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한중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중국의 'IRA 우회로'로 활용된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LG화학과 SK온 등 최근 1년 동안 이뤄진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 대부분이 한중 합작사업으로, 미국이 IRA 해외우려기업(FEOC) 기준을 강화할 경우 새만금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 IRA를 주도한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최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IRA 전기차 보조금 규정의 엄격한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상원 에너지위원장인 맨친 의원은 "중국은 오랜 시간 법 규정을 우회하고 공정 무역을 노골적으로 무시해 왔다"며 "IRA 보조금은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동맹국과 내수기업을 위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광물 세탁'을 하는 적성국이 가로채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느슨하고 의도적으로 약한 (법률) 해석을 통해 나쁜 행위자들에게 보상하는 것은 부도덕하다"며 FEOC와 관련해 가능한 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세울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를 공급하는 중국기업들이 올해 들어 한국에서 합작사업 계획을 9건이나 발표하는 등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IRA를 우회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 SK온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중국 거린메이(GEM)와 한중 합작사를 설립하고 새만금에 이차전지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 중국 론바이는 한국 합작사 없이 단독으로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는 중국기업들이 IRA 규제를 피해 미국 진출의 교두보로 한국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새만금은 그 반사이익을 본 대표적인 지역이다.
IRA에 따르면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40% 이상이 자국이나 자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2025년부터는 비율과 관계없이 FEOC로부터 조달한 핵심 광물을 배터리에 쓸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 IRA 백서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소유·관할·통제하는 기업을 FEOC로 지정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발표하지 않았다. 올해 안에는 세부 지침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래서 FEOC 해석 범위가 한중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업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이에 한중 합작사들은 합작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IRA 규제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상황 속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연내 발표 예정인 FEOC 지침이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세계 공급망 구조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외국기업과 합작이라는 우회 방식을 통해 IRA 규제를 피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미 의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지난 9월에는 포드자동차와 중국 닝더스다이(CATL)의 합작사업이 돌연 중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