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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산현대미술관 기획전 넷…을숙도에서 사색에 빠지다

건축 조형작품전 ‘혁명은 도시적으로’
‘개인들의 사회’ 개인과 사회관계 탐색
‘푸른 종소리’ 소리로 공감하는 슬픔
전시로 보는 강연 ‘동시대-미술-비즈니스’

건축, 개인, 소리 그리고 동시대 미술. 부산현대미술관에서 4가지 키워드를 가진 네 개의 기획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시대의 성찰과 공감을 담아낸 전시를 감상하는 동시에 을숙도의 자연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닫힌 시대에 새로 열린 공간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과 격리, 언택트라는 단어를 일상 속으로 끌어들였다. 기획전 ‘혁명은 도시적으로’는 코로나 이후 변화하는 도시 공간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전시다. 김성률, 김유진, 김병찬, 안용대, 여창호, 우신구, 원호성, 이기철, 이성호, 이원영, 표응석 11명 건축가의 조형작품이 부산현대미술관 1층과 야외공간에서 전시된다.

 

김성률은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려다 실패한 결과로서의 코로나에 대한 이미지를 정육면체의 프레임 속에 우겨 넣어진 나무로 표현해냈다. 여창호 ‘방콕 포-레스트’는 늘어나는 캠핑 인구를 사로잡을 주거의 새 형태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안용대는 ‘재택’의 시대에 제한된 공간을 심리적으로 확장하는 작품을 전시한다.

 

옥외에 전시된 표응석의 ‘코로나웨이브’, 우신구의 ‘재개발 정원’에서는 을숙도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카뮈의 <안과 밖>에서 제목을 가져온 이성호의 ‘표리’는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건축 구조를 통해 모두가 차별 없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풀어냈다. ▶‘혁명은 도시적으로’=4월 11일까지 1층 전시실1·야외 공간.

 

 

 

 

 

■동시대 예술로 본 개인들의 사회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주권을 가진 근대적 개인. 개인이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개인은 정말 자유로운 주체로 살고 있는가? 기획전 ‘개인들의 사회’는 개인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개념에서 시작한다. 류성실, 서평주, 손혜경, 송세진, 이우성, 임봉호, 하룬 파로키, 마이클 맨디버그 8명의 작가가 회화, 비디오, 조각, 설치, 사운드 등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룬 파로키 ‘110년간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은 뤼미에리 형제의 영화부터 ‘어둠 속의 댄서’까지 각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노동자의 퇴근 모습을 발췌했다. 12개의 모니터에 연대순으로 상영되는 영상에서는 대량생산 시스템부터 공장 자동화까지 노동 현장의 변화상도 함께 보여진다.

 

임봉호 ‘유효분량’은 끊임없는 노력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카드 게임으로 풀어낸다. 류성실 ‘BJ 체리장 2018.09’는 과장되게 ‘1등 시민’을 이야기하는 유튜버를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대인을 생각하게 한다. 손혜경은 동일한 두 개의 물건을 서로 다르게 배치하고 작동시켜, 한 사회에서 서로 다른 계층으로 살아가는 개인을 조형적으로 표현했다. ▶‘개인들의 사회’=5월 2일까지 2층 전시실2.

 

 

안젤리카 메시티 ‘Relay League’ 2017. Courtesy the artist and Anna Schwartz Gallery. 안젤리카 메시티 ‘Relay League’ 2017. Courtesy the artist and Anna Schwartz Gallery.

 

 

■소리로 함께 듣는 슬픔

 

기획전 ‘푸른 종소리’의 제목은 김광균의 시 ‘외인촌’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메시지로서의 감성, 특히 슬픔이 들리고 공유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안젤리카 메시티, 예스퍼 유스트, 삼손 영, 라그나 캬르탄슨&더 내셔널, 장민승·정재일, 최대진 등 6개의 팀이 참여했다. 전시 작품은 현대미술가, 음악가, 무용수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안젤리카 메시티 ‘릴레이 리그’는 모스 부호를 타악기용 악보로 전환해 연주하고, 무용수는 시각장애자가 자신의 동작을 느낄 수 있게 이끈다. 절망과 위기 상황에서 비언어적 소통과 교감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삼손 영은 음악 없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관람객이 음악적 상황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예스퍼 유스트의 2020년 신작 ‘Corporealites’는 의료기기의 전기 패치를 통해 음정을 무용수의 근육으로 흘려보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패널, 철근, 시멘트 벽돌로 만들어진 조각적 영상으로 ‘감응’을 탐색한 작품이다. 장민승은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과 함께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절박하고 위태로운 순간을 기록한 일기를 작품화했다. ▶‘푸른 종소리’=3월 21일까지 지하 전시실3, 5.

 

 

 

■전시로 만나는 동시대 미술 강연

 

강연과 아카이브를 전시로 접한다. 기획전 ‘동시대-미술-비즈니스: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질서들’은 동시대 미술관: 금융-자본-미술, 절대자본주의 시대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질서와 조건들, 동시대 미술관의 새로움: 예술의 자율성과 주권성이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서동진, 히토 슈타이얼, 김수환, 안톤 비도클, 보리스 그로이스 등 다섯 명의 작가와 연구자가 참여해 자본과의 관계 속에서 동시대 미술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변화해 온 미술관학 담론을 소개한다. 전시실에 비치된 자료를 모으면 동시대 미술을 읽어내는 한 권의 책이 된다.

▶‘동시대-미술-비즈니스: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질서들’=3월 21일까지 지하 전시실4.

 

 

 

한편 부산현대미술관 3층 모카이브(아카이브실)에서 전시연계 아카이브전 ‘아무개 유니버스’가 3월 20일까지 열린다. 부산현대미술관 전시는 사전예약제로 관람할 수 있다. 051-220-7400.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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