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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전담 인력 없어 재난 대응 ‘비상 근무’ 땜질만

부산 지자체 방재직 0.32% 불과
잦은 재난에 ‘일단 부르고 보자’식
전문성 떨어지고 조직 피로 가중
장기적 인력 양성·확충 노력 절실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자연 재난이 빈번해지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현장 인력을 무분별하게 동원하는 수준’의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재난에 대한 치밀한 접근보다는 주먹구구식 대응이 비전문가의 인력 중심 대응을 초래했고, 장기적으로 재난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부산시의 비상근무 횟수는 29회였다. 이미 지난해 9회를 3배 이상 넘어섰다. 지난 16~17일 내린 호우특보와 가을의 태풍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올해 비상근무 횟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근무 시 시청과 각 구·군의 공무원은 담당 업무, 근무 시간과 무관하게 일정 비율로 방재에 투입된다. 비상근무 증가는 기습 폭우 등이 빈번해진 탓이지만, 행정 당국의 ‘일단 부르고 보자’는 재난 대응 태도도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2020년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사고, 지난 7월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사고에서처럼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관할 지자체가 법적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인력 중심의 재난 대응은 일선 공무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탓에 결국 업무 차질로 이어진다. 갑작스럽게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은 대체 휴무를 받는 경우가 드물어 피로 누적으로 정작 담당 업무를 처리하는 데 지장을 겪는다는 하소연이 공무원 사회 안에서 쏟아진다.

특히 비상근무 공무원은 대부분 재난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재난 대응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안전 장비나 매뉴얼 등이 부족한 탓에 또 다른 인재 발생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지난 7월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해병대 병사가 급류에 숨진 사고 역시 주먹구구식 인력 중심 재난 대응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구청 관계자는 “새벽에 비상근무가 발령돼 급하게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구청에 도착하니 비가 그치고 상황도 해제돼 그대로 돌아온 일도 있었다”며 비효율적인 재난 대응 체계를 설명했다.

각 지자체에는 재난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부산 16개 구·군의 방재직 공무원 정원은 41명이다. 16개 구·군 전체 공무원 정원(1만 2778명)의 0.32%에 불과하다. 중구청, 서구청, 영도구청, 연제구청, 사하구청 등 기초지자체에 따라 방재직 공무원이 한 명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방재직 공무원은 “태풍이나 폭우가 빈번할 때는 일주일 동안 아예 퇴근을 못 한다”며 “방재직 공무원은 기피 보직이어서, 정작 충원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중구지부는 최근 태풍, 폭우 등 재해가 예보될 경우 처음부터 지정된 공무원이 구청에 남아서 당직 근무를 서는 형태를 중구청에 제안했다. 무분별한 비상근무 차출로 인한 행정 공백을 방지하고 한창 태풍이나 폭우가 심각한 상황에 출근하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당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요청이었다.

방역 전문가들은 빈번해지는 재해에 현재의 비상근무 형태로 대응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비전문가들이 대규모로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재난 대응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아 장기간 유지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 인력 중심의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 경험을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부산대 행정학과 김용철 교수는 “방재직 공무원 충원은 물론이고 장기간 관련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현장 부서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