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찾은 광주시 동구 옛 신양파크호텔은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푯말과 함께 입구 철문이 쇠사슬로 꽁꽁 묶여 있었다. 한때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였던 신양파크호텔은 장기간 방치되고 건물 외벽 색마저 바라면서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1980~1990년대 고품격 결혼·연회 등의 장소로 신양파크호텔 전성기를 기억하는 시민들은 수년째 활용은커녕 방치만 하고 있는 광주시의 더딘 행정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무등산 탐방을 위해 호텔 앞을 자주 오간다는 시민 김민식(49·광주시 동구)씨는 “(신양파크)호텔 부지를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영개발을 한다고 해 기대했는데, 수년째 철문만 굳게 닫혀 있다”면서 “3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땅을 샀으면, 빨리 개발을 하거나 아니면 시민에게 공원이나 주차장으로라도 개방해야 하는 것 아니냐. 자기들(시청 공무원들) 땅이면 수백억원짜리를 이렇게 방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옛 신양파크호텔을 활용한 무등산 공유화 사업이 369억원이라는 막대한 시민 세금만 투입한 채 2년 가까이 겉돌고 있다. 무등산 장원봉 자락에 자리잡은 호텔은 이미 흉물이 됐고, 광주시는 사업 주관부서조차 정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잇따른 가뭄 경고를 외면해 온 광주시의 안일한 상수도 행정이 30년 만의 ‘제한급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돗물 누수의 주 원인인 노후 상수도관 교체사업을 미루는 바람에 매년 땅 속으로 광주시민이 한 달 가까이 쓸 수 있는 수돗물이 줄줄 새고 있고, 새로운 상수원을 확보해도 부족할 판에 기존 수원지마저 해제하는 등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행정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대시민 물 절약 캠페인’에 앞서 상수도 예산을 확대 배정하고,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가뭄 대책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땅 속으로 새는 수돗물만 잡아도 한 달은 더 버텨=광주도심 지하에 깔린 수도관은 총 4046㎞로, 이 중 20년 이상된 노후관은 절반인 2013㎞에 이른다. 일부 노후 상수도관은 정부에서 1994년부터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상수도관으로 사용을 금지한 아연도(금) 강관인 것으로 드러나 심각성을 더한다. 노후 상수도관은 지하로 수돗물이 새는 누수율과도 직결된다. 광주시의 누수율은 전국 특·광역시 평균인 4.8%보다 높은 5.2%로, 연간 누수량만 934만여톤에 이른다. 광주와 경제 규모 등이 비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