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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우리 앞바다에 쓰레기 쓰나미 온다] 해양 폐기물에 포위된 인천의 섬

국경 없이 밀려오는 부유물… 쓰레기 건져 올리는 어부들

 

서해 최북단 백령도, 외부 쓰레기에 몸살
중화동 해변 등 중국어 페트병·부표 점령
주민들 "많은 날 50ℓ 자루 20~30개 수거"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발생원은 크게 '육상기인' '해상기인' '해외기인'으로 나뉜다. 공교롭게도 인천·경기 앞바다는 세 가지 발생원을 모두 가지고 있는 데다 원인별 발생량 또한 가장 많다.

섬과 해수욕장 등 해양 관광지를 찾은 사람이 직접 버리는 쓰레기도 만만치 않게 많다. 인천·경기 앞바다 지도를 펼쳐 주요 발생 지역을 이어보면 우리 앞바다가 쓰레기에 포위된 형국이다.

경인일보 기획취재팀이 현장에서 만났던, 바다를 터전으로 사는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고통을 호소한다.

 

 

중국 쓰레기가 점령한 백령도


중국·북한과 접한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외부에서 밀려오는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4일 찾은 백령도 서남쪽 중화동 해변은 크고 작은 몽돌과 파도가 부딪치는 청아한 소리가 귀를 즐겁게 두드렸지만, 해변을 점령한 쓰레기가 눈을 어지럽혔다.

중화동 해변에는 중국어가 쓰인 생수나 녹차 페트병이 어림잡아도 100개 넘게 널려 있었다. 농구공 크기의 검은색 원형 부표 3개 모두 중국어가 적혀 있고 고리가 한쪽 방향에 나란히 달린 중국산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원형 부표는 고리가 하나씩 달렸거나 위아래로 달렸다.

백령도 동남쪽 사곶해변(천연기념물 제391호)은 모랫바닥이 평평하고 단단해 전 세계에서 2개뿐인 천연비행장이다. 사곶해변에서도 각종 생활 쓰레기와 스티로폼이 약 4㎞ 길이의 해안선을 띠처럼 둘렀다.

음료수, 간장, 식초 등 페트병 절반 정도가 중국 쓰레기였고, 중국어가 적힌 '디젤 엔진오일' 플라스틱 통 등이 나뒹굴었다. 종종 북한에서 내려온 쓰레기도 보인다고 한다.

 

 

현장에 동행한 주민 심효신(58)씨는 "중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백령도 쓰레기를 보면 중국사람들이 어떤 걸 먹고 마시며 사는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백령도 주민들은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매일 사곶해변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중국 쓰레기를 모두 처리하기엔 역부족이다.

해안 쓰레기 수거사업에 참여하는 부복순(67·여)씨는 "많은 날은 50ℓ짜리 자루 20~30개 분량을 수거하는데 절반은 중국 것이고 북한 것도 종종 줍는다"며 "외국 쓰레기가 백령도를 더럽히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화도 염하, 한강하구 쓰레기 유입 통로
젓새우 잡이 어민들 "선별에 시간 더 쏟아"
군·수협서 사들여 처리 "수거 않으면 악취"
 

 

쓰레기 반 새우 반, 강화도


한강을 중심으로 여러 하천에서 인천 앞바다로 흐르는 육상기인 쓰레기는 정부 추정 발생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강화도 북단과 교동도, 강화도 동쪽 염하(鹽河)를 통해 바다로 퍼지는 한강 하구 쓰레기는 경기도와 서울의 수많은 지류에서 본류로 합류한 것들이다.

우리나라 젓새우의 70~80%를 잡는 강화도 어민들은 한강 하구 쓰레기의 직접적인 피해자다. 지난 조업철에도 어민들의 그물에 걸린 것은 비닐과 각종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반, 새우가 반이었다.

어민들은 바다에 나가 잡아올린 것을 선풍기 앞에서 들어 올리면서 새우와 비닐 등 가벼운 쓰레기를 선별하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다.

