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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2·끝)]그들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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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해 보이는 일도 삶의 동력" 돌파구 찾는 젊음

 

그림 그리고 봉사활동 하고
'덕질' 블로그 운영 매진 등
안착 못하는 청춘 불안해도
단순히 일하기 싫어서 아닌
지금과는 다른 방식 노력중


무기력한 니트?… "기성세대가 먼저 반성해야"

 

청년들에게 "왜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느냐"며 독설을 퍼붓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청년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청년들이 어딘가에 안착하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떠다니는 것은 사회가 그들을 붙잡아주지 않아서지 결코 청년들이 일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청년들은 어렴풋하게나마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현실에 발을 디디려 애쓰고 있다.

1년 가까이 다니던 카페에서 일자리를 잃은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김선미(가명·30·여)씨는 일도, 교육도, 기관에서의 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다. 하지만 김씨는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서려는 방법으로 불안을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일러스트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그는 '일' 대신 매일 최소 5시간 이상 색연필을 손에 쥐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빼먹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매주 1차례 봉사활동도 하는데, 인천지역 작가와 함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미술 수업에 보조강사로 참여해 돕고 있다.

그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 차라리 여유를 갖고 다른 기회를 찾으면서 쉬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해 선택한 결정"이라며 "수입은 없어도 꾸준히 그림 연습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지금이 억지로 일을 구할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용인에 사는 또 다른 니트 청년 권민기(가명·29)씨는 이른바 '덕질'로 꽉 막힌 삶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경우다.

권씨는 지난해 11월 우체국 물류 센터에서 일하다 발목을 다친 뒤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지내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 '아이즈원'의 으뜸 팬 블로거가 되는 날을 꿈꾸며 블로그 운영에 하루를 모조리 쏟아붓는다.

아이즈원의 화보와 각종 자료, 앨범 리뷰와 '굿즈' 리뷰, 방송 일정 등을 카테고리에 따라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올린다.

한 꼭지의 게시물을 만들기 위해 길게는 다섯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고된 일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200여개의 게시물을 만들었다.

그는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한심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블로그 운영에서 하루의 동력을 얻는다"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공감'과 '댓글'을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4년 동안 주유소, 편의점, 피시방, 음식점 서빙, 물류센터 등에서 일할 때는 그저 소모품이 된 느낌이었다"면서 "부모님은 일단 취직 먼저 하길 바라시지만,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박희진(가명·27·여)씨는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만들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박씨는 지난 3월 2년 가까이 다니던 공장에서 해고된 이후 현재 일하지 않고 적극적인 구직활동도 접은 상태다. 그래도 그에겐 매일 소화해야 할 중요한 '업무'가 있다. 매일 거르지 않고 자신이 읽었거나 읽고 싶은 책의 표지 사진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것으로 자신의 업무를 정해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청년 니트 관련 모임과 IT 기업이 함께 하는 '100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데, 그는 지난 3월22일부터 최근까지 10여권의 책을 읽었다. 그와 비슷한 니트 여럿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라도 하는 이유는 4년여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던 과거의 은둔 경험을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인증숏' 놀이가 쓸모없는 짓 같지만, 이것 때문에 책을 빌리려 매주 2~3차례는 도서관에 다니게 됐다"면서 "이 활동이라도 없었다면 밖에 아예 나가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니트가 된 청년들은 결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무기력한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엇이든 해보려 애쓰고 있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정확한 사정도 모르고 무턱대고 손가락질을 하는 사회가 야속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 "어차피 그동안 어렵고,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질이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사지 멀쩡한 청년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핀잔을 줄 땐 정말 서운하다"면서 "무언가를 도전하기가 더 두려워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의 눈으로 청년을 평가하기 전에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게 기성세대가 무엇을 했는지, 기성세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반성하고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

사진 : 김도우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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