린이예술단 교향악단, 국악관현악단 15인이 함께하여 수궁가의 ‘호랑이 내려오는 대목’을 클래식, 국악, 판소리 분야에서 노는 어린이 연주자들이 재해석했다. 어린이 소리꾼의 매력에 빠진 시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막이 내려가고 시민들은 온 힘을 다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아쉽게도 객석의 30%밖에 수용하지 못했다.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지난해와 다르게 대면으로 진행된 이번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시민들은 반가운지 웃음이 가득했다. 북적거리는 축제가 되지는 못했지만, 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두근거렸다.

스무 살이 된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 공연을 통해 ‘소리’로 이어진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 ‘소리’로 이어나갈 시간을 기대해 보는 계기가 됐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라북도 문화예술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펼치고 그 위를 환하게 장식했다.

 

/박현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