강화도의 한 어민은 "지난 조업철 많게는 60ℓ짜리 자루 4개 분량의 쓰레기가 그물에 걸렸다"며 "잡은 새우는 쓰레기와 비슷한 양"이라고 말했다.

 

 

 

어민들이 모은 쓰레기는 강화군과 수협이 수매사업으로 사들여 처리한다. 60ℓ들이 자루 1개당 6천원, 120ℓ는 1만2천원으로 10~14일 간격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또 다른 강화도 어민은 "여름에 10일 넘게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으면 다 썩어 구더기가 생기고 악취가 코를 찌른다"며 "쓰레기 수매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강화도 새우어장 인근 더리미 선착장 부교에는 쓰레기가 가득 떠 있었다. 쓰레기로 가득 찬 20ℓ짜리 종량제 봉투가 그대로 떠 있는가 하면 막걸리병, 비닐 등이 나뭇가지와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이날 만난 김진남 더리미 어촌계장은 "여기서 수거하는 쓰레기 대부분은 한강에서 오는 것"이라며 "한강에서부터 쓰레기를 막아줘야 해양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천시와 강화군은 집중호우 기간인 6~8월 초지대교 인근에 부유 쓰레기 차단막을 설치해 먼바다로 쓰레기가 흘러가지 않게 막고 있다. 차단막 부근에서 치운 부유 쓰레기는 지난해에만 88t에 달했다. 차단막은 물에 뜨지 않는 쓰레기를 거르지 못한다.

이 기간 인천시가 운영하는 해양환경정화선 '씨클린호'가 차단막 인근에서 부유 쓰레기 수거작업을 지원하지만, 물에 가라앉는 쓰레기는 속수무책이다.

'특정도서' 지정 구지도, 폐어구 등 뒤덮여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 사실상 방치
"불법 단속 않고 치우기만 하면 무슨 의미"

 

쓰레기 위에 둥지 트는 구지도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꽃게어장인 옹진군 연평도 남쪽에는 환경부가 특별 관리하는 무인도 '구지도'가 있다. 구지도는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검은머리물떼새의 주요 서식지다. 해마다 저어새 200쌍 이상이 이 섬에서 번식하는데, 국내 최대 규모다.

하지만 구지도는 어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스티로폼 부표나 어구 등 해상기인 쓰레기가 뒤덮인 '쓰레기 섬'이다. 인천녹색연합이 지난해 직접 구지도를 조사했더니 해양쓰레기 2천여개가 발견됐다. 저어새가 쓰레기 더미 위에서 둥지를 틀 정도다.

무인도이다 보니 인천시와 옹진군이 1년에 한두 차례 쓰레기를 치우는 게 전부다. 정부는 2016년 12월 구지도를 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고 자연환경이 우수한 무인도인 '특정도서'로 지정했지만, 사실상 관리하지 않고 있다.

 

 

연평도 앞바다는 섬 어민들의 배에서 유실된 어구도 문제지만, 인천 외 다른 지역에서 조업을 오거나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어선이 버리고 간 폐어구까지 가득 메운 상태다.

조업철 바다에 떠 있는 밧줄에 배의 스크루가 걸려 어선이 방향을 잃고 떠내려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꽃게를 잡으러 나간 어민들이 폐그물만 한가득 싣고 돌아오는 날도 있다. 바다에서 건져낸 폐어구를 둘 집하장이 부족해 선착장 주변까지 폐어구가 방치된다. 선착장 일대에선 게딱지 썩는 악취가 진동한다.

어구 관리 체계가 제도적으로 미흡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연평도 어민인 박태원 서해5도 평화수역 운동본부 상임대표는 "450m짜리 그물 15틀만 실을 수 있는 배에 실제로는 길이를 850m까지 늘려 20틀이나 싣는가하면, 1척당 5통만 쓸 수 있는 어망을 40통이나 가져가는 등 불법 어구 사용이 만연해 있다"며 "불법 어구 사용을 감시하는 단속은 하지 않고 버려진 쓰레기만 세금으로 치우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박경호 차장, 김태양 기자, 유진주·한달수·변민철 수습기자

사진 : 조재현기자

편집 : 김동철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