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잠깐만 서 있어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여서 낮에는 약속도 안 잡아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2일 오후 1시 40분께 창원시 성산구의 한 무더위 쉼터. 더위를 피하려는 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노인 7명은 경로당 거실 바닥에 동그랗게 모여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고말순(80)씨는 “오전 11시부터 다 같이 모여 더위도 피하고 점심도 먹었다”며 “평소에는 15명 정도 오는데 아직 절반도 안왔다”고 말했다.

때 이른 더위에 무더위 쉼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순자(79)씨는 “8월께 엄청나게 더워지면 한시적으로 저녁 늦게까지 개방해 주기는 하지만, 올해는 더위가 일찍 찾아온 만큼 더 빨리 연장해 줘야 한다”며 “이왕이면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으니 평소에도 1~2시간 더 연장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오후 4시께 찾은 성산구의 또 다른 무더위 쉼터도 마찬가지. 전석연(76)씨는 “폭염이 빨리 찾아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며 “전기료가 비싸니까 무더위쉼터에 와도 아껴 쓰고 하는데, 정부에서 좀 더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창원, 양산, 밀양, 산청, 함양, 합천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김해와 창녕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주의보는 일최고체감온도가 33℃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 내려진다. 또 체감온도가 급격히 오르거나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때도 발령한다. 이날 함양군(33.9℃), 창원시(32.3℃), 진주시(32.2℃), 통영시(28.5℃) 등 도내 일부 지역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일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경남소방본부는 여름철 온열질환 발생 현황 등 빅데이터 분석으로 온열질환 발생 취약계층에 대한 예방과 대응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5년간 경남과 부산지역의 구급활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환자 평균 연령은 61.4세이며, 70대 이상이 전체의 40.3%로 가장 많아 노인들이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도 이날 노동자 맞춤형 폭염 영향 예보를 발표했다. 도내에는 김해, 밀양, 산청, 양산, 창녕, 창원, 함양, 합천에 ‘주의’ 단계, 의령, 진주, 하동, 함안에 ‘관심’ 단계가 내려졌다. ‘주의’ 단계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3℃ 이상 이틀 이상 지속할 경우 발표된다. 주의 단계가 내려지면 매시간 10분씩 그늘 등 휴식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무더위 시간대(오후 2시~5시) 옥외작업 단축 또는 작업 시간대를 조정해야 한다.
무더운 날씨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도내 폭염특보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보 미발표 지역도 대부분 30℃ 이상을 기록하는 등 무더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13일 경남의 낮 최고기온은 29~35℃, 14일 낮 최고기온은 27~34℃로 예보됐다. 주말인 15일과 16일은 낮 최고기온 27~30℃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