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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우리는 유한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무한을 바랄 뿐이야”

최성우·한동국 작가, ‘나른한 오후, 검은 차 한 입 머금을 때’
오는 20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기획전

 

나른한 햇빛이 바닥으로 스며들고, 잔잔한 바람이 창틀을 간지럽힌다. 두 남자는 가만히 햇빛 저며든 의자에 걸터앉아 찻잔에 입을 가져다 댄다. 이들은 각기 다른 깊은 고민에 빠지고, 이를 작품에 담아낸다. 중앙대 미술대학 동문인 두 남자, 최성우, 한동국 작가는 오는 20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나른한 오후, 검은 차 한입 머금을 때’를 주제로 자신의 삶을 조명한다.

 

최성우 작가는 지나가는 삶에 초점을 두고, 한동국 작가는 죽음 직전의 순간에 시선을 둔다. 별거 아닌 일상 속에서 두 작가는 삶과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갖고, 인간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 문득 삶이 무한하지 않음을 깨달은 한동국 작가는 화려한 색채를 배제한 채 오직 죽음에 초점을 둔다. 그러면서도 그는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당장의 순간을 마음껏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그의 작품은 죽음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 있는 하루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죽음이 있다면 새로운 삶도 있다고 믿는 최성우 작가는 한동국 작가와는 반대되는 길을 걷는다. 그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 ‘나’라는 존재를 증명해나가기 시작한다. 이에 그는 자신 안에 깃든 소리를 들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담아내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를 통해 비로소 온전한 ‘나’는 그 안에 없으며, 허구적인 상상만이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철학자 데카르트처럼 최 작가는 그저 생각하는 나만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이해할 뿐이다.

 

삶을 이야기하는 최 작가와 죽음을 그려내는 한 작가는 사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돌고, 돈다. 이들은 유한을 이야기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통해 무한한 연관성을 얻으며 삶은 곧 죽음에 대한 암시로, 죽음은 곧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정현경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러한 두 작가가 제시하는 삶의 순간을 경험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