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늪에 빠진 충청권 주택시장이 회복 국면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전셋값 급락으로 인한 역전세난 우려가 현실화 양상을 보이는데다 매매 거래량마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며 당분간 빙하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종을 제외한 충청권 지역 아파트 매맷값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역전세난 영향에 따른 주택 가격의 추가 하락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충청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년 전인 2021년 4월 대비 13.8%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세종(28.5%)의 하락세가 가장 컸다. 이어 대전은 15.1%, 충남 9.8%, 충북 2.1%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세종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듬해 말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올해의 경우 3년 전인 2020년 상반기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셋값 하락장이 지속되는 와중에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를 보면 충청권에선 지난 3월 모두 5954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2년 전 같은 달(1만 995건)과 비교했을 때 45% 가량 감소한 수치다. 가장 낮은 거래량을 보였던 지난해(5472건)에 비해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아파트 매맷값도 마찬가지다. 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충청권 지역의 매맷값도 지속 하락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가 조사 결과 대전의 올해 아파트 매매가 누적 하락률은 5.93%로 나타났다. 대전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넷째 주 105.2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성구 봉명동 도안9단지 트리풀시티 전용 127A㎡는 지난해 2월 9억 1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올 2월엔 8억 1000만 원에 매매됐다. 1년 만에 매매가가 1억 원 상당 하락한 셈이다.
충남과 충북도 지난해 초까지 꾸준히 오르던 매매가격이 연속적인 하락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충남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3.98%의 누적 하락률을 보였으며, 충북도 동기간 3.67% 하락했다. 세종에서만 유일하게 0.65%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전셋값 급락의 영향을 받아 역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주택 가격의 하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된다. 역전세난에 따라 전세 매물을 털어내지 못하면서 보증금 등 급전을 필요로 하는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게 되고, 이 같은 사례가 모여 집값 하락세를 가속화 시키는 양상이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금융보험융합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론 주택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이후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구조"라며 "현재 상황이 이와 같은데, 갭투자를 한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급매물이 시장에서 속속 나타나고, 결국 매매 가격까지 하락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