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달린이'다. 주식 초보를 어린이에 빗대 만든 '주린이'와 조어법이 같은 '달리기 어린이'다. 10년차임에도 초보 수준이다. 수익으로 주린이에서 벗어나듯 달린이 탈출 요건은 기록이다. 묵묵히 달려 완주하면 기록은 따라온다는, 마음을 비우고 달린다는 자기합리화성 멘탈만 금메달감이다.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며, 탄복하는 땀의 맛만큼은 확실히 안다 자부하다 10년째 달린이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주린이가 개장과 동시에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앱을 누르듯, 달린이도 눈을 뜨면 바깥 날씨부터 살핀다. 어느덧 팔뚝에 햇볕이 내려앉다 바람에 날리는 계절이 됐다. 추분이 지나며 해돋이 자연광이 부윰하게 번지는 시각도 6시를 훌쩍 넘기고, 단풍색이 스미기 시작한 신천둔치의 계절적 풍미가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10년쯤 뛰면 좋은 기록보다 좋은 코스에서 직접 달려보겠다는 욕망이 생긴다. 좋은 코스에 대한 열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소설가 김연수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도는 예루살렘마라톤대회에 가고 싶어 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하마평에 오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예 그리스로 가 땡볕 아래 홀로 마라톤 전투 승전보를 알리러 죽을 힘을 다
2019-08-08 '영양 서석지' 1613년 석문 정영방이 조성… 상서로운 돌 가득, 3대 민간정원 꼽혀 '문경 주암정' 30년전 만든 인공연못… 배모양 바윗돌위 정자, 연꽃바다 건너는 듯 '봉화 청암정' 기묘사화 당시 파직 권벌, 당파싸움 벗어나고픈 심정 담아 '자연 조화' '예천 초간정' 금곡천·다양한 나무와 어우러져… 전란때마다 수난 1870년 고쳐 지어 꽃, 나무, 물, 바위 조합에 내로라하는 화가들이 붓을 든다. 선과 색에 계절감이 실리고 화룡점정 청량감이 화폭에 담긴다. 한여름의 정원에선 들숨이 다르다. 정원 안에 머물던 산소가 와락 달려든다. 기습적인 상쾌함이다. 여름의 정원을 소나기 못잖은 청량감으로 소개하는 이유다. 사계절 뚜렷한 구분으로 시간관념이 철저하다. 봄에 태어나 기운을 틔워 성장하고, 여름에 무르익어 한창 기세를 뿜어 보인다. 가을이면 화려한 절정에 오르곤 물러갈 때를 비친다. 겨울이면 웅크려 다음 생을 예비한다. 무르익어 한창 때인 여름의 정원이다. 선조의 풍류에 여름 정원은 한 폭 그림이다. 여름 땡볕도 조도를 높여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 영양 서석지 =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의 서석지(瑞石池)는 동래 정씨
관동팔경 '망양정' 시원한 동해 한눈에 담아 이현세 만화 벽화 '매화마을' 1980년대 향수 바다위 20m 인공산책로 '등기산 스카이워크' 겨울바다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참으로 묘하다. 막상 가면 10분이 채 못 돼 오들오들 떨며 "춥다, 따뜻한 데 들어가자"고 할 것을 굳이 몇 시간을 이동해 바다로 가느냔 말이다, 라는 합리적 언사에 비합리적인 감정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 포털의 로드맵으로만 봐도 눈이 호강하는 바닷길은 합리적인 이들의 몫으로 돌린다. 겨울바다를 생각할 때면 늘 고독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고독을 씹고, 여유를 만끽하고, 바다 앞에서 인생을 곱씹는다는 자아성찰의 시간은 자율에 맡긴다. 마침 대게를 와작와작 씹을 카니발의 시간이 째깍째깍 다가온다. 겨울의 끝자락에 동해안 7번 국도의 중심, 울진이다. # 울진의 7번 국도 울진의 북쪽 끝 북면 나곡리에 있는 나곡바다낚시공원이 시작점이다. 여기선 강원도 삼척까지 자동차로 5분 거리다. 바다낚시 체험을 위해 조성된 공원이지만 꼭 낚시를 하러 가는 곳만은 아니다. 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돼 있어서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잔교와 해안절벽이 조화를 이뤄 이색적인
사진이나 영상이 따라올 수 없는 해오름 '직관터' 겨울바다 연출 '갈매기의 협연' 예술 구룡포 '적산가옥 거리' 신기한 체험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선바위~하선대' 기암괴석 시내로 접어들면 '포항운하' 설치미술 아트웨이 자랑 철길숲 '포레일' '불의 정원'도 추천 한해를 보내고 희망찬 신년을 맞이하기 위해 이맘때쯤 많은 관광객들은 해맞이가 유명한 동해안 바닷가를 계획한다. 왜 해돋이 보러 가서 생고생을 하는지 현장은 답해준다. 해가 그렇게 활기차게 솟아오르는 줄 사진이나 영상만 보고는 알지 못한다. 수평선이 해를 낳는다. 돌아서 몇 발짝 옮겨 뒤돌아보니 벌써 해는 솟구친다. 오메가(Ω) 모양에서 붉은 경단으로 바뀌는 데 말 그대로 '순식간(瞬息間)'이다. 짧은 타이밍 놓칠세라 두 팔 한껏 벌려 아침을 깨우는 그 기운을 받는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른다는, 엄밀히 말해 동해안 바닷가 어디에서나 보이는 것과 불과 몇 분 차이로 이르고 늦고를 다투는 해오름 직관터, 이곳은 포항 호미곶이다. # 해돋이 직관 1월 1일 구룡포에서 신년 해돋이를 보고 싶다면, 어차피 텔레비전으로 재야의 종소리를 듣는다면 구룡포 인근이 보는 게 좋다. 해돋이 광경
영광중학교 반경 200m 오래된 건물 6채, 근대역사문화거리의 주축 1940년대 건립된 '풍국정미소' 먼지 내려앉은 도정기계등 세월 짐작 영광이발관, 1930년대부터 업종 유지… 이발·면도등 옛 방식 그대로 영주동 근대한옥 '명나라 황제가 어머니 병 고친 의원에 선물' 설화 경북 영주시. 요충지이다보니 먼저 들어선 게 많았다. 철도 중앙선과 영동선이 깔리자 역이 중심지로 돋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렸다. 역 주변에 시장이 섰다. 곡식을 빻는 정미소가 생겼고, 모던보이들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지는 이발관이 자리잡더니 교회가 반석 위에 신앙의 증거를 세웠다. 자원과 자본의 발달상, 문화의 전개상을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개중 여태 살아남은 것들 중 일부가 '근대문화유산'이란 훈장을 달았다. 근대역사문화 엿보기에 도움된다며 문화재청이 '기억소생제'로 인정한 것이다. 영주, 평지다. 북쪽의 소백산이 병풍처럼 막아주고 남쪽으로는 안동까지 열려있다. 문득 근대문화유산들을 '산책코스로 삼아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근대역사문화거리 드디어 들어선 근대역사문화거리. 한국전쟁과 개발논리에도 살아남은 건물 6채가 근대역사문화거리의 주축이다. 영주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