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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르포]김해공항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이륙 첫날… 면세 쇼핑족, 여행객 ‘북적’

 

 

“비행기도 타고 면세품도 사고 일석이조네요.”

 

1일 오전 11시께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2층. 매주 1회 중국 칭다오(青岛)에서 항공편이 들어올 때를 제외하면 늘 적막감이 감돌던 국제선 탑승장이 모처럼 승객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이날은 김해공항에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항공편이 처음 이륙하는 날이다. 낮 12시 30분에 출발하는 에어부산 BX1065편은 탑승률이 90%에(119명) 달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승객들은 모두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라 적힌 비표를 목에 건채 캐리어와 쇼핑백을 손에 들고 탑승구를 통과했다. 친구와 함께 김해공항을 찾은 최 모(34·동래구 사직동) 씨는 “비행기 탑승과 면세품 구매를 함께 할 수 있는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 김해공항에서도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렸다”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면세 혜택도 누리고 여행 기분도 느낄 수 있다”며 발길을 옮겼다.

 

공항 관계자들은 방역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탑승장 앞에서 공항공사 직원 네 명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달라’는 팻말을 들고, 이용객에게 KF94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을 전달했다. 해당 항공편은 해외에 착륙하지 않지만 엄연히 국제선으로 분류돼 수속 절차를 빠짐없이 밟아야 한다. 승객들은 수속 중 얼굴 확인할 때를 빼고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출발 1시간 전부터 면세지역은 보안 검색과 출국심사를 마친 승객들로 북적였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에 맞춰 문을 연 면세점들은 저마다 담배, 주류 등 각종 기호식품을 20~30% 할인해 판매했다. 직원들은 간만에 몰린 손님을 안내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이미 시내 면세점이나 인터넷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현장에서 수령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대부분 이용객이 면세 혜택 상한선인 600달러까지 꽉 채워 구매한다”고 귀띔했다.

 

김해공항을 출발한 ‘BX1065’편은 일본 나가사키와 가고시마현을 거쳐 오후 2시께 다시 김해공항으로 돌아왔다. 이날 날씨가 흐린 탓에 일본 상공에서 내륙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에어부산은 기내 방역을 위해 비행기 가운데 좌석을 배우고 기내 음식 섭취를 금지했다. 하지만 비행을 마치고 면세품을 한 아름 손에 쥐고 공항을 빠져나가는 승객들의 표정은 밝았다. 아내와 함께 해당 항공편을 이용한 김 모(49·북구 화명동) 씨는 “날씨가 흐렸지만 여행 기분을 낸 데다 면세품을 많이 살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1일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김해공항에서 운항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은 총 3편으로 탑승객은 200명이다. 이달 김해공항에서 총 13편의 무착륙 국제관광비행편이 운항할 예정이다. 해당 상품 이용객은 코로나19 검사와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600달러까지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최대 5000달러까지 면세품 구매가 가능하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은 해외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 후 해외 상공만 비행한 뒤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감염 우려는 적은 대신 면세 쇼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방역을 이유로 인천공항에서만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허용한 탓에 그동안 지역민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사이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승객 수는 지난해 10월 949명에서 지난달 5300명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는 “공항 내 철저한 방역 관리를 통해 김해공항에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겠다”면서 “이후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