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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진도에 한국 첫 시화박물관…시서화 체험·교육 메카된다

해남 출신 이지엽 시인 임회면 석교초등죽림분교에 설립
시·그림 등 1000여점 전시…박종회관·정병례관 조성도
12일부터 ‘진도의 역사와 예술, 문학과 만나다’ 특강

 

 

예로부터 진도는 ‘보배의 섬’이라 불렸다. 농토가 넓어 농산물이 풍부한 데다 바다에서는 어류와 해조류가 많이 났다. ‘1년 농사로 3년을 먹고 산다’는 말이 전해온 것은 그러한 지리적 요인과 무관치 않다.

문화와 역사 유적도 여느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섬 곳곳에 자리한다. 삼별초의 항몽유적지인 남도석성을 비롯해 명량대첩의 전승지 명량해협은 이순신의 충혼이 서려 있다. 특히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이 기거하던 곳을 손자 남농 허건이 복원한 운림산방은 사시사철 예술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
 

문화와 예술의 고장 진도에 시·서·화(詩·書·畵)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시화박물관)이 조만간 개관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우리나라 최초 박물관으로 전시와 체험, 힐링 등 체계화된 예술교육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화박물관을 기획한 이는 해남 출신 이지엽 시인(경기대 교수). 오랫동안 중앙 시조문단에서 탄탄한 작품성과 독창성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일궈왔던 시인이 시화박물관을 계획했던 것은 지난 2007년부터. 개관 준비로 바쁜 시인은 최근 전화로 근황을 알려왔다.

“지난 2007년 현대시 100년 ‘시가 다시 희망이다’를 주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행사를 주도적으로 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시인과 미술가 각 1000여 명이 참여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화박물관에 관한 말들이 오간 것이 모티브가 됐지요.”
 

그는 다행히 대학 안식년을 맞아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막바지 개관 준비로 바쁘지만 그다지 피곤하지 않는다.

시화박물관이 들어선 곳은 지난 10년 전 폐교한 석교초등죽림분교(임회면 죽림길 97). 이 시인은 박물관 등 문화예술을 위한 설비를 전제로 수의계약을 맺고,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리모델링 작업을 해왔다. 학교부지 1000평, 임야 3000평 등 모두 4500평에 이르며 조만간 개관 후 전남도에 등록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이곳은 그동안 서울에서 대규모 전시를 십 수 년 진행해오며 축적한 결과물을 토대로 만든 박물관”이라며 “국내 주요 문인 글씨는 물론 이와 관련된 그림을 집중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화박물관에는 시인의 시와 미술가의 그림 약 1000여 점이 전시된다. 한국 문인화 거목 창현 박종회의 작품을 모은 창현 박종회관, ‘새김아트’를 개척한 고암 정병례 작품을 주제로 한 고암 정병례관이 마련될 예정이다.

해남이 고향이지만 진도에 시화박물관을 추진한 이유는 ‘시서화창무’ 모두 절창인 진도가 적임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당초 광주여대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경기대로 자리를 옮겼다. 후학들을 양성하는 틈틈이 ‘씨앗의 힘’, ‘떠도는 삼각형’ 등의 작품집을 펴냈으며 중앙시조대상, 고산문학대상 시조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적인 정서와 토속적인 언어의 조화, 삶의 의미를 모색하는 작품세계라는 문단의 평을 받고 있다.

경기대로 옮겨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에는 늘 남도문화를 어떻게 콘텐츠화할까, 라는 고민이 있었다. 정년이 2년 남짓 남았지만 수원과 진도를 오가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은 남도문화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그는 “박물관을 구상하고 오픈하는 일련의 과정이 적잖이 힘들었지만 지역민과 진도군 협조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개관을 하면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화박물관 오픈을 앞두고 ‘진도의 역사와 예술, 문학과 만나다’를 주제로 12일부터 8월 18일까지 모두 15차례 특강을 마련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진도 외 지역에서는 줌으로 수강이 가능하다.

12일 이선옥 의재박물관 관장의 ‘소치와 조선 남종화의 계승’을 시작으로, 2회차는 이근배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의 ‘해와 달이 부르는 벼루의 용비어천가’가 펼쳐진다.

이밖에 ‘진도 씻김굿을 통한 해원 상생’(이윤선 교수), ‘민족의 항쟁 삼별초’(오치훈 교수), ‘문화유산으로 읽는 고려시대’(김희태 연구위원), ‘세계인이 놀라는 한국의 운율’(이지엽 교수), ‘남도 풍류의 미학’(최한선 교수)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모집 인원은 100명,수강료는 무료. 문의 061-542-1005.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