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활동하는 전하은 작가가 오는 13일부터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밈에서 ‘흐르고 넘치는 사물들 앞에서’를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강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한 수영대회에 참가한 초등학생 제자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수영 대회에 출전하게 된 제자는 결승점을 향해 열심히 헤엄 치던 중 물살 깊은 바닥에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수경을 발견했다고 한다. 주인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는 헤엄을 멈추고 물 속에 들어갔고, 이내 관중석을 향해 찾은 수경을 보여줬다. 아마 그 당시 아이에게는 결승점을 향해 가는 것보다 수경을 잃어버린 이의 슬픔을 덜어내 주는 것이 먼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들려온 어른들의 반응은 놀라울 만큼 똑같았다. “신경쓰지 말고, 빨리 결승점까지 가야지”.
앞만 보고 가야만 하는 현 사회의 모습이 투영된 제자의 이야기에서 전 작가는 삶의 성찰을 회화의 언어로 풀어낸다. 자본주의 중심과 변두리, 산맥과 바다, 환희와 절망, 존경과 수치, 포용과 고집, 생과 죽음. 이 모든 것은 극과 극의 대비를 이루지만 모호하거나 결국 동일한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처럼 전 작가는 모든 날이 좋음과 나쁨을 반복하듯 대비를 이루는 언어들의 반복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반추한다. 이처럼 쉽사리 정의할 수 없는 단어들이 가진 연속성 앞에서 우리는 그저 삶의 반경을 따라 흘러가기 보다는 원하는 방향을 찾아 흘러가기 위해 온 힘으로 거센 파도를 버텨낼 뿐이다. 전하은 작가는 “평면회화를 통한 흥미로운 사유들을 발견하며 자유로운 관람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