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 지산동고분군(대가야고분군) 등 한반도 남부에 남아있는 가야 유적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 중인 제45차 회의에서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했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지 꼭 10년 만이다.
이날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은 지산동고분군을 비롯해 경남의 김해 대성동고분군(금관가야), 함안 말이산고분군(아라가야), 합천 옥전고분군(후기가야인 다라국), 고성 송학동 고분군(소가야), 창녕 교동·송현동고분군(비화가야)과 전북 남원의 유곡리·두락리고분군이다.
가야가 태동하는 기원 전후한 시기부터 대가야가 멸망하는 6세기 중엽까지 조성된 가야고분군은 유산의 가치를 표현하는 속성이 개별 고분군의 유산구역 내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또 형태와 디자인, 재료와 물질, 위치와 주변 환경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등 고분군의 속성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에 대해 "연맹이란 독특한 정치체계를 유지하면서 주변 중앙집권적 고대국가와 병존했던 가야 문화의 성립과 발전, 소멸의 전 과정과 가야의 정체성을 실증하는 독보적인 물적 증거"라면서, "가야연맹의 결속과 지리적 범위를 알려주고, 연맹을 구성한 각 정치체가 자율성을 가진 수평적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등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세계문화유산 후보지를 사전 심사하는 자문기구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지난 5월 가야고분군을 '등재 권고' 유산으로 분류해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높였다.
가야고분군은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2020년 9월 최종등재신청대상으로 선정됐고, 2021년 등재신청서 제출 및 완성도 검사를 통과했다. 2022년 6월 러시아 카잔 세계유산위원회 최종 결정만 남겨 놓았었지만, 같은해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올해 1월 특별회의에서 새 의장국 사우디아라비아가 9월 위원회 개최를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가야고분군이 등재되면서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년), 창덕궁, 수원 화성(이상 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상 2000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2018년), 한국의 서원(2019년), 한국의 갯벌(2021년)을 포함해 세계유산 16건을 보유하게 됐다. 이중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과 한국의 갯벌은 자연유산이고, 나머지는 모두 문화유산이다.
북한에 있는 고구려 고분군(2004년),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 그리고 중국 동북지방 일대 고대 고구려 왕국 수도와 묘지(2004년)를 합치면 한민족 관련 세계유산은 19건에 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