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본격화하면서 대구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 '녹조 원수'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이상 기후에 따른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마다 녹조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범위도 확산되고 있어서다.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대구시민의 먹는 물 불신은 여름철마다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
녹조 확산은 기본적으로 먹는 물 정수 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녹조가 낙동강에 창궐할수록 정수장으로 들어오는 원수에선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구 수돗물 67%를 의존하는 낙동강 원수 자체에 대한 정수처리에 더해 여름에는 냄새 유발물질은 물론 녹조와 불순물 등을 제거하기 위해 더 많은 정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1991년부터 2018년까지 9건이 넘는 수질오염사고를 겪은 대구는 낙동강을 원수로 쓰는 정수장에는 우선적으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해왔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4년 매곡·문산정수장 전오존 설치공사 330억원, 공산정수장 막여과 설치공사 223억원, 2019년 매곡·문산정수장 미량유해물질 대응 정수처리시설 설치공사 158억원 등 총 711억원을 들여 고도정수처리시설로 바꿨다. 원수 수질이 양호하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없지만, 수돗물 생산·공급 과정에서 원수 수질 악화에 대비하고 돌발적인 수질오염사고에 대처하기 위해선 개량사업은 계속투자가 불가피한 사업들이다.
문제는 수질이 악화할수록 고도정수처리 강화에 따른 지자체 관리 비용과 재정적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수질 개선을 위한 물이용부담금 지원은 구조적 한계가 있는 데다 열악한 지방 재정의 형편을 고려하면 고스란히 지자체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실제 대구시는 재원 부족으로 지방채에 의존해 정수시설을 개량하기도 했다.
최근 5년간 대구시 지방채 발행 현황을 보면 매곡정수장 시설개량사업 500억원, 노후관 개량사업 250억원 등 지방채 발행액만 7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0억원가량 조기 상환에 따라 현재 720억원 상당의 부채가 남아있는데, 지방채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을 일 평균으로 계산하면 하루 약 600만원 수준이다.
시 관계자는 "민선 8기 들어선 지방채 발행이 없었고 차입 계획도 없다"며 "대규모 개량사업이 요구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당시에 재원 부족으로 부득이하게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수자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기후변화 등으로 수질관리와 용수부족에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시설유지와 관리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는 인구감소로 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먹는 물 안전성은 물론 대구시민이 건강하고 맛있는 물맛까지 누릴 수 있도록 물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수돗물인 '아리수'는 안전성 확보는 물론 '세계 최고 맛있는 물'을 생산·공급 방향으로 잡고 미네랄이 10배가량 많이 포함되는 등 물맛 향상에도 지속해 투자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올여름에도 녹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안전한 먹는 물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