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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소설 속 강원도] 호숫가 맴돌며 비단인어 찾아 나선 일곱 살 청년의 이야기

44. 안병규 ‘의암호엔 비단인어가 산다’
호숫가 맴돌며 비단인어 찾아 나선 일곱 살 청년의 이야기

인공호수 의암호 배경 소설
영혼을 다독이는 공간 변신

 

강원일보 신춘문예(1988년)에 단편소설 ‘新龜旨歌(신구지가)’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한 춘천 출신 안병규(64)씨가 최근에 펴낸 장편소설 ‘의암호엔 비단인어가 산다’는 춘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소설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소설 읽는 내내 춘천의 곳곳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설은 춘천의 근현대사와도 그 궤를 같이한다. 얼마 전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민이 된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음악극(에레니의 외갓집에 온 당신)이 무대에 올려져 화제를 모은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은 순전히(?) 의암댐 건설(1967년) 때문에 생겨난 인공호수 의암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안 작가가 소설 속 의암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대바지강’은 인제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와 서북쪽에서 흘러드는 물줄기가 만나 생기는 큰 물줄기를 이루는데, 이제 물줄기 자체가 사라졌으니 아쉬움은 클 수 밖에 없다. 그의 그런 마음은 작가가 춘천에 대해 ‘눅눅한 물의 도시’가 되었다고 한 표현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안마당만 나서면 들판이고 모래밭이고 올빛이던 강이 흔적 없이 사라진 뒤 도시의 안마당 같고 뜨락 같고 놀이터 같고 쉼터 같았던 그 자리엔 거대한 호수가 드러누워 출렁출렁 몸을 뒤척였다.”

 

소설 안 표현처럼 ‘눈엣가시’ 같은 호수의 탄생 혹은 등장에 사람들은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게 생각하지만 어느새 삶에 지친 도시인들의 영혼을 다독이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그렇게 흘러 들어온 이들이 바로 명일이네 가족이다. 명일이는 영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일곱 살 소년. ‘시를 짓는 선생님’인 어머니의 시(의암호엔 비단인어가 살지)를 읽고는, 의암호에는 인어, 그것도 비단인어가 살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어디 그뿐인가. 실제로 금산나루와 중도 사이 호수에서 목격까지 했으니 확신은 점차 굳어 간다. 천진난만한 아이는 인어를 만나기 위해 호숫가에 나와 주문을 왼다. “인어야, 인어야. 별이 뜨는 눈, 달 같은 네 얼굴이 보고 싶어. 지느러미를 활짝 펴고 비단 비늘을 번득이는 네 모습이 보고 싶어. 인어야, 인어야. 네 고향 그리 가고 싶거든 꼬리에 힘을 모아 물 위로 펄쩍 솟구쳐 바다까지 잇는 큰 무지개다리를 세워보렴.” 그러던 어느 날 결혼식장에 가기 위해 인천에 간 이 가족에게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아버지는 칼에 찔려 숨지고, 어머니는 심하게 다친다. 문제는 어린 명일이가 그 모습을 고스란히 목격한 것. 아이는 충격을 받고 정신적인 장애를 앓게 된다. 청년의 모습으로 커버린 명일이는 어느 날 엄마와 함께 다시 마을로 돌아와 살게 된다. 그렇지만 사람들과는 이전 보다 더 거리를 둔다. 퇴직하고 집에 돌아온 나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수상 낚시터를 맡아 운영하고 예전과 조금은 달라진 명일이와는 유일하게 소통하는 사이가 된다. 명일이는 여전히 호숫가를 맴돌며 인어를 찾아 나선다. 어느 날엔 멀리서 비단인어를 봤다고 하고 어느 날엔 만났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일곱 살 청년 명일이는 아직도 비단인어를 찾아 의암호 주변을 서성이고 있을까. 뭇 남정네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던 명일엄마는 어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